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3. 18
2008년 8월 8일 오후 8시 화려한 개막식을 시작한 북경 올림픽은 1839년 아편전쟁 이후 170여 년 간 짓밟힌 중화질서 부활을 세계에 알린 거대한 퍼포먼스였다.
그로부터 4년 뒤 2012년 후진타오의 뒤를 이어 주석으로 취임한 시진핑은 상하이방 공청단 태자당이라고 하는 중국권력 3대 파벌의 권력구조 속에서 출범하였고, 이후 보시라이를 잔인하게 숙청하면서 등소평 이래 공산당 집단지도 체제를 통해 권력분점의 전통을 깨고 시진핑 자신에게 권력을 독점시키는 중국굴기의 서막을 열었다.
2014년,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던 중국의 경제 수도 상하이의 관문공항인 푸동 공항을 통해 입국한 우리 가족은 욱일승천하는 황룡의 모습과도 같았던 그 당시 상하이의 발전을 피부로 느꼈다.
아시아의 물류 허브로서 명실상부하게 자리 잡은 상하이의 발전상은 거리를 오가는 중국인뿐만 아니라 와이탄 황푸 강가를 분주히 오가는 수많은 외국인들의 면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달 정도 상하이에서 중국의 속살을 확인하면서 본 항만 공항 고속철로 이어지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의 결과물은 압도적인 규모였고, 그 당시 모두는 170여 년 만에 찾아온 중국의 굴기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난징동루를 지나 대로변 안쪽의 후미진 골목길 선물 가게 앞에서 처음 본 중국산 드론은 한편으로는 조악하기 짝이 없는 장난감 같았지만 리모컨을 통해 웅웅 거리며 작동하는 프로펠러가 돌아가면서 전후좌우 아래위를 활공하는 자체가 그저 신기했다.
결국 득템에 성공한 막내아들 손에 쥐어진 몇만 원짜리 드론 장난감과의 만남이 드론 실물과의 첫 만남이었다. 물론 그 드론은 몇 차례의 비행과 충돌 끝에 구입한 지 며칠 만에 웅웅 거리는 드론 본연의 의미와 기능을 상실하면서 영면에 들어갔지만 처음 본 드론의 미래가 인류의 복리에 기여할 것이라는 희망찬 기대를 가졌다는 기억만큼은 지금도 생생하다.
드론 DRONE의 사전적 의미는 낮게 윙윙거리는 소리, 게으름뱅이, 단조로운 소리, 꿀벌의 수컷, 무위도식자, 사람이 타지 않고 원격조종한다고 하여 무인비행기라는 의미이다. 이처럼 사전적 의미는 다양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드론은 무선조종에 의한 무인비행 기기를 말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고, 필요는 발명을 낳는다. 세상은 인간이 만든 가상세계답게 세상의 구성원인 인간이 무엇을 보는가? 즉 가치관과 의식의 흐름에 따라 가상은 실상으로 재구성된다. 그리고 가상으로 시작된 실상은 현실이 되어 우리를 미래로 데려간다.
마치 언어로 발전하지 못한 네안데르탈인의 허밍처럼 낮게 윙윙거리는 소리로서의 의미인 드론, 인류의 복리에 등한시하면서 게으름을 한껏 피우는 게으름뱅이라는 의미의 드론, 단조로운 소리를 내는 무위도식자 로서의 드론, 마지막으로 여왕벌과의 일생일대의 혼인비행을 위해 하늘로 날아오르는 수컷 꿀벌과 같은 의미로서의 드론이 무선조종과 무인비행의 기술력과 결합하여 십여 년의 세월이 지나오면서 중국산 저가 드론이 러우전쟁에 도입되면서 전쟁의 살상력은 배가되었다.
마치 네안데르탈인의 허밍처럼 낮게 윙윙거리며 호모사피엔스 군인들을 저격하고 살상하는 비대칭 무기로 탄생된 드론, 무위도식하고 게으름을 피우는 게으른 수컷 벌들이 단 한 번 여왕벌을 향하는 혼인비행에 사활을 거는 벌떼처럼 달려드는 드론이 중동전쟁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비대칭성 살상파괴 무기로 등장한 역사의 아이러니를 바다 건너 불구경으로 보고 있는 우리는 기술 발전이 인류를 효과적으로 살상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언제쯤 끊을 수 있는 건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반복하는 역사의 평행이론 앞에 그저 아연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