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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Dec 22. 2023

글 속에 담긴 남편 : 우리는 진정한 부부일까?


한 달 반의 글쓰기 여정은 마치 꽃길을 걷는 듯, 어느덧 50편의 글이 내 마음의 정원에 피어올랐다. 이번 주는 그동안 정성스럽게 가꾼 작품들을 다듬어 전자책으로 탄생시키기 위한 준비를 하려고 했다.      


잠시나마 글쓰기도 쉬어가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글쓰기의 매력에 이끌려 다시 한 편의 글을 손에 잡게 되었다.     


탭에서 컴퓨터로 옮겨진 글은 마치 새 옷을 입은 듯 달라졌다. 글씨체와 크기 조절은 물론 사진 삽입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쓴 엉성한 내용도 심혈을 기울여 다듬고 있다.     

 

수정된 몇 편은 브런치 스토리에 올렸다. 반응은 크게 변화되지 않았지만, 다시 편집된 글들을 통해 나의 발전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문득 남편 생각이 났다. 어제 남편은 우리가 입원 중인 병원을 아침저녁으로 찾아왔다. 언제나 아이들만 생각하는 남편이 얼마나 아이들이 보고 싶었을까? 평일에는 일이 바빠서 올 수가 없었다.     

 

며칠 전부터 일요일에 수박을 사 온다며 가족에게 톡을 보냈다. 우리는 괜찮다고 했다. 병원에서 먹기도 힘들고, 에어컨이 24시간 가동되어 우리 몸은 수분을 요하지도 않았다.    

 

그때 딸이 “수박 말고 수박 쥬스가 먹고 싶어!”라고 톡을 보냈다. 남편은,

“지하에 가면 팔잖아! 내가 18,000원 보내줄게.”라며 18,000원을 딸에게 카카오 페이로 보냈다. 기가 찬 나는,     


나에게 보내주어야지! 아들도 사주지‘”라고 말하자, 역시나 남편은 대답이 없었다.  

   



남편은 내가 아프고 아이들이 어려 5~6년간 경제활동을 못 했다. 그때 나는 아이들만 봐 달라고 했지만, 남편은 주식과 코인으로 많은 돈을 날렸다. 나도 모르는 카드 빚까지 있었다.     


남편과 나의 삶은 서로 다른 철학 위에 서 있었다. 나는 절대로 빚을 지지 않는다. 집을 살 때도, 차를 살 때도 할부로 사지 않는다. 돈이 없으면 작은 집에서 살면 되고, 차가 없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된다.   

   

살면서 진 빚이라고는 다음 달 카드 값 이외는 없다. 아이들에게도 절대 빚을 지지 말라고 가르친다. 없으면 쓰지 말고, 엄마에게 말하라고 한다.     


남들은 은행 빚을 얻어서 집을 사고 재테크를 해서 돈을 번다고들 하지만, 내 성격은 그렇게 못 산다.     


은행 빚이든 남에게 빌리든 빛이 있으면 하루 종일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모든 생활에서 최대한 아껴 빚을 갚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나 자신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괴롭힐 것이다.    

 

한바탕 싸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빚을 갚으라고 돈을 주겠다고 했다. 남편은 단칼에 거절했다. 주식과 코인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돈은 남편 뜻대로 흘러가지 못했다. 주식과 코인 시장이 무너져 버렸다.

     



작년부터 남편은 경제활동을 시작했다. 오랜 경력 단절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친구의 권유로 1.2톤 트럭 운전을 한단다. 나는 용납 되지 않았다. 위험하기도 했지만, ’SKY까지 나온 남편이 트럭이라고?‘     


몸이 약한 남편은 얼마 못 가서 포기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남편은 하루도 쉬지 않고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 일한다. 벌써 1년이 넘었다. 처음에 남편은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어 괜찮다고 했다.     


요즘은 힘들어한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일도 많이 줄었단다. 차도 친구가 1년 사용한 중고차로 3년 되니 고장이 자주 나, 수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잔잔한 사고로 그때그때 물어주는 돈도 적지 않았다.     


남편은 돈을 벌어서 딸에게 100만 원씩, 아들에게 30만 원씩 준다. 모아서 대학 등록금과 용돈에 쓰라고 했다. 아이들은 받으면 나에게 주었다. 반년 동안 모은 돈은 딸 등록금과 용돈으로 사용했다.      


딸이 반수를 한다며 휴학해서 등록금이 남았다. 지금은 그 돈으로 순금을 사서 아이들에게 매달 주고 있다. 남편은 아이들을 지원해 주면서 아빠 노릇을 하고 싶어했다.     




돈을 버는 남편은 나에겐 금전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다. 내 생일날조차도 십 원한 장 주지 않아 기분이 상했다. 작년 내 생일에 딸은 케이크를 사주고, 아들은 저녁을 사주었다. 딸이,     


아빠! 엄마 선물로 현금 줘. 현금이 최고야!”라고 말하자,

나 현금 없어. 내가 저녁 사려고 했는데 아들이 사고 난 없어.”라며 한마디로 거절했다.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 나는

“나 돈 받고 싶어. 보내죠.”라고 했더니,


“돈 없어. 현금 없어. 당신이 나에게 돈 받고 싶은 건 아니잖아.”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나는 최대한 인내심을 가지고,

“아니. 나 받고 싶어. 보내죠.”라고 다시 말했다.     


남편은 무시해 버렸다. 나는 아이들 앞에서 더 이상 언쟁하고 싶지 않아 그만두었다. 하지만 속에서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나는 병원으로 돌아왔다. 병원 입원 중에 생일이라 잠깐 외출했었다. 통화를 하면 싸울 거 같아 톡으로 남편에게 화를 내며 나의 마음을 보냈다.      


남편은 끝까지 나의 요구를 이해하지 못했다. “당신이 나보다 돈이 많은데, 돈이 없어서 나에게 받고 싶은 건 아닐거고. 왜 화가 난거지?”라며 돈밖에 모르는 아내라는 듯이 답이 왔다.    

 



남편이 나를 무시하거나 싫어하지는 않는다. 내가 퇴원해서 집에 있으면 어떻게든 일주일에 한 번은 같이 식사하고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어 한다. 만약 일 때문에 오지 못할 때는 우리끼리라도 먹으라며 돈을 보내준다.      

그때도 돈은 딸이나 아들에게 보낸다. 나는 계속해서 말한다. “나에게 보내달라고.”     




나는 이런 남편을 이해하지 못한다. 답답하다. 우리의 벽이 점점 두꺼워지는 느낌이다. 남편이 가지고 있는 벽을 깨고 나에게 왔으면 좋겠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늙으면 자식보다 부부가 최고”라는 속담처럼, 우리도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계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의 글쓰기 여정은 단순한 글을 나열한 것이 아니다. 나의 삶, 가족, 그리고 사랑에 대한 깊은 성찰이 된다. 글을 통해 가족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삶의 여러 갈래 길에서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더 많은 사람과 나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자, 나의 삶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20230808,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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