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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Dec 21. 2023

사랑에서 무관심으로: 남편에 대한 감정의 파도

          

새로운 이성을 만나 행복을 지속하고 싶어 결혼이라는 여정을 시작한다. 새로운 가정이라는 캔버스에 꿈과 희망, 사랑의 색을 칠하며, 우리만의 세상을 꾸미고자 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가정이란 색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까?    

 

결혼을 결심했을 때, 남편은 내 세상의 전부였다. 내 목숨도 줄 수 있을 만큼 소중했다. 그의 한 마디, 한 움직임에 내 마음은 의심 없이 움직였다. 사소한 일상조차도 행복한 빛으로 보였다.      


남들은 사랑이 변한다고 했지만, 믿지 않았다. 나의 오만이었을까? 삶은 내가 생각한 것처럼 녹녹하지 않았다. 나를 움직였던 사랑은 어디로 간 걸일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세상 모든 걸 다 가진 느낌이었던 남편이 지금은 보기만 해도 화를 낸다. 남편과 좋은 말로 시작해도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답답함을 느끼며, 고운 말보다는 상처 주는 언어로 남편의 가슴을 후비고 있다.


처음으로 믿을 수 있는 부드러운 남자였다. 좋아하는 돈도 명예도 어떠한 조건도 보지 않았다. 오직 남편 하나만 바라보았다. 결혼 생활이 길어지면서 나의 어떤 방법도 남편과의 의사소통이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가족에게는 자존심 버리고 나만 맞추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생각했었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 수준에 맞추어 대화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면 된다.


고등학생 1학년 아들에겐 고등학교 1학년 수준으로 생각하며 문제를 해결해 가면 된다. 반수 하는 딸도 마찬가지다. 가끔 트러블이 생겨도 엄마의 사랑을 느끼게 하면 눈 녹듯이 화해가 된다.


하지만, 남편은 다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40년간 만들어 낸 깊은 간 극이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한다. 애교도 부려보고, 사랑이 넘치는 말을 해도 반응이 없다. 이런 생각들이 내 무의식에 어느덧 자리를 잡았는지, 별일도 아닌데도 짜증이 났다.


어제는 쓰레기 버리는 문제로 짜증과 화를 냈다. 퇴원해서 집에 왔을 때, 집안에 날 파리가 날아다녔다. 벼란다 쓰레기봉투와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엄청난 날 파리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이 사다 놓은 바나나까지 썩어서 더욱 심했다. ‘오자마자 날 파리 사냥이라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상했다. 쓰레기 정리부터 해놓고 날 파리를 잡았다. 퇴원해서 집에 오면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한 내 집에서 쉬고 싶다.


다음 날 아침, 어제 분명 다 잡은 날 파리가 다시 부엌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벼란 다로 발을 옮겼다. 새로 꺼낸 일반 쓰레기봉투에 남편이 바나나 껍질을 버린 것이다. 습하고 더운 날씨에 바나나 껍질이 들어있는 쓰레기봉투 안에는 날 파리로 가득했다.


저녁에 들어온 남편은, "모기가 있나 보네?"

어이없는 그 말에 나는

”다 쓰레기 때문이야. 바나나 껍질을 일반 쓰레기봉투에 버리면 어떻게 해?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 구분 못 해?"라며 쌓인 짜증을 한꺼번에 토했다.     

 

"바나나 껍질 일반 쓰레기잖아?" 남편 또한 질세라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내가 얼마 전에 영상 보내주었잖아. 이젠 일반 쓰레기봉투에 음식물 버리면 벌금 100만 원까지 낼 수도 있다는 거! 안 봤어?"라며 한층 더 짜증과 분노가 뒤섞인 말투로 나왔다.     




남편은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닫았다. 더 이상 싸우기 싫다는 무언의 표현이다. 이런 행동이 나를 더 미치게 만든다. 대화로 풀고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면 웃을 수 있는데, 남편은 피한다. 아니 무시하는 이 더러운 느낌.


'내가 왜 유독 남편한테만 이러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남편한테 바라는 기대치를 얻지 못해서일까? 사랑받으며 살거라 생각했는데, 사랑이 아닌 무관심이 느껴져서일까? 생각이나 가치관이 나와 달라서일까? 내가 싫어하는 것을 표현해도 무시한다는 태도 때문일까? 결혼해서 남편과 잘 지내려고 무던히 노력한 나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서일까?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지나가고 있었다. 결론은 나도 모르는 무의식 세계에서 남편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내 남편은 아이들에겐 최선을 다하는 아빠이지만, 나에겐 0점짜리 남편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나에게도 최선을 다한다는 걸 안다. 표현 방법이 나와 다를 뿐이다. 마음이 아니라는 걸 알면 된다고 하지만, 겉으로 표현하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듣고 싶다. 그래서 더 이쁜 말 사랑스러운 행동으로 나를 알아봐 달라고 하지만, 반응 없는 남편에게 부정적인 표현들로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애걸하는 나를 보며, 때때로 나 자신이 싫어진다. 이 모든 고민과 갈등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최선을 다하는 것과 최고인 건 다르다는 것을. 사랑은 변하는 것이며, 이해와 소통을 통해 다시 꽃피울 수 있다는 것을. 

    

우리의 캔버스에 변해가는 사랑의 색을 칠해나갈 것이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 풍부한 색을 더해 만들어 가야 한다. 어떤 색으로 변화 되어갈까? 다시 밝은 빛을 찾을 수 있을까?     


20230719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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