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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해 록 ] UN군의 깃발아래 까마롱

by 윤해

개성과 고독을 좋아하는 나가 그 개성과 고독을 지킬 수 없게 되면 그 개성과 고독, 한마디로 말하면 자유를 지키기 위해 옆 사람과 힘을 합친다. 이러한 합친 힘이 열 사람 백 사람 , 만 사람 백만 사람이 되면 백만 대군을 거느리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백만 대군이라는 어마어마한 힘이 모여 각 개인의 개성과 고독이라는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부득이하게 개성을 죽이고 합심하여 승리하기 위해서 우리는 단 하나의 깃발아래 모이고 깃발을 높이 들어 깃발아래 하나가 되어 잃어버린 자유를 되찾기 위해 극한의 구속이 기다리고 있는 전쟁터로 뛰어드는 것이다.

이처럼 깃발을 높이 드는 기치旗幟의 의미는 어떤 일을 할 때 앞세우는 태도나 주장을 뜻하며, ‘기치旗幟를 세우다’는 이를 분명히 하거나 내세우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전쟁은 UN의 깃발아래 자유의 기치旗幟를 세우면서 참전한 최초의 전쟁이다.

6.25 전쟁 당시 참전국은 1951년 초까지 총 16개국이었다. 또한 유엔 결의문에 따라 회원국 및 국제기구들이 각종 지원을 하기 시작해서 5개국(스웨덴, 인도, 덴마크, 노르웨이, 이탈리아)이 병원 혹은 병원선 등 의료지원을, 그리고 40개 회원국과 1개 비회원국(이탈리아)과 9개 유엔 전문기구가 식량 제공 및 민간구호 활동에 참여하였다. 전체 파병 규모는 총 67개국으로 기네스북까지 등재된 이 전쟁에서 총 16개국이 전투 파병국으로서 우리나라를 위해 참전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국가가 하나의 국가를 위해 지원한 전쟁이라는 전대미문의 사실을 우리 국민들은 부지불식 간에 망각하고 산다.

임진강역에서 지평역까지 경의중앙선이 평화롭게 수도권을 오가는 지금의 번영된 대한민국을 가능하게 한 기적적인 전투가 경의중앙선의 종착역인 지평역이 위치한 지평리에서 1951년 2월 13일(음력 1월 8일) 밤 9시에 벌어졌다.

5만 대 4천이라는 절대 병력의 열세를 뒤집고 협곡도 계곡도 아닌 숯돌처럼 평평한 지평리 평야에서 지름 1.6 킬로미터의 원형 방어진지를 향해 달려드는 기고만장한 중공군을 상대로 까마롱이라고 외치며 백병전 끝에 중공군의 예봉을 끊고 패퇴시키며 지평리 전투의 서전을 장식한 프랑스 외인부대와 그 지휘관인 1892년 생 몽끌레아 중장과 같은 전쟁영웅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대대급 병력의 프랑스 외인부대를 지휘하기 위하여 중장에서 중령으로 셀프 계급강등까지 감수한 몽끌레아 중장은 1912년 프랑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1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일곱 차례의 치명적인 신체의 전상(戰傷)을 입어 90%의 장애등급을 받았고, 1927년 모로코 전쟁에 참전하여 놀라운 전공을 기록하여 국가로부터 두 번의 훈장을 받는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나치군에 무차별 공격을 가했고, 군인으로서 최고의 영예인 ‘드골상’을 수상하면서 장군으로 승진한 군인으로 모든 것을 성취했던 그가 환갑의 나이에 자원해서 프랑스 외인부대를 이끌고 한국전쟁으로 달려왔고 하필이면 절체절명의 전멸의 위기에 처한 지평리 전투에서 중공군의 포위섬멸 공격을 까마롱이라고 외치며 초전박살 낸 기막힌 필연을 단순히 우연으로 돌리기에는 지금의 번영된 대한민국이 너무나 창대한 것이다.

프랑스 외인부대가 착검을 하고 적을 향해 달려가면서 한 목소리로 외쳤던 까마롱이라는 돌격구호의 의미를 그들은 멕시코 까마롱 전투에서 마지막 한 사람까지 싸워 이긴 전투를 재현하고자 하는 목숨도 불사하는 감투정신이라 생각했겠지만, 까마롱은 5가지 감각영역이라는 까마와 좋아한다라고 하는 롱이 결합된 불교 용어이기도 하다.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라고 하는 육 근과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이라고 하는 육경이 만나 괴로움의 원인이 되고 깨달음의 장애가 되는 근원에는 무언가를 좋아하고 바라는 마음, 즉 감각적 욕망인 까마롱이 있음을 경계하는 의미의 까마롱이라는 구호가 왜 멕시코 카마롱전투의 지명이 되었는지는 알 도리가 없다.

나름대로 상상해 보면 열 배가 넘는 적을 향해 착검하고 달려가는 프랑스 외인부대의 개별병사들은 하나같이 승리를 위해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중에서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이라는 오감 만을 활짝 열어 극대화하고 개별생명체가 반드시 느낄 수밖에 없는 죽음의 공포감인 의意를 지우고자 까마롱이라 외치며 유엔군의 깃발아래 기적적인 승리를 일구어냈고 그 의意를 지우고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이라는 오감 만을 생각하며 죽음도 불사하고 UN의 깃발아래 자유의 기치를 세우고 싸워준 몽끌레아 중장의 프랑스외인부대 덕분에 오늘의 우리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와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을 느끼며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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