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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해 록 ] 단도리와 유도리

by 윤해

소우주와 같은 인체도 수의근과 불수의근이라는 생명 활동에 필수적인 근육을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을 통해 절묘한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자율신경 실조증이라고 하는 알 수도 해결하기도 막연한 진단을 받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병원을 제 집 드나들 듯이 찾아가는 만성병 환자가 되어가는 것이다.

예로부터 번듯한 국가는 정책이라는 단도리를 치고 국민들은 그 정책에서 유도리를 발견하면서 대책이라는 것을 세우면서 단도리와 유도리는 마치 인체의 자율신경망과 같이 교감신경 부교감신경을 작동시키면서 수의근과 불수의근을 적절히 움직여서 국가는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이다.

우스개 말이지만 국가가 정책을 세우면 국민은 대책을 세울 수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는 정책은 실종되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땜질식 대책만 발표하는 나라이다 보니 국민들은 대책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그저 당할 수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정책은 실종되고 그때그때 대책이 남발되면서 자율신경과 같은 국가 기간망이 왜곡되면서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정확한 진단에 의한 치료를 공공연히 방해하는 암과 같은 매국노들이 득세하여 이성과 선의로 사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역차별을 넘어 심리적 좌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일까지 다반사로 일어나는 곳이 우리가 사는 공동체 이기도 하다.

단디 해야 할 위정자의 단도리가 노가다 현장 보다도 허술하게 행사될 때 국가 경쟁력은 바닥을 치고 국민들이 누려야 할 여유로워야 할 유도리는 빡빡하고 각박해지면서 공동체의 지옥도는 열리게 된다.

20세기 이후 제국주의의 종말을 알리는 1,2차 세계대전과 볼셰비키 혁명으로 공산진영과 자유진영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기준으로 세계는 양분되었다. 반으로 나누어진 세계에서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과 소련은 서로가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물밑으로 치열한 냉전을 치렀다. 88 올림픽을 분기점으로 체제경쟁에서 승리한 미국은 패권국이 되었고 소련은 해체되었다. 1990년 대 이후 유일무이한 패권국으로 독주해 온 팍스 아메리카나의 패권질서는 한 세대를 지나면서 중국의 부상과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마침내 2025년 도널드 트럼프 집권을 계기로 35년간 이어온 미국 주도의 세계 패권질서는 마침내 종언을 고하였고 지금 우리는 삐걱거리는 세계를 목도하고 있다.

제조업을 아웃소싱하고 그 공백을 금융으로 메웠던 패권국 미국은 그 아웃소싱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던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였다. 그 도전을 타개하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총동원하면서 핵심 제조기술과 제조업 공장을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려는 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캠페인으로 집권한 트럼프 2기 정부는 조금의 주저도 없이 기존의 세계 공급망 사슬을 서슴없이 파괴하면서 더 이상 자유 민주주의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하는 패권국이 아닌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발톱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19세기 제국주의 국가로 빠르게 회귀하고 있는 패권국 미국의 변신은 힘의 논리를 기반으로 이합집산을 반복했던 구한말 당시 제국주의 열강들의 이전투구 끝에 망국으로 달려간 트라우마를 재소환한다. 돌고 돌아 역사는 그때 그 시대로 돌아갔지만 망국과 건국 전쟁과 복구를 통해 120년이 넘는 단도리를 거쳐 우리 대한민국은 120년 전의 대한제국에게 없었던 유도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유도리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진 것이 아니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그리고 산업화의 영웅들이 120년에 걸쳐 피와 눈물로 쌓아온 유도리 임을 민주화를 참칭하고 집권한 지금의 위정자들이 만분지 일이라도 알고 있다면 입법과 행정에서 폭주하고 사법을 겁박하며 언론을 잠재우는 일에 단도리를 단디 하는 것이 국익이 아닌 사익을 앞세워 결국 망국의 길로 달려가게 한 민 씨 척족과 을사오적 그리고 혼군 고종과 다름없는 처신임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처럼 작은 생선을 굽듯 심혈을 기울여 관세압박을 통해 무역을 단도리 하는 트럼프 2기 정부 앞에 서서 변명과 거짓 그리고 선동으로 단도리 한다고 과연 지금 대한민국의 유도리가 지켜질지 백척간두에 선 아득한 느낌을 좀체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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