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3.30
기원전 1750년에서 1755년 사이에 만들어졌다고 추정되는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하는 동해보복 원칙, 즉 탈리오 법칙 lex talionis이 적용된 법전이다.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하고 사람의 팔을 부러뜨린 자는 팔을 부러뜨리고 눈을 멀게 한 자는 눈을 멀게 하는, 현대의 자유형 형벌에 익숙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무시무시해 보이고, 반대로 엄벌주의자들은 고대시대 법이 차라리 더 합리적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함무라비 법전은 1901년 프랑스 발굴가에 의해 페르시아(현재의 이란) 수도였던 수사에서 발견되었고, 발견 후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전시되고 있다. 법전은 아카드어로 기록된 쐐기문자(설형문자)로, 서문·본문·종결문으로 구성되며 서문에서 신의 권위로 통치권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내용은 형법, 가족법, 물권법, 상법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며, 함무라비 법전이 ‘세계 최초 성문법’으로 소개되지만, 이후 우르남무 법전 등 더 오래된 법전이 발견되어 최초의 성문법이라는 논란이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법은 상식과 도덕의 최소한이어야 한다. 즉 상식과 도덕의 잣대마저 뛰어넘어 상대를 처벌하려고 할 때 법은 더 이상 물이 흘러가듯이 상선약수로 작동하지 않고 법의 탈을 쓰고 소크라테스를 독살시키거나 빵 한 조각을 훔친 장발장을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키려고 달려들면서 온갖 추악한 짓을 저지르는 자들의 도구이자 하수인이며 보호막을 자처하는 악법으로 달려가는 법이다.
이처럼 법은 질서과 혼란이라고 하는 야누스적 존재이자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판도라의 상자이기도 하며 나아가 1만여 년 간 인류가 쌓아온 합리적 지성의 최소한이기도 한 것이다.
원리가 세상에 의해 부정당할 때 자연의 섭리를 돌아보듯이 상식과 도덕이 법에 의해 짓밟혀 버릴 때 우리는 동해보복법으로 상징되는 최초의 성문헌법, 함무라비 법전을 떠올리게 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출발한 바빌로니아 문명을 가로지르는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 강이 위치한 페르시아를 연일 강타하면서 야기된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는 성경의 원리와 코란의 원리가 충돌하는 종교전쟁을 지나 페트로달러 라고 하는 미국중심의 패권질서 마저 뒤흔들면서 동해보복법으로 상징되는 함무라비법전이라고 하는 실상의 성문법 체계가 이제 용도폐기되고, 암호화폐와 AI가 상징하는 가상의 불문법 체계로 접어들면서 성문법 체계의 문명의 원리보다는 불문법 체계의 자연의 섭리가 지배하는 세상으로 우리 인류가 이행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성경의 원리를 앞세워 코란의 원리를 철저하게 짓밟으려는 이스라엘의 생존 방식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하는 동해보복법으로 맞서는 이란의 대응, 그리고 그러한 원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연의 섭리가 그러하듯이 무자비한 힘을 휘두르며 약육강식의 섭리대로 새로운 먹이사슬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패권국 미국의 세계 전략에 세상은 요동칠 것이며, 새로운 질서는 늘 압도적 기술 발전보다는 막대한 피의 희생 위에서 이루어진다고 하는 평범한 역사적 섭리가 그대로 시연되는 일상 앞에서 역사의 평행이론은 오늘도 쉼 없이 반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