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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딸에게 알려 주는 직업과 경제적 자립

by 김인경


엄마! 한 달 월급이 375만 원인데 하루 12시간 주 6일 근무래. 근데 댓글에 이걸 꿀 직장이라고 하네. 말이 돼?”라며 운전하는 나에게 황당하다는 듯이 물었다.



나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금액과 시간당 알바비를.

“딸! 시급이 얼마야? 계산해 봐!”라며 핸들을 돌리며 말하자,

“어떻게 계산해?”


황당했다. 갑자기 얼마 전 전화 온 치료사 언니가 생각났다. 금액만 보고 ‘많다 적다’를 정하는 계산법들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앞으로 사회에 나가 일할 딸 머리에는 아직 지신의 몸값을 정하는 기준도 모르고 있었다.


“딸! 어 그제 엄마가 아는 언니와 통화할 때, 몸값 계산하는 법 가르쳐 주었잖아? 생각해 봐.”라며 웃으면서 말하자,


“아아…. 한 달은 30일이니깐 26일 곱하기 12시 간이네?”라며 무언가 큰 것을 발견한 듯이 말했다.

보통 한 달은 주일 빼고 25일로 계산하긴 하는데 26일로 해도 괜찮을 듯해.

“왜 25일로 계산해? 30일에서 4일 빼는데?”


“한 달은 30일이지만, 일주일은 7일이잖아. 그럼 28일하고 2~3일이 남잖아. 다음 달엔 25일이 될 수도 있거든. 그래서 주 5일 근무는 20일로 하고 주 6일 근무는 25일로 통상 계산해.”


“그럼 25일 곱하기 12시간 하면 300시간이야. 그걸 3,750,000원으로 나누니깐 시간당 12,500이야. 시급이 12,500이네?”라며 일반시급보다 높은 것에 당황스러워 말했다.


“시급 12,500원이면 적진 않네? 이쁘나?”라고 철없는 딸에게 반문했다.

“그래도 하루에 12시간 일하면 너무 힘들잖아?


“힘들지. 그럼 남의 돈 벌기가 쉬운 줄 알았어? 엄마가 달라는 대로 주니깐, 돈 버는 게 힘든지 몰랐지?”라며 지금껏 얼마나 편하게 살았는지를 웃으면서 인식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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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 일하면 아무것도 못 하잖아?”

“당연하지. 일만 해야지. 쉬는 날에는 못 잔 잠자야 하고. 힘든 생활이지. 그것도 젊어서나 하지 나이 먹으면 못 하지. 시급 12,500 주는 일이면 쉴 틈이 있을까? 엄청 힘들 것이다.


“다른 일 하지! 어떻게 저러고 살아?”라며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물었다.

웃음이 나왔다.



“아이고! 우리 이쁘니! 일자리가 그리 많으면 얼마나 좋겠니? 생각보다 일자리 많지 않아. 구하는 사람도 사람 구하기 쉽지 않고. 대학생들 알바 구하기 쉽지 않아. 졸업하고 취업하기도 만만치 않고.


엄마가 말했지? 문과 나와서 취업하는 거 ‘하늘에서 별 따기’라고. 그래서 문과 가면 복수 전공을 해서라도 공학 쪽을 같이 공부해야 한다고.


복수 전공이 얼마나 힘든 줄 아니? 하나 전공하는 것도 힘든데 두 개를 하려고 생각해 봐. 어려운 복수 전공을 할 봐 엔 대학을 조금 낮추어도 이과 가는 게 낫다고 봐 엄마는.


복수 전공할 마음이면 다시 수능 공부해서 이과 가겠다. 그래서 딸이 연대 꼬랑지 문과 가는 것보다 지금이 낫다는 거야.”


“근데 정보디스플레이 학과는 죽어가는 과래?”라며 근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죽어가도 반도체와 연관된 과라 괜찮아. LG디스플레이에서 밀어주고, 성적만 괜찮으면 LG는 갈 수이잖아. 처음 직장이 무조건 중요해. 이직해도 보는 눈이 그 수준이거든.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졸업하는 해에 직장을 못 구하면 알바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더라고. 알바 생활에 익숙해지면 평생 가난에서 못 벗어나.


이쁘나! 엄마가 뭐라고 했어. 대학 가서 알바 하려고 애쓰지 말고 성적을 올려 너의 몸값을 키우라고 했지?


알바는 동생만 잘 가르쳐. 엄마가 충분히 보상할게. 동생이 지금 공부 방법을 몰라. 그것만 잘 깨우쳐 줘. 어디 가서 알바 하는 것보다 날 걸?


남은 시간에 인터넷 창업 준비해. 실패해도 괜찮아. 앞으로 너희 시대는 투잡은 기본이야. 예전처럼 평생직장은 없어. 항상 스스로 몸값을 키워야 해. 엄마가 정신 멀쩡할 때 하는 게 좋을걸? 컴맹이어서 엄마는 인터넷 사업은 못 해도 아직은 감각이 살아있어. 너희보다 낫지. 나이로 보나 경험으로 보나.


엄마는 너와 동생이 힘들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 몸도 약한데 고생하면 엄마 편히 죽지도 못해.




너희가 무엇을 하든 생각하면서 살아야 해. 엄마가 말하는 생각은 ‘어떻게 하면 지금 하는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할까?’ 장사를 한다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내 물건을 좋아해서 잘 팔 수 있을까?’라는 현명한 대처 능력을 키워야 해.


쓰레기 봉지에 쓰레기를 버릴 때도 아무렇게나 넣는 게 아니야. 버리는 물건에 따라 ‘어떻게 하면 비는 공간 없이 가득 담아 버릴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버리면 더 많은 양을 한 봉지에 담을 수 있잖아. 음식을 할 때도 마찬가지고.


엄마가 항상 말하지. 이쁘나. 똑똑한 사람은 널렸어. 요즘 못 배운 사람도 없고, 못 배워도 핸드폰이 다 가르쳐줘. 하지만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방법은 스스로 깨쳐야 해.


탕후루 알바처럼 힘든 일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아. 오래는 못하겠지만. 탕후루 알바를 봐봐. 엄청 단순 작업이지. 하지만, 저런 단순 작업도 생각하면서 일을 하면 일의 능률도 다르고 만들어 놓은 모양도 달라.


그리고 저런 알바를 할 때는 영업 기술을 배워야 해. 앞으로 우리 이쁜 딸이 무슨 일을 하고 살지 모르겠지만, 탕후루 가게만큼 많은 손님을 직접 만나진 못할 거야. 그때 사람을 대하는 법, 서비스의 기본, 가게 운영 방식, 손익 계산법, 만약 이쁘니가 그 가게 사장이라면 무얼 더 하고 싶은지 등을 배우면 좋겠지.



“그러면 엄마는 내가 지금 뭘 했으면 좋겠어?”

“엄마는 3월까지 3달 남은 시간에 기타를 배우고 운동을 했으면 좋겠어. 몸매도 관리해야 해. 사람은 첫인상이 중요해. 뚱뚱한 건 아니지만, 살도 조금 더 빼야 하고.


어디 가서든 잘 노는 것도 중요하거든. 딸이 노래를 잘하니깐 기타를 배워서 어디서든 즐길 줄 아는 딸이 되었으면 해. 엄마가 왜 너랑 춤을 배우러 다녔겠니? 딸이 어디를 가든 자신감을 가지게 하려고 한 거야.


그리고 엄마랑 책도 읽고 잡지 필사도 하고 글도 쓰면서 시간을 알차게 보냈으면 해. 시간이 되면 어학 공부도 하고. 대학 4년 금방 가. 아마 2학년 때는 어학연수도 가야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연수 가기 전에 외국어가 완성되어야 해. 영어는 외국 가서 배우는 게 아니야. 여기서 모든 걸 배우고 미국이나 영국에 갔을 때는 그 나라 문화와 습관을 배우고, 우리가 배운 영어와 뭐가 다른지를 깨닫고 오는 거야.


제일 미련한 유학생이 영어를 미국 가서 배우는 거야. 엄마처럼. 그래서 엄마는 실패했잖아. 아이고. 창피해라!”라며 우리는 큰소리로 웃었다.



우리는 누구나 경제적 자유를 원한다. 원하는 만큼 노력해야 한다.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 언제든 기회가 오면 잡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나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 지금은 나보다 아들딸에게 현명하고 지혜로운 판단력을 키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빠르다.

202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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