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지만 길고 짧은 것은 대 보아야 알 수 있는 법이기도 하다. 사는 것이 기술의 영역인지 예술의 영역인지 사뭇 햇깔리기만 하는 2025년도 총총히 저물어가고 있다.
생명의 본질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떨리는 요동이며 무엇인가를 향해 더듬거리며 나아간다고 하는 분자생물학적 세포차원의 생명에서 출발한 46조 개의 개별세포가 하모니를 이루어 가면서 소우주와 같은 인간이 되고 개별인간이 모인 세상이라고 하는 무대 위에서 우리는 한 생을 살아가고 사라지는 인생의 한 바퀴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아트 포 라이프 Art for Life, 여기서 Art는 예술일까? 기술일까? 삶을 살아가는 법이라는 뜻의 Art of Life 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쏭달쏭하다.
삶의 기술이 되었던 삶의 예술이 되었던지 간에 기술과 예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삶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수긍한다. 푹 삶아서 숨 죽은 나물처럼 기진맥진할 때쯤 정신없이 거쳐온 한 생을 뒤돌아 보면 삶이 운칠기삼이라고 하는 알 수 없는 터널의 연속이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이도 있고, 거기에 더해 기술 삼도 아니다 라고 주장하는 운칠복삼까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삶의 궤적 자체를 조절한다는 것은 그것이 기술이 되었던 예술이 되었던 불가능하고 오로지 신의 피조물로서 기도하고 간구하는 삶 자체가 유한한 한 생을 사는 인간의 생명이 삶기고 저려지는 지난한 과정이요 통과의례가 아닐까? 지레짐작해본다.
2026년은 어떤 삶의 기술 아니 예술이 기다리고 있을지 가슴을 설레며 기다려지기보다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변곡점과 기술적 특이점 그에 더 해 모럴해저드를 두꺼운 선전선동으로 덕지덕지 붙이고 나타난 정치 경제 사회 사법 의료 조직까지 가히 총체적 난국이라 부를 만한 상황 속으로 우리는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세상은 지록위마와 혹세무민이 판을 치고 있고 그 안에서 생존해야 하는 개인들의 삶은 더 이상 운칠기삼이니 운칠복삼이니 하는 운과 복에 기대어 헤쳐나갈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각자 개인의 기술을 환상적인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리지 못하면 세상의 법이 아닌 밥으로 도태되고 마는 악세의 문턱에서 느끼는 서늘함은 겨울에 부는 차디찬 삭풍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75년 전 겨울 한국전쟁 당시, 함경산맥 낭림산맥과 개마고원 부전고원의 원시림 깊숙한 곳 중공군 제9병단 사령부 안에서 지휘관 쑹스룬 (宋時輪·송시륜)은 “여러분이 집에 들어온 뱀을 잡아 죽이듯 그렇게 미 해병대를 때려잡아 죽여야 한다!”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한편 미 10 군단장 아몬드 중장의 북진 명령에 복종하여 얼어붙은 장진호에 진입한 미 해병 1 사단장 스미스 장군이 느꼈을 서늘함은 야전전투경험에서 우러나온 정확한 판단이었지만 상명하복의 전장에서 명령복종은 판단동의와는 무관하게 미 해병 1사단을 중공군과 동장군이 함께 매복하고 있던 장진호라고 하는 사지로 깊숙이 밀어 넣고 있었다.
인간이 삶의 도정 중에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행위를 차분히 분석해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가 있다. 수학적 가정을 바탕으로 건설한 문명답게 세상 속의 인간들은 직전기억에 크게 의존한다. 직전 기억은 마치 문명을 건설한 수학적 가정과 같은 역할로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1950년 9월 15일 크로마이트 작전 OPERATION CHROMITE으로 명명된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대한민국의 운명은 180도 바뀌고 기세 좋게 선빵을 날린 북한군에게 유엔군은 저력의 카운터 블로를 날리게 되었다. 이처럼 반격의 결정타가 된 인천상륙작전은 작전 계획에 참가했던 10명의 장군 중 9명의 반대를 무릅쓴 맥아더 장군의 외로운 결정이었고 특히 브래들리 미 합참의장을 비롯한 미 국방부 장군들과 행정부 고위관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기어이 성공시킨 맥아더 장군의 원맨쇼였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는 작전이었다.
이처럼 직전 승리에 도취된 맥아더와 그의 휘하 아몬드 장군은 삶의 업다운 법칙을 망각하고 국공내전으로 단련된 중공군을 과소평가하면서 직전에 맛본 달콤한 성공신화를 이어나가려고 하는 희망회로를 풀가동 하면서 기어코 스미스 사단장이 이끄는 미 해병 1사단을 장진호라고 하는 사지로 밀어 넣고 미 해병 전사에 길이남을 패전을 기록하면서 스스로 무너져 버린 것이다.
기술인지 예술인지 운이지 복인지 모를 우리들의 삶은 이처럼 전쟁사만큼이나 오묘하고 극적이며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드라마다. 수그리고 웅크리며 낮은 자세에서 철모를 눌러쓰고 반전의 기회를 노리는 겸손함이 더욱더 요구되는 혹한의 2026년 앞에서 아트 포 라이프 Art for Life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