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7
에드워드 알몬드 중장은 한국전쟁 당시 미 제10 군단장으로서 인천·원산 상륙작전을 지휘하고 흥남 철수에서 10만 명의 민간인 피난민 수송을 결심하고 실행한 독특한 이력의 장군이다.
1960,70년대 학교 강당에서는 반공교육의 일환으로 6.25 동란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자주 상영되었다. 티브이는 물론 라디오도 귀하든 시기 영사기 필름이 돌아가면서 대형 흰색 천 스크린 위에 펼쳐진 활동 사진들은 영상이라고 하기에도 스틸 사진이라고 보기에도 민망한 만화 삽화의 수준이었지만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도무지 없었던 그 시절에는 몇 번 보아도 질리지 않는 표정의 까까머리 코흘리개들의 초롱 초롱한 눈망울들이 학교강당의 차디찬 마룻바닥을 후끈한 열기로 채우고도 남았다.
전쟁과 평화가 반복되는 세상은 늘 전쟁이 기본값이다. 즉 짧지만 강력한 트라우마를 강제하는 전쟁의 공포가 길지만 느슨한 평화의 추억을 압도한다. 이러한 기본값 때문에 전후에 태어난 전후세대들도 전쟁의 상흔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오히려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 보다도 폭넓게 전쟁의 경과와 전모를 파악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횡축이 좁고 비교적 종축이 긴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을 이해하더라도 38선이라는 하프라인을 두고 마치 일진일퇴의 축구 경기를 보는듯한 6.25 동란 다큐멘터리 영화는 어린 마음에도 누가 기획하고 조율하다가 도로 38선 부근 휴전선에서 종전이 되는 어이없는 결말까지, 무승부의 안도감보다는 아쉬움이 앞서는 한 편의 드라마틱한 축구경기를 관전하는 느낌이었다.
낙동강 방어선의 워커, 인천상륙작전의 맥아더, 장진호 전투의 스미스에 가려 이들과 동료이자 상관이자 부하이기도 했던 에드워드 알몬드는 이 모든 곳에서 극동군 참모장이자 맥아더가 창설한 초대 10 군단장으로서 음지와 양지를 가리지 않고 관여했으면서도 존재감 없는 장군의 모습으로 한국전쟁에 뛰어들었다
평시의 세상에서도 탁상공론과 현장감은 엄연히 다르다. 하물며 전시의 전장에서 느끼는 현장감은 그 중압감이 상상을 초월하리라 쉽게 짐작된다. 파죽지세로 압록강 두만강 국경까지 진출한 유엔군과 국군이 장진호에 갇혀 허우적거리면서도 하갈 우리 비행장이라는 교두보를 통해 중공군과 분전하면서 함흥평야를 통해 흥남항으로 질서 있는 퇴진을 하는 동안 10만 명 이상의 군인과 이루 헤아릴 수도 없는 보급품과 군사장비를 안전하게 철수시켜야 한다는 명령이 10 군단장 알몬드 중장에게 하달되었고, 그는 미 공군의 막강한 공중화력 지원을 받으면서 차곡차곡 흥남철수 작전이라는 전사에 길이남을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역사의 미래는 누가 그 시험대에 올라탔는가에 따라 격변한다. 즉 시험대에 오른 사람의 사소한 성향 인성 감정에 따라 미래는 변침하고 결과는 격동하는 것이다. 야전 사단장으로서의 실패를 딛고 맥아더 원수의 극동사령부 참모장을 역임한 알몬드는 외아들, 사위가 전쟁에서 전사하면서 벤 플리트 장군과 더불어 전쟁에서 자식을 앞세운 미군 장성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이 때문에 미국 정부 역시 알몬드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맥아더가 창설한 10 군단장에 보임되어 마침내 흥남철수 작전의 최고 책임자로서 눈보라가 휘날리는 흥남부두에서 남극의 펭귄처럼 도열해 있던 10만의 피란민들의 생사여탈권이 오롯이 알몬드의 결정에 달려 있었고, 우여곡절 끝에 알몬드는 10만의 굳세어라 금순이를 태우고 1950년 12월 24일, 메리더스 빅토리아(SS Meredith Victory)호로 상징되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완성한 주역이 된 것이다.
만우절 탄생화이기도 한 아몬드 꽃은 희망, 기대, 진실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진실한 사랑은 전쟁 중에 신기루나 오아시스처럼 피어나는 휴머니즘의 흔적이자 그림자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피칠갑을 뒤집어쓰고 죽고 죽이는 전장의 폭력이 난무하는 가운데 단 한 번의 결정으로 10만의 생명을 살린 알몬드 장군이야 말로 그의 가문이 상징하는 꽃말 진실한 사랑을 실천하였고 동시에 그가 살린 10만의 피란민들에게 새로운 삶과 함께 전후 대한민국 번영의 기대를 희망으로 뒤바꿔 놓은 세계 전사에서 유례가 없는 대단한 결정이었음을 그 당시 알몬드는 짐작도 못했을 것이다.
서해안 인천, 동해안 원산으로 상륙하여 비록 천년의 적 중공군의 매복에 걸려 북진통일을 눈앞에 두고 장진호와 태형의 계곡에서 막대한 희생을 치렀지만 그들이 뿌린 피가 북한을 적시며 북한 동포의 가슴에 타올라 동해안 흥남부두로 달려간 북한의 수많은 굳세으라 금순이들을 탈출시킨 알몬드 주역의 한민족 대서사, 흥남철수작전이야말로 동서남북 종횡무진縱橫無盡했던 미완의 통일전쟁 6.25 전쟁의 최대수확이자 남북한 체제경쟁을 넘어 동서냉전이라는 세계사적 경쟁에서 먼 훗날 최종적 승리를 가져오게 한 귀중한 초석이요 기적이었음을 이제는 좀 알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아몬드Almond가 견과류가 아니라 과일인 것처럼 알몬드Almond 장군도 전공이 뛰어난 전장의 명장은 아니었지만 전장에서 진실한 사랑이라는 희귀한 가치를 구현해낸 전사의 명장으로 우리들의 가슴에 담을 충분한 자격이 있는 장군은 아닐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