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31

돛단배의 항해

by 기도집주인딸

2024.11.11


애써 괜찮아 보이려 포장했던 장식품들이 부서진다.
쨍그랑, 쿵쿵쿵.
사정없이 깨지고 부서진다.
화려했던 장식품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자리엔 작은 배 하나만 남는다.

이 작은 몸뚱이로 어디를 향해 갈 수 있을까.
아니, ‘항해’란 단어조차 이 배에겐 과분하다.
그저 바람과 파도에 휩쓸려 이리저리 떠다니는 배.
그게 이 작은 돛단배를 설명할 수식어일 뿐이다.

이 배는 연약한 나무배다.
곳곳에 상처도 많다.
하지만 바닷물이 스며들 구멍 하나 없이
기적처럼 버티고 있는 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작은 배에 누가 눈길을 줄까.
역시나, 한 달, 두 달.
긴 시간이 흘러도 누구 하나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렇게 배는 어딘가로 떠나보지도 못한 채
물 한 방울 닿아보지 못한 채
조용히 사라질 운명에 놓인다.

그러던 어느 날.
다행히도 누군가가 그 배를 건져 올린다.
그는 주머니를 뒤져 정성스럽게 값을 치른다.

그가 이 배를 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동정심이었을까.
사랑이었을까.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건 이 배가
주인의 손에 이끌렸다는 사실이다.

둘은 함께 바닷가로 나아간다.

사람들은 배를 보고
약하다, 못생겼다며 비웃는다.
하지만 그 배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너무 오래 눌려 말문이 막혔는지도 모른다.

그 배는 잊고 있었다.
지금 자신에게는 ‘주인’이 있다는 사실을.

넘어져도,
갈 길을 몰라 헤매어도
끝까지 함께할 주인이 있다.
모든 어려움을 책임질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주인은 다른 배들과 달랐다.
약하고 작디작은 돛단배를
묵묵히 데리고
넓디넓은 바다로 나아간다.

파도는 너무 거세고
배는 힘들어 흔들리지만
결국, 그 배는
거친 파도를 견디며
제 갈 길을 향해 나아간다.

저 작은 돛단배는
주인과 함께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풍비박산 난 나무 조각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 항해를 뚫고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그는 유능한 주인과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폭풍은 찾아올 것이다.
그것이 배의 일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배는 안다.
지칠지라도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왜냐하면
배에게는
주인이 있으니까.

지금 저 석양이
수평선 위에 머물 듯이
아름다움은
매일 항해를 이어가는 이 배에게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이전 05화기도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