망국 후 백여 년의 세월 동안 정든 고향과 고국을 등지고 디아스포라라고 하는 고난의 여정을 시작한 한민족에게 열린 비극은 운명이었으며, 역경은 숙명이었다.
미시계를 다루는 열역학 제1법칙 에너지 보존의 법칙은 외부와 에너지 교환이 없는 고립계 내에서 에너지는 사라지지도 생겨나지도 않는다. 다만 그 형태는 바뀔 수 있다고 가정한다. 거시계에서 일어나는 망국의 상황은 마치 미시계에서 가정하는 고립계와 같은 환경은 아니었을까? 막연히 유추 한 번 해 본다.
사고무친 四顧無親 했던 망국의 상황에서 망국을 타개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망국이라고 하는 거악의 일제가 쳐놓은 고립계를 탈출하여 한반도를 일련의 열린계로 만들어 보고자 고국을 등지고 디아스포라 했던 망국의 백성들이 겪어야 했던 각고의 노력이 거대한 에너지 흐름의 전환을 가져오면서 망국의 형태를 독립의 모습으로 되돌리고자 하였다.
거족적인 1919년 3.1 만세 운동이라고 하는 비폭력 저항 운동을 시작으로 연해주와 만주에서 들불처럼 일어났던 항일무장 독립 세력들은 1921년 6월 자유시 참변을 겪으면서 무장해제 당하였고, 한반도 망국의 고립계를 타파하려는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연해주로 디아스포라 했던 수 십만의 연해주 동포들은 또다시 연해주라고 하는 러시아가 쳐 놓은 고립계 안에 갇히고 말았다.
그러나 연해주 동포들이 마주했던 비극적인 디아스포라는 1937년 9월부터 시작된 독재자 스탈린의 고려인 강제이주 정책과 맞물리면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 화물칸에 짐짝처럼 태워져서 6400킬로미터를 40여 일 동안 달리면서 그렇게 그 해 9월에서 12월까지 총 124편의 열차가 객차당 5~6 가구 약 30명, 총 3만 6,442 가구, 17만 1,781명이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도착하여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으로 강제로 이주당했다고 역사는 기록한다.
이처럼 시베리아를 달렸던 와곤Vagon 이라고 부르는 기차 화물칸에 짐짝처럼 실려서 40일 동안 밤낮없이 달려가는 기차 속에서 2만 5000에서 3만 명이 추위와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었던 연해주 고려인 강제이주의 기록은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한 많은 아리랑의 기록이었으며 영화 설국열차의 마지막 빈민가 칸은 어쩌면 천국으로 느껴질 정도로 와곤Vagon은 지옥 열차 그 자체였다.
질긴 생명력으로 중앙아시아의 척박한 동토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은 첫 해에는 기아 선상에서 살아남았고 이듬해에는 동토를 언 손으로 개간하여 농사를 지었으며 마침내 3년이 지나면 늘 현지인들의 생활 수준을 뛰어넘는 기적의 디아스포라를 완성하였다. 예상을 뛰어넘는 카레이스키들의 처절한 생존 능력을 확인한 스탈린은 점점 더 작물 한계선 북방으로 카레이스키들을 이주시키는 혹독한 실험도 마지않는 만행도 서슴지 않았고 그때마다 한민족의 고난의 아리랑은 디아스포라의 전주곡 마냥 중앙아시아에 울려 퍼졌으며, 감정은 기억이 되어 그들의 뇌리에 박히고, 망국이라는 역사적 사실은 대를 이어가며 고려인들의 피와 땀으로 메꾸어 가면서 몸과 마음에 기록되어 갔다.
이처럼 혼군 고종을 중심으로 한 왕공족들과 을사오적을 필두로 한 매국노들이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거악의 일제에게 싸우지도 않고 팔아먹은 망국의 고통은 미시계이든 거시계이든 가리지 않고 적용되는 열역학 제1 법칙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따라 매국노들이 호의호식 하면서 부귀영화를 누리는 매국적 에너지를 메꾸기 위하여 남쪽으로는 태평양을 건너 적도의 하와이 사탕나무 농장에서 미주한인 노동자들이 열사의 태양 아래에서 구슬땀을 흘렸고, 북쪽으로는 연해주 18만 동포들이 지옥열차를 타고 독재자 스탈린의 몰모트가 되어 동토의 시베리아를 횡단하여 척박한 중앙아시아에서 극한의 생존게임의 디아스포라를 실현시키면서 애국적 에너지로 국권을 되찾기 위해 죽을힘을 다하고 있었다.
이것이 지금의 우리를 만든 생생한 감정의 기억이며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