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세 번 읽은 사람과는 상대하지 말라는 소문이 널리 회자되었던 시대를 살아왔다. 서양의 그리스 로마신화 플루타크 영웅전 일리아드 오디세이는 그냥 동네 조무래기들 다툼 정도로 여겨질 만큼 초한지와 삼국지 그리고 사기에 기록된 영웅과 인물들이 펼치는 열전은 다채롭고, 사건과 장면은 버라이어티 하고, 스케일은 거대하다 못해 방대하다.
현대의 우리가 오해하는 가장 큰 오류는 서세동점의 결과 생겨난 현대 문명의 패권과 그에 따른 질서 때문에 대항해 시대 이전의 동아시아 대륙 문명에 대한 착시가 생각보다 뿌리 깊다는 점이다.
중원과 만주 그리고 한반도와 일본 열도로 이어지는 황해문명권은 역사 이래 가장 많은 인구를 부양했으며 가장 큰 경제규모와 군사동원 능력을 과시한 문명권이다. 그리고 이 황해 문명권의 특징은 서양의 지중해 문명권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와 역사 그리고 괄목상대를 가진 문명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넘어간다.
실제로 동아시아 문명을 중화문명이라고 간단하게 결론 내는 오류가 황해문명권을 둘러싼 유목민족 기마민족 농경민족 해상민족이 한데 어울려 경쟁하면서 수많은 애환과 고난 그리고 영광과 치욕의 흥망성쇠의 대서사를 한 편의 드라마로 단순화시키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황해 대평원이 황해 바다로 바뀌는 지질학적 대격변이 일어나면서 홍산문명과 마고문명이 명멸하고 대륙이 분리되어 유라시아 스텝지역의 스키타이 문명의 유목 기마 민족과 중원과 한반도에 자리 잡은 농경문명이 수십 세기를 통해 쟁패한 역사의 결과가 동아시아 문명이었다.
후한 말기 황건적이 봉기하는 혼란했던 시대 상황에서 도적과 군웅이 혼재할 때 유비와 관우 장비가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도원결의를 맺는 것으로 시작되는 삼국지의 첫 장면이 왜 도화꽃이 피는 시절이었을까? 왜 도원결의는 꼭 세 사람이어야 했으며 그 보다 앞서 춘추시대 제나라 명재상으로 영공, 장공, 경공 등 3대에 걸쳐 30년 동안 명재상으로 이름을 날렸던 안영(晏嬰)은 경공 곁에는 세명의 무사 고야자, 전개강, 공손접이 위세를 과시하면서 오만방자해지자 드디어 죽이기로 마음먹으면서 왜 복숭아 두 개를 가지고 세 사람을 죽이는 이도살삼사二桃殺三士의 계책을 실행했는지 자못 궁금하다.
도화, 복사꽃이라고 불리며 중국 베이징이 원산지인 복숭아나무는 동아시아에서는 금단의 열매처럼 환희와 나락을 은유하는 상징처럼 회자되며, 특히 도화살이 의미하듯 잘 익은 복숭아처럼 탐스러운 여인의 육욕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사라지는 숱한 영웅호걸들의 말로를 경계하는 과일이기도 하다. 실제로 복숭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상큼하고 달콤하며 부드럽고 허물거리기도 하여 만인의 식탐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온몸이 가렵고 근질거리는 괴로움에 아예 입에 대지도 못하는 사람들도 꽤 존재한다.
천도복숭아라고도 부르는 천상에서만 맛보는 동양의 금단의 과일인 천도복숭아를 훔쳐먹고 난동을 피운 손오공을 주인공으로 하는 서유기의 첫 장면과 탁현의 유비가 도화 만발한 절기에 관우 그리고 장비와 함께 도원결의를 맺는 삼국지의 첫 장면까지 복숭아는 동아시아 판타지 소설 속에 어김없이 등장하며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의 희로애락을 유감없이 자극하고 있다.
도화살이라는 치명적 독을 가진 복숭아는 복숭아 두 개로써 세 무사를 죽인 이도살삼사二桃殺三士의 고사와 같이 우리는 모르고 있지만 인간의 오욕칠정을 자극하며 써 내려가고 있는 현대판 대서사시에 어김없이 등장한다. 삼국지의 첫 장면이 복사꽃 아래 도원결의인 것도 이도살삼사가 우리들의 도화살을 자극하면서 쾌락과 나락을 반복하는 것도 복숭아가 가진 치명적 매력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