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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해 록 ] 임자任自를 만나는 순간

by 윤해

주객이 전도된 세상에서 저마다 셀프 임자任自들이 날 뛰고 있다. 임자任自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제 마음대로라는 의미가 강하다. 마음이라는 의미도 모호한데 그에 더해 자기 멋대로 역사에 감정을 집어넣어 기억을 조작하는 행태야 말로 공동체의 미래를 좀 먹는 것은 물론 나아가 공동체를 파멸로 이끄는 단초가 되기에 충분하다.

자연에서 나온 사람이 정주하면서 인간이 되고 인간이 만든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암묵적 합의가 제 멋대로 제 마음 대로 하지 말라는 것이며 임자任自는 세상 속의 개별 인간이 아니고 모든 인간이 모여 만든 세상이었다. 그러므로 우리 문명은 세상이라는 토대 위에서 건설되었고 유지되었으며 발전해 왔다.

역사를 단순히 사건과 사실의 나열로서 파악해 보면 정반합과 문명의 흥망성쇠 만을 볼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자세히 역사적 사건과 사실 너머에서 숨 쉬고 있는 원리를 통찰해 보면 역사와 문명의 임자任自가 따로 있다는 단순한 섭리와 마주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가 거쳐온 문명은 알곡과 가라지를 가려내는 지난한 작업의 연속이며 그 알곡과 가라지라는 문명의 수확물이 춘하추동이라고 하는 춘추의 역사에 기록되면서 알곡은 차곡차곡 우리가 만든 문명의 창고에 쌓이고 가라지는 불태워 사라지게 하면서 철을 모르는 철부지 인간에서 사계절을 훤히 볼 수 있는 사람으로 재탄생시킨 시간과 공간의 기록들이 역사이며 역사는 늘 주객전도된 임자任自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기나긴 여정이었다.

잃어버린 자의 가슴속에 피어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듯이 보다 소중한 것은 그것을 상실했을 때 더 크게 느껴진다. 우리 한 민족도 120년 전 망국의 그날 이후 비로소 이천만 동포 각자가 제 마음대로라는 임자任自를 만났고 제각각 분열된 임자任自를 버리고 대한독립이라는 한 마음으로 단결해 갔으며 그 망국의 식민지를 거치고 독립과 건국 전쟁과 산업화를 지나오면서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소중한 공동체가 우리의 임자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공동체는 그 대상이 국가이든 사회이든 단체이든 공동체의 임자라고 철석같이 믿는 개별 구성원들의 자유를 일정 부분 위탁받아 행사한다. 이것을 어렵게 말하면 대의 민주주의라고 하는데 민주화를 참칭 하는 매국 무리들은 이 부분을 제 마음대로 해석하여 한표 차이라도 선출만 되면 무한한 권력을 행사해도 되는 것처럼 오인하고 마치 유권자 모두에게 백지수표를 받은 것처럼 오만방자하고 독재적인 권력남용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행동은 선출직 권력 자신들이 임자가 아니고 공동체가 임자라는 사실을 망각한 행동이며 임자가 아닌 자들이 임자를 참칭 하면서 임자처럼 구는 것이야말로 본말전도를 넘어 주객전도의 세상으로 가자는 억지나 다름없다.

조지아주에 투자한 한국기업 직원들 300여 명이 쇠사슬에 묶여 검거되는 경악할 만한 사건이 터졌음에도 그렇게 임자를 자처하던 선출직 권력들은 이렇다 할 대응도 못하면서 언론 뒤로 숨고 반미 프레임으로 몰고 가려는 잔꾀를 보면서 MAGA를 내 세우며 미국의 국익을 위해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의 치밀함을 발휘하여 공동체의 임자가 과연 누구인가를 보여주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무대인 조지아에서 한바탕 난장판을 벌인 트럼프의 머릿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 있을지 궁금도 하지만 그보다는 진짜 임자를 제대로 만나 허둥지둥 대는 가짜 임자들의 가벼운 언행이 어디로 튀어 대한민국이라는 소중한 공동체를 위태롭게 할지 불안과 걱정이 교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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