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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해 록 ] 광복光復과 도광양회韜光養晦

by 윤해

광복 80년, 거악의 일제가 미국과 가츠라 테프트 밀약을 밀실에서 맺고 소리 없이 한반도를 집어삼켰고, 해방의 기쁨도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구름에 이은 소련군 참전으로 일왕의 무조건 항복이라는 방송과 뒤이어 미주리 함상에서 거행된 일본의 무조건 항복 조인 서류에 의해 선물처럼 찾아왔다.


한반도 해방을 약속했던 카이로 선언의 후속조치로 승전국 미국과 소련은 일본군의 무장해제와 한반도의 질서유지를 위해 38도선을 경계로 한반도를 분할하여 병력을 진주하기로 신사협정을 맺으면서 우리 민족의 분단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패전국 일본 열도는 온전히 보존되고 일본의 식민지 한반도가 분단되는 비극의 역사의 시발점은 지정학적 저주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지 않을까? 전후 세계 패권질서는 토사구팽의 상황이 벌어졌고 거악의 일제를 사냥한 후 누구를 삶아 먹는 것이 가장 좋을까를 저울질하던 시기였고 가장 만만하게 보였던 한반도가 사냥이 끝난 후 삶아 먹을 사냥개로 정해졌음을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패권질서는 섭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한반도를 반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토사구팽에서 등장하는 사냥개는 삶아 먹히는 것으로 끝났겠지만 세계 패권질서의 사냥개로 정해진 한반도는 허리가 잘려 반분되어 솥 안에 들어가서 삶긴 것도 모자라 세계패권질서가 요동칠 때면 어김없이 펄펄 끓는 솥에서 반으로 쪼개진 몸으로 환생하고 기어 나와 남과 북이 합쳐지기는커녕 더욱더 가열차게 분단되어 서로가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사냥개처럼 으르렁 거리는 정도를 넘어 피 터지게 싸우는 골육상잔의 지옥도를 펼치기 시작한 시발점이 바로 우리가 해방이라고 부르고 광복이라고 기뻐했던 80년 전의 오늘이었다.


이처럼 언더독, 언더울프의 운명과 숙명으로 탄생하고 건국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세운 당사자 남북한은 스스로 야생의 언더울프라고 자처하지만 실상은 길들여진 사냥개, 즉 언더독의 한계에 갇혀 있는 지정학적 저주의 산물이라고 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굳어진 미소냉전 40여 년, 팍스 아메리카나 40여 년 도합 80년의 기간 동안 한반도는 세계패권질서의 최전방 비무장지대(DMZ) 안쪽에 위치한 GP(Guard Post, 감시초소)와 같은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GP(Guard Post, 감시초소) 그 자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고, 한국전쟁의 결과 그어진 휴전선 155마일을 가로질러 구축된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2Km 북쪽의 북방한계선과 2Km 남쪽의 남방한계선 곳곳에 설치된 수많은 GOP( General Out Post, 소규모 전초기지)와 비무장 지대 안의 GP(Guard Post, 감시초소)야말로 세계 패권질서가 부딪히는 첨예한 힘과 힘의 명실상부한 교착점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사냥개의 운명을 타고 나와 비극적인 지정학적 저주에 처해져서 한국전쟁이라는 가마솥에 들어가 삶기고 난 뒤 기사환생起死還生한 대한민국은 도광양회韜光養晦하고 은인자중 하였던 수많은 히든히어로들의 피와 땀 눈물과 고통의 결과 80년 만에 번영된 대한민국의 진정한 광복을 가져왔다.


반면에 도로 조선의 세습왕조를 구축한 북쪽의 사냥개는 기사환생한 다음 일 개인의 권력욕으로 도광양회韜光養晦 하지 못하고 욕속부달欲速不達하다가 광복은커녕 도로 암복暗復하며 핵협박을 일삼는 광견으로 거듭나고 있는 엄중한 현실 앞에서 광복되고 번영된 대한민국에서도 도광양회韜光養晦라고 하는 번영의 열쇠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고 하는 어둠 속으로 달려가는 암군을 따르는 레밍의 쥐와 같은 무리들이 도처에 출몰하여 광복光復을 암복暗復으로 바꾸려고 안달하고 욕속부달欲速不達하는 권력욕의 화신들을 보노라면 광복 8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의 암울한 미래가 그려지면서 그저 기가 막혀 헛웃음만 나올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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