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번째 겨울
2024.11.8
깨끗하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15번째 겨울이 내게 다가온다.
깨끗하고 맑은 공기가 날 기분 좋게 간지럽힌다.
인생은 차디찬 겨울일 줄만 알았다.
끝도 없이 날 움츠러들게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순수하고 차가운 공기가 날 미소 짓게 한다.
지난날, 땅바닥에 엎드려 흘렸던 눈물은
이제 기쁨의 눈물로 바뀌었고,
나는 어느새 하얀 눈송이처럼 예쁨을 받는다.
나를 드러내는 시간은 점점 늘어나고
나는 모두에게 웃음과 든든한 받침돌이 되어간다.
좋다. 만족스럽다.
그래, 완벽해 보인다.
너무 완벽해 보여
흠집이 티 나지 않는다.
나조차도 내 흠집을 잊으려 한다.
그러나 예전, 아주 오래전부터 날 베어온
깊고 깊은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겨울의 상쾌한 공기만으로는 부족하다.
혼란스럽다. 정말로.
사계절 속에서 일그러진 내 시야는 막힌 듯하고
미래가 혹여 날 거부할까 두렵고,
내 죄가 드러날까 무섭고,
지금 이 두려움이 끝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매일 저녁,
내일에 대한 기대 한 송이,
두려움 한 송이,
나의 무능함 한 송이가
하얀 눈송이들과 함께 내 마음속을 흩날린다.
그 상처가 아물기까지
한 달이 걸릴지, 일 년이 걸릴지,
아니면 평생을 지고 갈 흉터인지.
원인 모르는 ‘원인불명’
그게 지금의 나다.
한낱 얕은 목숨을 가지고 걷고 있는 걸까?
아니면 삶의 의미를 하나하나 부여하며 살고 있는 걸까?
어쩌면, 인간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다다를 수 없는 이유일지도.
사랑하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행복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텅 빈 이 공간을 채우기 위해
그분만이 필요하다.
안다. 알기에 더 비어 있다는 사실이 선명히 느껴진다.
내가 뛰든, 걷든
내 길은 완벽할 것이다.
내 생각에는 불완전해 보일지라도
내가 살아 숨 쉬는, 아니 그 이상 동안
그 길은 영원히 완전할 것이다.
그분을 만났기에
나는 확신한다.
오늘도 하염없이,
하얗고 하얀 눈이
내 살갗을 스쳐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