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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해 록 ] 까진 무릎

by 윤해

1984년 9월 개봉된 이장호 감독이 만든 영화 무릎과 무릎 사이는 80년대 신군부 집권 초반 3S ( sex, sports, screen) 정책으로 억압된 국민정서의 탈출구를 모색하던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프로야구, 축구등 스포츠가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sex와 screen이 결합되어 억눌린 대중문화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제목부터가 파격적인 19금 방화였다.

그 당시 억눌린 대중문화의 분출구는 1982년 개봉된 제시카 랭 주연의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 번 울린다'와 같은 외화를 통해 대중의 관음증을 해소하기도 했지만 국산 방화, '무릎과 무릎사이'로 대박을 친 이보희 배우는 단숨에 섹시스타로서 스크린을 통해 장안의 화제를 몰고 왔으며 에로물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우리가 지나온 시대가 영화에서 등장하는 무릎과 무릎 사이에 신경을 쓰는 사이 사실 우리의 무릎은 까진 체로 방치되면서 시대의 질곡을 지나고 있는지는 꿈에도 몰랐다.

지금 잘 살게 된 국가들의 공통점을 하나 들자면 국부를 이루기 위해 감내해야 할 모진 고통의 시절과 시대를 지나왔다는 것이다. 즉 까진 무릎으로 상징되는 고난의 시대에 뛰어난 영도자가 등장하여 공동체를 하나로 뭉치면서 단합시켜 무릎이 다 까지도록 노력한 끝에 공동체의 번영을 가져온 것이다.

그렇게 힘들게 가져온 공동체 번영의 요체였던 까진 무릎의 신화는 쉽게 지워지고 잊히는 사이 단물에 몰려드는 웽웽거리는 파리떼들이 속삭이는 무릎과 무릎사이라는 관음증에 매몰되어 공동체는 바로 내리막길로 달려가면서 까진 무릎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무릎은 통째로 부서져서 차디찬 인공관절로 대체되면서 뒤이어 엄청난 수술비 청구를 만난 공동체는 시름과 혼돈의 도가니가 시작되는 것이다.

지금의 세태가 까진 무릎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지는 못할 망정 저잣거리 양아치 보다도 못한 자들의 한풀이로 전락한 것도 모자라 웬만한 자극에도 이제는 만성이 되어 뉴스는 악다구니들 대변 창구가 되어있는 악세를 만났다.


국민들의 까진 무릎을 돌보라고 선출이 된 건지 무릎을 통째로 아작내기 위해 셀프선출 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마냥 우기고 떼쓰는 자들의 작당과 더불어 무릎과 무릎 사이 만을 뚫어져라 쳐다보라고 강요하고 호도하며 관음증에 빠져 저급하게 국민들을 갈라 치기 하는 것도 모자라 분열시키면서 부관참시의 복수욕에 불타는 매국무리들을 목격해 보니 계유정난과 같은 피비린내 나는 사화 속에서 악세를 만났던 선현들의 맷집과 처신이 가을날의 꿈처럼 슬그머니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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