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자리에서 다른 꿈을 꾸는 인간의 오래된 유전적 특징 때문에 우리는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아닐까? 46억 년의 지구의 역사, 38억 년의 생명의 역사 그리고 12억 년이라는 유성생식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유전적 차원의 완벽한 동질성이라는 무성생식의 역사가 26억 년 간 지속되었다.
불로불사의 세포가 유성생식을 통해 유한한 생명을 가지게 되었고, 대를 이어 살아가는 생명 중에 똑같은 생명은 더 이상 지구상에 존재할 수 없는 생명 다양성을 가지게 되면서 생명의 양뿐만 아니라 생명의 질까지도 폭발적으로 발전한 모습이 바로 우리들의 유전정보적 진화의 역사는 아니었을까? 지레짐작해 본다.
이처럼 유전정보적 진화가 종의 다양성과 생명의 질을 폭발적으로 발전시키면서 지구의 먹이사슬을 자연스럽게 이루어내었고, 우리 인류는 유전정보적 진화에 이어 인지혁명이라고 부르는 뇌정보적 진화마저 이루어 냄으로써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그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위치에 올랐다.
뇌정보적 진화가 폭발하면서 만들어낸 문명의 태동은 유전정보적 실상의 지구를 말과 글을 사용하는 가상의 세상으로 인류를 몰고 가면서 실상과 가상이 혼재하고 같은 자리에서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자고 새면 동상이몽同牀異夢으로 가득 찬 세상을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문명이라는 도구를 통해 만인을 향한 만인의 투쟁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쳤던 인류는 전쟁과 평화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동상이몽同牀異夢이라는 인간 심연에 깊숙이 내장된 본능과 동상동몽同牀同夢이라는 새롭게 받아들인 이성과 피할 수 없는 갈등구조라는 이중구속의 상태하에 놓이게 되었다.
대륙문명의 침략에 정면으로 맞선 청천강淸川江은 늘 한반도의 운명을 가르는 마지노선으로 을지문덕乙支文德장군이 수 양제 100만 대군을 몰살시키고 결국 수나라를 멸망하게 만든 서기 612년의 살수대첩에서부터 한국전쟁 당시 북진통일 직전 팽덕회가 이끄는 중공군이 집안에서 압록강을 건너 개마고원으로 스며들어 살수 청천강 전투를 통해 일거에 그 당시 세계 최강 군대인 미군을 섬멸하면서 한국전쟁의 전황은 다시 도로 38선 이남으로 밀리게 되었다.
이처럼 전쟁은 세계 패권질서 하에 놓인 다양한 국가들 간의 동상이몽同牀異夢에서 시작되지만 전쟁이 시작되면 일심단결하여 전장에서 절대 다른 꿈은 생각도 못하는 동상동몽同牀同夢으로 뭉친 군인들 만이 살아나 승리를 거머쥐는 어쩌면 어이없게도 단순한 구조인지도 모른다.
스탈린과 트루먼, 모택동과 김일성, 맥아더와 팽덕회 그리고 이승만까지 한국전쟁이라는 동상同牀에 앉아서 모두 동몽同夢을 꾸지 않았고 동상이몽同牀異夢에 취해 전쟁은 흘러가면서 한국전쟁의 전황은 남북으로 오르락내리락 승강하면서 스탈린이 원하는 성동격서의 소모전 트루먼이 원하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제한 전, 모택동이 원하는 중공군의 현대화 김일성이 원하는 적화통일의 권력욕, 맥아더가 원하는 패권질서의 주도권 팽덕회가 원했던 한반도 북쪽의 완충지대, 그리고 이승만이 그토록 꿈속에서라도 달성하고자 했던 통일된 대한민국이라는 동상이몽同牀異夢들이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듯 한반도에서 튀어나온 1950년대의 시대 상황은 판도라 상자에 마땅히 남아 있어야 할 희망마저도 날아가버린 듯 죽음과 파괴 그리고 암울한 현재와 미래만 포연과 함께 뒤덮고 있었다.
동상이몽同牀異夢은 이처럼 뿌리 깊게 한국전쟁의 관련 당사국들 모두에게 유전형질에 아로새겨질 정도로 뿌리 깊었으나 그러한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도 도로 38선과 다름없는 휴전선 이남의 대한민국은 뿌리 깊은 동상이몽同牀異夢이라는 본능을 극복하고 동상동몽同牀同夢이라는 국가적 어젠다를 설정하면서 공동체가 가져야 할 가장 순수한 의지와 이성을 바탕으로 산업화의 기적을 이루어내면서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동상동몽同牀同夢이라는 합심된 공동체의 선한 이성이 뿌리 깊은 동상이몽同牀異夢과 같은 본능과 충돌하면서 지금의 대한민국은 위기를 맞고 있다. 질긴 유전정보의 이기심을 극복하고 공동체를 위해 희생했던 동상동몽同牀同夢의 히든 히어로들이 이룩했던 번영된 대한민국이 도로 동상이몽同牀異夢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고 이미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동상이몽同牀異夢의 본능이 마그마와 같이 불타는 순간 대한민국은 위기와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는 단순하지만 어이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