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르 파티, 카르페 디엠, 메멘트 모리

by 윤해



2024.02.26

운명을 사랑하고, 오늘을 잡고, 죽음을 기억하라.

사람은 한생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나르시시스트적인 자기애가 있어야 한다. 자기를 사랑한다는 의미는 천지지간 만물지중에 유인이 최귀하다는 동몽선습에 나오는 동양사상과 일맥상통한다. 여기서 유인 즉 오로지 인간은 천지간에 둘도 없는 생명인 바로 자신을 가리킨다. 우리는 남을 사랑하기 전에 우선 자기를 사랑해야 한다.

이러한 제대로 된 자기애를 바탕으로 자기를 움직이는 운명을 사랑하면 저절로 타인과의 관계도 매끄럽게 되면서 인류를 향한 사랑마저도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을 사랑하라는 카르페 디엠은 지나온 과거인 히스토리와 다가올 미래인 미스터리에 골몰하는 대신에 프레젠트라고 하는 말 그대로 현재의 선물에 집중하라는 의미다.

그의 이야기라는 His story 에는 일인칭 나와 이인칭 네가 없는 삼인칭 그의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다. 즉 과거라고 하는 것은 너도 없고 나도 없는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며 듣지도 못하는 그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오지 않은 미래는 오로지 추측하고 추리할 뿐이다. 그래서 미스터리하고 불확실하며 유동적이다. 따라서 미래는 늘 뜬구름이며 애드벌룬이다.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없는 허상의 수수께끼 같은 대상이 우리의 미래다. 다가서면 저만치 달아나는 미래양을 애타게 그리워하며 짝사랑하는 Mr. Lee(미스터리)가 우리의 미래인지도 모르겠다.

카르페 디엠, 오로지 잡을 수 있는 현재에 삼매 하여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다 보면 나와 너의 이야기인 선물 같은 현재가 축복 속에 보이는 원리가 오늘을 잡는 지혜에 녹아 있다.

오늘을 잡고 삼매 하다 보면 덤으로 얻는 것이 운명도 사랑하는 것이다. 움직이라는 명령 운명과 자라는 명령 숙명을 함께 받은 우리 인간은 이 둘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며 살아가는 초라한 영혼이다.

세상에 태어나 자기 주도적으로 살기에는 한참 힘이 모자란 어린 우리들에게 가정과 조직으로부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진 무언의 압박과 제약 속에서 자기만의 고유한 운명과 숙명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 솔직한 우리의 삶이다.

움직면서 꿈꾸고 꿈꾸면서 자고 자면서 몸부림치는 운명과 숙명의 엇박자 속에 자기애를 기반으로 하는 자기만의 고유한 리듬을 찾아내어 우주적 기와 소통하며 오늘을 잡아 현실에 삼매 하는 능력이야말로 우리가 운명을 넘어 숙명까지도 사랑하는 능력이다.

운명을 넘어 숙명까지 사랑하다 보면 인간으로서 옷을 벗는 죽음에 다가간다. 메멘트 모리가 개선문을 통과하는 시저의 귀에만 속삭여야 하는 경구가 아니다.

유한한 삶을 사는 우리 모두는 끝이 있음을 경각하지 않으면 축복 같은 오늘이 하늘같이 늘 있는 줄 깜박 속는다.

운명과 숙명 속에 사랑을 완성하고도 집착이라는 괴물에 이끌려 추하게 늙어간다면 이 모든 노력은 허사로 돌아간다. 아름다운 퇴장을 위해서라도 늘 죽음을 기억하고 우리를 다잡는다면 오늘이 환한 선물같이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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