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17

아픔 속 소녀는 죄인이었다.

by 기도집주인딸

2024.9.19

짊어지기 버거운 짐을 들쳐멘 채
소녀의 눈에는 슬픔이 어린다.
그는, 그 슬픔을 보았다.

자신의 아픔을 감추고
속으로, 속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는 소녀.
그는 그 가엾은 마음을 알아채고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한숨 속 한탄은
바람을 타고 흘러가
소녀의 두 귀에 스며든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바람은 죄가 없다.

아픔을 담느라 지친
소녀의 헝겊주머니는
이내 터지고 만다.

소녀는 헝겊을 어떻게든 꿰매
다시 아픔을 담는다.
그리고 또, 반복한다.

그렇게
눈으로,
코로,
입으로

빠알간 피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소녀는 그 고통을
더는 견디지 못한다.

그리고 그는,
그 소녀를 바라보던
자신의 눈빛을
끝내 마주하지 못한다.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난다.

다행히도, 아주 다행히도
이건 이야기로만 끝났다.

이전 16화기도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