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 윤 해 록 ] 오해誤解 오해鏖害, 이해利害 이해理解

by 윤해

한국전쟁이 끝나고 불과 15년이 지나고 분단이 고착화된 1968년은 대내외로 격동의 한해였다. 북한은 이 어수선한 틈을 노려 1월에 김신조의 남파 공작원 일당이 박정희 대통령 암살 목적으로 청와대를 습격한 1.21 사태, 이틀 뒤 동해에서 미국의 정보 함인 푸에블로호를 피랍한 푸에블로호 피랍사건, 그리고 그해 10월에 사흘간 무장공비들이 연달아 침투한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대응하여 1968년 4월 1일 향토 예비군이 창설되었으며 남북이 공히 각자의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역사안보교육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강당 마루 바닥에 앉아 이동 영사기 필름으로 제작된 6.25 동란 안보영화를 볼 때면 이 전쟁이 마치 각본이 짜인 영화처럼 밀고 밀리는 일진 일퇴의 공수가 교대되면서 진행되었고 결말도 또다시 38선 부근 휴전선에서 정전되면서 전쟁 전 분단 상태로 돌아가는 기막힌 마무리를 보면서 어린 마음에도 아쉬운 생각이 들면서 뭔가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다는 막연한 상상을 하곤 했었다.


이처럼 한국전쟁뿐만 아니라 거의 대다수의 전쟁은 오해誤解에서부터 시작되어 전쟁터를 참혹하게 오해鏖害시키고 이해利害 관계가 맞는 때가 오면 전쟁을 그치고 전쟁이 끝난 뒤 이러한 전쟁의 부조리 함을 대중들에게 이해理解 시키려 안간힘을 쓰는 네버엔딩 스토리로 보면 설명이 되려나 모르겠다.


난폭한 외교라고 부르는 전쟁의 거시사는 오해誤解에서 시작되어 전쟁터가 된 곳을 오해鏖害로 물들게 하고 이해관계利害關係를 따져 전쟁을 마무리하면서 오해誤解를 이해理解로 돌리려고 하는 자가당착적이고 모순된 일련의 행위이지만 숲을 못 보고 나무만 보는 대다수는 전쟁의 미시사, 즉 전쟁터가 되어 오해鏖害로 물든 전투 현장을 전쟁의 전부라 오해誤解 하며 전쟁의 전모를 호도하고 심지어 호도된 사실을 이해理解시키려는 전쟁 범죄자의 논리에 젖어 들어 전쟁의 본질을 망각하고 오히려 전쟁이 끝난 뒤 그들의 입지와 권력이 강화되는 웃지 못할 촌극이 연출되는 것이 전쟁의 가장 큰 비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이 이해理解는 우리의 감정을 건드려 강력한 기억을 우리 모두의 뇌리에 심어둔다. 이러한 기억의 파편들이 수없이 쌓인 각 개인들의 미시사가 전쟁의 본질과 전모를 구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전쟁사는 국가나 권력자들의 오해誤解에서 비롯된 전장의 오해鏖害를 제물로 삼아 그들의 이해관계利害關係에 따라 전쟁을 마무리하면서 대중의 기억 속으로 그들의 논리를 집어넣고 대중을 이해理解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1950년에 발발한 한국전쟁은 전쟁의 이러한 속성을 적나라하고 여과 없이 보여준 전쟁이었다. 전투병력을 파견한 16개국을 포함하여 67개국이 UN의 이름으로 참전하였고 지금도 일당 독재국가인 북한 중국 소련까지 참전한 것을 더하면 무려 70여 개국의 이해관계利害關係가 한데 엉켜 전쟁터가 된 한반도에서 뒤엉키면서 무려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피 터지게 싸운 한국전쟁의 가장 큰 특징은 역사 이래 가장 많은 국가가 개입된 가장 좁은 전쟁터라고 하는 본질을 보지 못하는 한 한국전쟁은 나무만 보고 숲을 지나치는 격화소양隔靴搔痒과 같이 신을 신은 채 가려운 발바닥을 긁어본들 아무런 효과가 없듯이 한국전쟁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나 요체를 놓치고 이러한 아무도 몰랐지만 간과하고 넘어간 사실들이 켜켜이 쌓여 전후질서를 교란시키고 남북분단에 이어 좌우분열이라는 한국 사회의 고질병을 잉태한 것은 아닐까? 지금이라도 늦었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한 전쟁범죄자의 권력욕과 성동격서를 노렸던 배후세력, 순망치한이라는 지극히 자국중심의 이해관계로 백만 대군을 한반도로 밀어 넣은 한민족 천년의 원수까지 침략자의 면모는 늘 가증스럽다. 이에 더해 세계 최강의 군대를 제한 전이라는 족쇄로 손발을 묶고 전쟁 중 장수를 교체하는 악수까지 거리낌 없이 저지른 책상에서 앉아 전쟁 현장을 지휘하려 했던 탁상공론의 주역들이 이해득실을 저울질하는 동안 전장은 순수한 피를 오해鏖害로 물들게 하고 수백만의 목숨이 한반도라는 좁디좁은 전장에서 죽어 나갔다.


이러한 참상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오해誤解로 시작되어 오해鏖害로 물들이며 이해利害로 마무리된 한국전쟁의 실체를 반드시 꼭 똑바로 이해理解할 필요가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윤 해 록 ] 막걸리 한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