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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함께하는 종로 여행:아들의 생일 소원(1)

by 김인경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내가 상상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실현한 날이다. 어렸을 때 꿈은 결혼하면 우선 아들딸을 낳는 것이다. 그들이 커서 나의 양쪽 팔에 한 명씩 팔짱을 끼고 쇼핑도 하고 여행도 함께 다니는 것이었다.




내성적이고 몸이 약한 아들이 집 밖에 나가는 것을 싫어했다. 반면에, 딸은 모든 걸 해결해 주는 엄마에게 맡기고 따랐다. 아들은 가지고 싶은 것도 없고, 사고 싶은 것도 없다. 항상 긍정적이고 자기 환경에 만족하는 아이였다. 외식도 귀찮아했다.




코로나가 한창 유행일 때, 전 국민 백신을 맞으라는 경보령이 내려졌다. 백신을 안 맞은 사람은 어디도 갈 수 없었다. 아들 생일이 2월이다. 나는 그때 가족끼리 스테이크 하우스에 가고 싶었다. 안 맞겠다는 아들에게 백신을 2차까지 맞게 했다. 가족과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하고 싶었다.


아는 언니 말로는 현재 우리나라 4인 식사에 100만 원하는 곳의 예약률이 제일 높다고 했다. 아는 동생은 나에게 “한 사람당 150만 원하는 곳에 다녀 왔는데 좋더라고. 돈 벌어서 뭐 해?”라며 가 보라고 했다.


나는 못 간다. 갈 형편도 안 되지만,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한 끼 식사를 150만 원 주고 먹을 배짱은 없다. 그래도 아들 생일에는 4식구가 3~40만 정도 하는 레스토랑은 가고 싶었다. 아이들 어렸을 때는 빕스 정도의 훼밀리 레스토랑은 자주 다녔다. 언제부터인가 외식이 고기로 바뀌면서 동네에서 먹는 게 전부가 되었다.




생일 며칠 앞두고 갑자기 아들이 귓속말로 나에게 말했다.

“엄마. 나 소원이 있어.”

“뭔데 내 멋쟁이?”

“내 생일날 집에서 먹어. 외식하지 말고.”

“잉. 뭐 먹고 싶은데? 그때 정말 맛있는 거 먹을 거야. 거기 스테이크가 종류별로 코스로 나와. 엄마 먹고 싶었는데 둘이 가서 못 먹었어. 우리 가족 4명이 가면 골고루 먹을 수 있어.”라고 설명해 주었다.


아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다시,

“아들! 먹고 싶은 거 있어? 있으면 말해. 그날은 아들을 위한 날이야. 보쌈? LA갈비? 등갈비?” 등 음식의 종류를 물어보았다. 아들은 나만 쳐다보다가,

“치킨”이라고 한마디 말했다. 나는 너무 황당하고 기가 막혔다.


“아들! 치킨은 자주 사주잖아. 그렇게 먹고도 그날도 먹고 싶어?”

아들은, “나는 치킨이 제일 좋아.”라고 말하며, 누나와 아빠 눈치를 보았다.

“피자는?” 내가 다시 물어보았다.

아들은 미안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누나와 아빠 눈치를 보면서,

“치킨이면 돼”라고 말했다. 나는 웃으면서,

“우리 아들은 치킨이 최고구나!”라고 말하자, 아들은 망설임 없이 “응”이라고 말하면서 “외식 가지 말고 집에서 먹어.”라며 다시 한번 다짐을 받았다.




이런 아들을 오늘 나는 종로까지 데리고 갔다. 병원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가족 톡을 보냈다. “멋쟁이 아들! 오늘 운동 가지 말고 있어. 엄마랑 누나랑 종로 가서 금 사고 저녁 먹자. 누나가 고기 먹고 싶다니깐 먹고 맛있는 디저트까지 먹자.”라고 보내자, 남편은,

“잘 되었네. 즐거운 시간 보내고 와”라며 답을 했다.

나는“저녁 식사비 좀 보내죠”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아들에게 10만 원 보내줄게”라는 답이 왔다.

이젠 아들딸 누구에게 보내도 서운하지 않다. 보내주기만 하면 된다. 남편의 사랑법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

집에 도착한 나는 아들에게 10만 원을 받고 세 명이 종로로 갔다. 기분이 좋았다. 다 큰 아들딸을 데리고 종로로 같은 길이 행복하고 자랑스러웠다.


20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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