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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 : 자녀와 함께하는 경제적 고민

by 김인경


하루는 24시간이다. 누구에게나 하루는 똑같은 시간이 주어진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시간은 아니다. 빨리 죽는 사람도 있고 장수해서 오래 사는 사람도 있다.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일까?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건강하고 돈이 많다면 오래 살고 싶다. 하지만, 둘 중 하나라도 없다면 장수는 고통이다. 10년간 아파보면서 알게 되었다. 건강한 사람은 무슨 말인지 모를 것이다. 통증의 고통은 삶 자체가 지옥이다. 반면 돈이 없는 것 또한 아픔만큼 고통이라는 생각이 든다.


10년간 투병 생활을 하면서 아픈데 돈까지 없어서 경제적 걱정까지 한다면 그 비참함은 말로 표현이 안 될 듯하다. 나는 감사하게 보험을 잘 들어놔서 치료비와 용돈 걱정 없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었다.



글을 쓰면 자연적으로 따라오는 책 읽기에서 느끼는 점이 많다. 후회와 반성도 많이 한다. 요 며칠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와 “부의 추월차선”을 읽으면서 초라한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기회가 참 많았는데 돈을 관리할 줄 몰랐다. 지금도 모른다. 아직도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작년부터 물가가 엄청나게 올랐다. 병원에 있으면서 내가 체감하는 정도는 외식비와 과일, 간식거리가 2배 가까이 비싸졌다는 정도만 느낀다. 아들이 학원에 다니지 않고, 남편도 작년부터 경제활동을 하면서 나에게 오는 실질적 경제적 어려움은 거의 없다. 돈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과, 내 통장에 불어나는 금액이 점점 적어지고 있다는 느낌 정도이다.


현재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나는 갑자기 돈을 벌고 싶어졌다. 돈과 관련된 책을 읽고 “클래스 101” 수업을 가끔 들으면서 돈을 버는 방법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현대사회는 인터넷과 온라인 비즈니스의 시대다. 스마트 스토어를 통한 상품 판매는 물론 주식, 코인 등 모든 사업이 온라인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주식 투자를 10년 이상 했지만, 한 번도 공부를 해보지 않았다. 그때그때 감으로 했다. 남편 따라 했다가 큰돈을 날린 후, 내 방식 대로해서 원금 회복은 물론 지금 투자금은 수익으로만 한다.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했었다.

하지만 요즘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나의 무지를 알게 되었다. 손실이 너무 커 손절도 못 한다. 코인은 이제 본전을 넘어서 수익권에 들어갔다. 3년 전 5배 이상 수익이 났을 때, 정리하지 못하고 가지고 있다가 지금은 빠듯이 원금 이상으로 온 것이다.




나의 원인을 찾아보았다. 공부하지 않고 무대뽀로 한 결과이다. 어느 정도 수익을 보면 나왔어야 했는데 욕심이 화를 불렀다. 요즘 경제 공부를 조금씩 듣다가 나의 미련함을 깨닫고 있다. 주식과 코인으로도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는데 기회를 놓쳤다. 다시 잡아야 한다. 그러려면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공부는 못하겠다. 특히 컴퓨터로 하는 일은 더욱 부담스럽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기대를 걸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들딸과 식사하면서 내 생각을 말했다.

엄마가 요즘 이것저것 들으면서 하고 싶은 게 많아졌어.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는 컴퓨터는 이제 못 따라가겠어. 들어도 모르겠고, 따라 해도 이해가 안 돼. 그리고 지금 엄마가 그렇게까지 하면서 돈을 벌기에는 힘들 것 같다. 편히 살고 싶어. 엄마가 이러다 더 아프면 안 되겠지?”라고 말하자,

엄마! 하지 마. 누가 엄마한테 돈 벌라고 안 하잖아. 편하게 살아.”라며 딸은 간단하게 내 말에 답했다. 우리는 웃으면서,

“엄마도 그러고 싶은데, 너무 오래 쉬었고 일도 하고 싶어. 돈도 필요하잖아. 우리 돈이 없어.”라고 말하자, 아들딸은 웃기만 했다.


“원하는 게 뭐야? 그렇다고 엄마가 일할 건 아니잖아?”라며 핵심을 꼭 짚어 딸이 말했다.

엄마는 일 못해. 알잖아. 백작 부인인 거? 엄마는 입으로만 일해.”라면서 셋이 즐겁게 웃었다.

“딸이 이젠 대학에 갈 거니깐, 인터넷을 이용해서 사업했으면 좋겠어. 실패해도 괜찮아. 대학 졸업 전에 월 1,000만 원 자동화를 목표로 해보면 어때?”라고 말하자, 아들딸은 눈이 뚱그레져서 나를 쳐다보고 큰소리로 웃기만 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엄마가 도와줄게. 돈도 엄마가 투자 할거고. 엄마 믿지?”라고 말하자,

“엄마는 믿지. 하지만, 하고 싶은 게 많은데.”라며 딸은 ‘굳이 해야 하나?’라는 표현을 간접적으로 했다.

“놀고 싶은 건 놀아. 대학 생활은 즐겁게 즐겨야 해. 엄마 소원은 너희가 40살이 되기 전에 경제적 자유를 얻는 거야. 그러려면 대학 졸업 전에 사업을 해봐, 망하면 어때? 못해도 상관없어. 성공하면 좋고, 실패하면 경험 쌓았다. 생각하면 되는 거야.


졸업하면 회사에 취업해. 처음 회사는 정말 중요해. 너희가 대기업을 가면, 앞으로 너희가 이직해도 그런 계열로만 가겠지? 거기서는 너의 사업을 넓히고, 돈을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 이런 걸 배워. 승진하려고 열심히 일하지 말고. 주위의 똑똑한 인맥을 키워. 너의 부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인맥.

엄마는 그걸 실패했어. 어릴 때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교육을 시켜 주지 않았잖니. 그래서 엄마가 돈 벌어서 늦게 대학 가고 대학원 갔잖아. 그러다 미국 유학에서 아빠 만나 결혼해 너희 낳고 지금 이렇게 병만 있잖니.


엄마는 20대에 책을 읽고 재산을 늘릴 생각 못 했어. 매일 우울증에 살았지. 결혼해서도 공부를 안 해서 투자를 잘못했잖아. 다행히 보험이라도 잘 들어놔서 지금 그래도 먹고 살지만, 엄마 죽기 전에 너희가 제대로 사는 거 보고 싶어.”라고 말하자,


아이들은 웃으면서 ‘우리 엄마 또 시작이다.’라는 투로

“아이구. 알았어. 알았어. 어떻게 하라고.”라며 방법을 물었다.

우선 아들은 지금처럼 엄마와 같이 책 읽고 글쓰기 하자. 내 멋쟁이 그리 해줄 거지?”라고 말하자, 아들은 흔쾌히 알았다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은 블로그 만들어서 글 쓰면 글 올려 주라. 엄마도 읽어보게. 내 멋쟁이가 쓴 글을 읽어야지. 못써도 괜찮아. 엄마 뭐라 안 해. 아들 예전에 편지랑 써 준 거 보면 잘 쓰더라고.”라고 말하자 아들은 웃으면서 좋아했다.

딸은 엄마가 듣고 있는 클래스 101에서 엄마가 골라놓은 강좌들 들어보고 너도 그런 거 찾아 들어봐. 관련된 유튜브 영상도 보고, 책도 읽고. 그러다 하고 싶은 거 있으면 엄마한테 말하고. 같이 어떻게 할지 고민해 보자.”라고 말하자,

“알았어.”라며 너무 쉽게 대답했다. 나는 웃으면서,


“이쁜 딸아. 그리 쉽지 않아. 방송 몇 개월 듣고, 책도 보고 준비기간을 충분히 갖고 시작해야 해. 한동안 이쁘니가 하고 싶은 게임이나 소설책을 많이 포기해야 해.”라고 말하자, 웃으면서

“안돼—”라고 말하면서도 노력해 보겠다고 했다.




해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지금 내 몸 상태나 지식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유방암 처음 걸렸을 당시 1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이렇게 오랜 시간 투병할 줄 알았다면, 재테크에 신경 썼어야 했다. 솔직히 2~3년 병원 다니면 일상으로 돌아갈 줄 알았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사업하기 위한 준비만을 했었다.

지금은 일상으로 돌아가도 내가 원하는 식의 사업은 오래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대사회는 컴퓨터를 이용해야 한다. 컴맹인 나에게는 큰 장벽이 생긴 것이다. 예전처럼 배워도 빨리 이해가 안 된다. 그렇다면 아들딸을 잘 키워 그들을 성장시키는 것이 더 빠르다고 생각했다.


결국, 나의 삶은 건강과 재정,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러한 경험들은 나에게 삶의 의미와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또한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미련한 엄마의 욕심일까?


202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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