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16

가을이 온답니다.

by 기도집주인딸

2024.9.13

그토록 뜨겁던 태양은
조금씩 사그라지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은행잎은
하굣길 내 발끝에 슬슬 나뒹굽니다.

가을의 향기는 넘실넘실
내 코를 간질이며 다가오고,
열심히 견뎌낸 여름을
누군가 다독이지 않더라도—

이 순간만큼은
단풍을 머금은 웃음이
나를 향해 살며시 지어집니다.

사랑 담긴 초콜릿 선물처럼,
그리운 사람과 웃음을 나누듯이,
다른 이들은 눈치채지 못할지라도
내겐 아주 또렷한
가을의 빛이 다가옵니다.

그 빛은 더 이상
그저 뜨거운 태양이 아니라,
가을로 건너가는 모두를
살포시 받쳐주는 빛입니다.

가을이 온답니다.
참, 더운 여름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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