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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해 록 ] 자주국방이라는 환상

by 윤해

스스로 주인이 되는 길은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렵다. 목숨을 걸고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주인의 길이며, 말로만 자주를 외치는 자의 특징은 목숨은커녕 자신의 터럭하나 내놓는 것도 어려워한다.

특히 예로부터 창을 들고 나라를 지키는 국방의 의무는 공동체의 사활을 거는 중차대하고 신성한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자주는커녕 자조도 못할 자들이 평시에 큰 소리를 치면서 공동체의 실력에 거품을 불어넣고 공동체 구성원들을 한껏 고무시키고는 정작 누란의 위기를 당하면 공동체가 돌아가야 할 다리마저 불살라 버리고 나라를 폭망 시킨 역사적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나라를 지킨다는 것은 엄정하고도 주도면밀해야 한다. 다른 일과 달리 국방은 한순간의 과오로 국가를 멸망의 위기로 몰고 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난폭한 외교라고도 부르는 전쟁상황은 누구와 편 먹느냐 어디에 줄을 서는 가에 따라 국가와 국민의 명운이 좌우된다.

정주하며 문명을 세운 이래 수많은 국가가 훙망하고 성쇠 되었지만 그 흥망성쇠의 역사에서 자주국방으로 살아남은 나라나 공동체는 존재한 예가 없다. 자주국방은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희망일 뿐 생사가 교차되고 흥망이 갈라지는 전쟁 상황에서 나 홀로 자주국방이라는 환상을 가지는 즉시 여러 나라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하며 그 국가나 공동체는 필망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이 단순한 이치를 국뽕에 취하거나 매국노들의 선동과 호도에 국민의 눈이 가려지기 시작하면 국가는 몰락의 고속도로를 타기 마련인 것이다.

대한민국의 탄생은 세계사적으로 여러모로 특이하다. 1943년 11월 27일 2차 세계대전의 전후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카이로에 모인 미국의 루스벨트 영국의 처칠, 중국의 장개석은 특이하게 한국을 꼭 집어 독립시키겠다는 카이로 선언을 발표했고, 1945년 2월 얄타회담 7월의 포츠담 회담을 통해 일본에 의해 점령된 한반도의 해방을 약속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인류 초유의 원폭이 떨어졌고, 뒤이은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한반도는 해방되었다.

혼란했던 해방정국 속에서 유엔으로 한국문제가 이관되면서 유엔은 1948년 5.10 총선거를 실시하여 제헌국회를 구성하여 마침내 1948년 8월 15일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서 인정하면서 감격적인 대한민국 정부수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정부 수립 3년 만에 북한은 소련과 중공을 등에 업고 기습적인 6.25 남침전쟁을 일으켰지만 사상 최초의 유엔군이 결성되어 무려 67개국이 군사자원과 의료지원 물자지원을 한 끝에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렸던 대한민국은 유엔군의 도움을 받아 전세를 역전시키며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파죽지세로 올라가 통일을 목전에 두고 통한의 중공군 개입으로 한반도의 허리 155마일 휴전선이라는 분단선을 긋고 오늘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며 세계에서 가장 군사긴장이 높은 전선을 유지한 체 72년을 지나고 있다.

여기에서 대한민국은 물론 북한 중국 소련 심지어 최강국 미국 마저 한국전쟁에 개입할 때 67개국이라는 유엔 연합군의 이름으로 참전하였건만 실제 전쟁에서 자주국방을 부르짖으며 혼자서만 싸운 국가가 과연 역사상 존재할 수도 없고 더구나 그런 나 홀로 국가가 전쟁에서 승리한 예는 지극히 희박한 확률인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러나 입으로 싸우는 사람은 손, 아니 온몸으로 처절하게 싸워야 하는 전쟁의 생리를 상상도 못 한 체 자주국방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공동체를 멋진 환상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전쟁이 나면 제일 먼저 도망갈 자들이 동맹을 파괴하고 연합을 멀리 하면서 자주국방이라는 희박한 생존의 확률에 기대어 국가를 풍전등화의 위기로 밀고 가고 있음을 주권자 국민 모두는 두 눈 부릅뜨고 분별하고 그들의 경거망동을 기필코 막아야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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