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옷을 입고 세상 속의 인간으로서 먹고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필수재가 의식주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우리가 생존경쟁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의 대부분은 보다 나은 의식주를 쟁취하기 위한 행동에 다름 아니다.
필수재인 의식주의 중요성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지만 의식주 안에서도 엄연한 서열이 있다. 즉 의가 가장 앞에 나오고 그다음 식이 있으며 마지막으로 주가 있는 것이다. 문화권에 따라 식의주라고 하여 식이 의보다 앞서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시대를 관통하는 문명의 가치관은 의식주라고 하는 필수재에도 서열을 매겨 무엇이 더 중한 가치인지를 저울질하고, 세상과 인간의 에너지를 결집시키면서 문명의 거대한 용광로 속으로 개별 인간들을 욕망이라는 불구덩어리 속으로 깊이 밀어 넣는 경우가 허다하다.
먹고사는 방편으로 빈 땅에 건물을 세우는 일로서 세상에 발을 디민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주거문화를 바라보면 할 말도 많고 해 줄 말도 가득하지만 입을 열어 자칭 전문가 행세 하는 사람치고 주거를 통해 폭리를 취한 사람들은 의외로 드물다.
부동산의 속성을 가진 건축물은 땅 구입부터 시행이 시작된다. 뒤이어 설계와 시공 그리고 분양이라는 것을 무사히 마쳐야만 시행의 9부 능선을 넘고 분양 후에도 정산과 수년간에 걸친 AS 그리고 입주가 시작되면 관리와 유지보수가 진행되고 세월이 흘러 노후화된 건물은 철거와 재건축이라고 하는 부동산과 건축의 일생은 땅에서 나와 땅으로 돌아가는 사람의 일생과도 닮아 있는 지난한 마라톤 경기와도 같이 자본 인력 시간이 어우러져 돌아가는 그야말로 공사판이요, 난장판과도 같은 아수라장이 되기 쉽다.
더구나 압축성장과 개발독재를 지나오면서 폭발적 성장을 거듭한 대한민국이 달려온 토건문화는 세계사적으로도 가히 압도적이고 경이로운 개발기록을 갈아치웠으며 특히 그 정점에 서있는 아파트 문화는 다이내믹 코리아가 이룩한 성취의 단물을 모조리 빨아들이며 물질적으로는 거대한 이익세력으로 , 정신적으로는 전체집단의 가치관 아노미를 가져오면서 비싸면 좋다는 배금주의 사상을 온 국민에게 깊숙이 각인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정점은 서울의 도시철도망과 광역교통망과 같은 교통 인프라, 한강을 비롯한 수많은 공원을 포함한 환경 인프라, 이에 더해 교육인프라까지 독점하고 자리 잡은 고층아파트이며 이제 그들의 몸값은 마치 미술품 경매장에서 고가의 예술품처럼 천정부지의 호가를 외치면서 다 썩어빠지고 녹물 가득하며 아침저녁으로 차 빼주기 바쁜 50년 된 아파트의 호가가 더 오르기를 눈이 빠지도록 쳐다보고 재건축 잭팟 신화를 터뜨려줄 고도를 기다리며 과거의 행운에 기대 현재를 탄압하고 미래의 횡재에 목말라하는 것이다.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라고 하는 오래된 속담이 의미하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서울 집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반도는 중앙집권을 하기에 천혜의 지리환경을 타고났다. 광활한 중국대륙처럼 대운하를 파지 않아도 지방의 물자를 조운선에 실어 남해 다도해의 리아스식 해안을 통하여 서해를 타고 올라와 한강을 거쳐 마포나룻가에 부리는 기막힌 물류시스템을 통하여 물자는 옮기고 혹여라도 지방의 반란세력들이 서울을 범하는 것을 원천봉쇄하고자 서울로 향하는 육로폭을 극도로 제한했던 천년 한반도 중앙집권의 역사는 그 어느 나라 보다도 공고하고 유구하기까지 하다.
천년의 공고했던 중앙집권의 역사를 단숨에 부서뜨린 사건이 6.25 전쟁이며 전후 대한민국의 기적이 한강의 기적으로 호도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수십 년에 불과했고 우리는 또다시 한반도 중앙집권화의 새천년을 생생히 뼈저리게 목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의식주가 식의주로 식의주가 주식의 로 우리의 필수재의 중요도가 가치전도 되어 가는 동안 생존의 필수재가 오히려 지속가능한 생존의 걸림돌로 자리 잡고 암세포 마냥 나 홀로 아리랑을 부르는 동안 이 땅의 젊은이들은 좌절을 넘어 둥지도 틀지 못하고 고사하는 인구절멸의 선두세대가 되고 말았으니, 실로 개탄해야 할 최우선 문제가 가치전도된 서울의 의식주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