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32

초콜릿이 없는 초콜릿

by 기도집주인딸

2024.11.22


주머니 속 바스락거림의 외침이 들려온다.
초콜릿 포장지.
달콤한 초콜릿은 포장지 품을 떠난 지 오래인 비닐쪼가리.
구석에 처박혀 지내다 쓰레기통에 버려짐을 모른 채
울어가는, 결국은 ‘쓰레기’라 불리는 것.

어쩌면 그것보다는 조금 나을까.
그런 삶보다는 괜찮지 않을까.

돌고 돌아 다시 미로 벽에 가로막히고
다른 모든 것에 처박히는 스토리.
계속 반복되는 절망의 늪에 빠지는 일상.
아무리 그 좋은 머리로 고민해도
도저히 나오지 않는 정답.

웃어도 씁쓸한 웃음밖에 나오지 않던 그때,
답답한 내 자신이 검은 창문에 비쳐온다.
까맣디 까만 투명한 창문과
한심하기 그지없는 나.
정말 완벽한 조합이다.

그런 짜증 나는, 멈춘 시간 속
초침이 흐르기 시작한다.

뿌연 안갯속에서
날 항상 괴롭히던 미래라는 존재가
날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난, 그 흐르는 시간이
날 변화시킨다는 걸 알아버렸다.

앞으로도 시간은
계속 멈췄다 흐르길 반복할 거고,
이런 반복되는 늪의 이름은
‘절망’만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도 깨달았다.

초콜릿이 없어질 때
난 남들 손에 버려지지만,
초콜릿이 없어야만
나는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다.

내가 고갤 들고 당당히 걷게 될 날은
오늘이 아닐지라도
그날은 반드시 올 것이다.

난 초콜릿이 없다.
있었지만 없어졌다.

그러나
내가 있을 곳은
주머니 구석도,
쓰레기통도 아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일 것이다.

무너지는 건
끝과 시작이다.
옛 모습의 끝과
새로운 모습의 시작.

이전 06화기도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