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황제 네로와 트럼프의 평행이론

이란과 전쟁 벌인 것까지 똑같아

by 어나미

핀란드의 주요 일간지 헬싱긴 사노맛(Helsingin Sanomat)에 날카로운 칼럼이 실렸다.

제목은 "정치적 우화: 네로는 로마의 황제이자 상 사냥꾼이었다."


역사 속 네로 황제를 갑자기 지금 시점에서 소환한 이 글은, 2026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강렬한 기시감을 선사한다.


상(賞) 사냥꾼

기원후 66년, 황제 네로는 전차 경주에서 낙마해 결승선도 통과하지 못했지만, 심판들은 그를 우승자로 선언했다. 칼럼니스트 아이토코스키는 그래서 그를 '상(賞) 사냥꾼'이라 명명했다.

네로 (AD 66): 실력과 상관없이 모든 우승컵을 독식하며 자신의 위대함을 '공인'받으려 했다.

트럼프 (2025~2026): 취임 첫날 가짜 타임지 표지를 걸어두었던 일화부터, 자신을 향한 모든 찬사를 '역사상 최대'라고 규정하는 모습은 네로의 우승컵 집착과 닮아 있다.


이름을 새기는 자: 케네디 앞에 트럼프 이름 추가 시도

네로는 경기 대회 '네로니아'를 만들고 모든 동전에 자신의 얼굴을 새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국가적 유산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데 거침이 없다.

네로: 로마의 영광을 상징하는 곳곳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권위를 과시했다.

트럼프: 최근 워싱턴의 상징적인 문화 랜드마크인 '존 F. 케네디 센터'의 명칭을 변경하려는 시도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비록 강력한 반대 여론에 부딪혀 공식 명칭 변경이 최종 관철되지는 못했으나, 자신의 이름을 국가적 성지에 덧씌우려 했던 그 '시도' 자체가 네로식 욕망의 현대판 버전임을 칼럼은 지적한다.


이란 전쟁 — "이미 이겼다"는 선언

네로 시대 로마는 파르티아(오늘날의 이란)와의 전쟁에서 실질적으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이벤트를 열어 이를 '로마의 대승리'로 둔갑시켰다.

네로: 실질적인 패배를 외교적 수사로 가리고, 성대한 왕관 수여식을 통해 대중에게 '정복자'로 기억되길 원했다.

트럼프: 현재 진행 중인 이란 전쟁에서도 같은 양상이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는 위박한 상황 속에서도, 그는 SNS를 통해 "우리는 이미 승리했다", "전쟁은 끝났다"고 반복해서 선언하고 있다.


아첨꾼의 세계와 마지막

네로: 그가 노래할 때 관중은 박수를 멈출 수 없었다. 멈추는 순간 어떤 보복이 따를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황제는 심판들의 미세한 침묵조차 '적대감'으로 해석했고, 비판이 거세거세된 오직 찬사만이 허용된 세계에서 살았다.

트럼프: 취임 직후부터 자신의 취임식 인파를 '역사상 최대'라고 주장하며, 이에 반박하는 언론을 '국민의 적'으로 규정했다. 현재 이란 전쟁 국면에서도 그는 자신에게 쓴소리를 하는 전략가들을 배제하고, 오직 "우리는 승리하고 있다"고 확답하는 충성파들로 내각을 재편했다. 현실의 전황보다 리더의 기분을 우선시하는 아첨꾼들의 장막이 2000년 전 로마의 궁정처럼 현대의 백악관을 감싸고 있는 셈이다.


원로원의 지지를 잃고 근위대의 음모에 몰린 네로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조차 자아도취적이었다. "세상이 나 같은 예술가를 잃다니!"


그가 죽은 뒤 그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따냈던 그의 모든 우승 기록은 모두 무효로 선언되었다. 강제로 받아낸 박수와 이름 새기기는 권력이 사라짐과 동시에 신기루처럼 증발했다.


나가는 말

칼럼니스트 아이토코스키는 결론은 내리지 않는다. 다만 묻는다. 2000년 전 로마의 관중들처럼, 그 '누군가'를 둘러싼 관중과 측근도 그가 연출한 화려한 '명칭 변경식'과 '승리 선언' 앞에서 마지못해 박수를 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인간 유형은 반복된다. 그리고 비슷한 유형의 통치자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좌에 다시 앉았을 때, 역사는 '정치'가 아닌 '우화'로 다시 전락해 버린다.


참고 원문: * Heikki Aittokoski, "Poliittinen eläinsatu: Nero oli Rooman keisari ja palkintorohmu," Helsingin Sanomat, 2026.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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