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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by 김태상

귀가

- 李箱의 「날개」에 붙여


1

길은 일방통행인가

더 걸어볼 심산으로 거릴 쏘니다 만나는

아내의 내객


당신 여잔 아름답소

당신 여잔 부유하오


아내가 소중하면

아내의 내객도 내겐 소중한 사람


어깰 툭툭 치며 켜세우는 이에게

수면제가 아직 붙어 있는 굴로


2

길은 일방통행인가

거리를 배회하는 나의 외출은

아내에게 바치는 유일한 겸손


당신 여잔 아름답소

당신 여잔 부유하오


아내가 쥐여 준 용돈이 다 떨어진 저녁

아내의 내객 모자란 나의 술값을 치르고


되돌아갈 수 없는 길에서

아내 멀어지는 풍경처럼 점 사라


3

나의 발길은 어느새 막다른 골목

벽에 부딪쳐 튀어나오는

나의 독백은 유언 같은 고백


마지막 내객 떠날 시간

환청처럼 아내의 목소리상에서


다시 한번 훨훨

아내가 있는 집으로 날아가게


돋아라 날개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의 가냘픈 날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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