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인경 Jan 02. 2024

학부모를 위한 학원일까? 자녀를 위한 학원일까?


푸르고 맑은 날 속에, 고등학생을 둔 학부모를 만나면 한결같이 자녀의 대학 진학에 관한 걱정뿐이다. 대화의 초점은 어느새 아이들의 성적으로 넘어가, 어느 학원에서 어떤 과목을 수강하는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진다    

 

나는 이러한 학부모 모임에 발을 들이지 않는다. 그곳에서 느껴지는 무거운 기대와 압박감은 내 주관을 흔들고 불안하게 만든다. 결국엔 아이들을 괴롭히게 된다.     




딸 초등학교 때는 학원 운영에 몰두하느라 바빴다. 엄마들 모임에 관심 둘 시간이 없었다. 학원을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아들에게 좋은 친구들과 교류를 마련해주고 싶었다아들 초등학교 엄마 모임에 몇 번 참석해 본 후나는 모든 만남을 중단했다.     


엄마들 사이에서는 오로지 자식 자랑이 넘쳐흘렀다. 학원을 10년 운영하면서 많은 엄마와 상담하며 깨달은 게 있다. 그들의 자랑은 대부분 허상에 불과하다. 아이 테스트 1분 후면 들통날 거짓말을 자연스럽게 한다.     



경험이 전 무한 상태에서 처음 학원을 운영할 때는 선생님들이 만들어 놓은 테스트 시험지로 아이들의 능력을 평가했었다. 의미가 없었다. 시간만 오래 걸렸고, 눈치 빠른 아이들은 잘 찍어 실력보다 높은 반을 가기도 했다.     


나는 모든 테스트지를 폐기했다. 영어학원이라 아이들에게 한 문장만 읽히면 실력을 알 수 있었다심지어는 국어 실력까지 드러난다     


시간이 많을 때는 학부모의 기대를 경청해 주기도 하지만, 어린 자녀 둘을 키우고 있었던 나는 시간에 쫓길 때가 많았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부모님 앞에서 아이의 실력을 직접 보여주는 거다.     


아이의 수준에 맞는 책 한 권을 펼쳐 한 줄만 읽게 한다. 그들의 발음은 먼저 부모들의 과장된 이야기를 벗겨낸다. 그다음, 그 문장을 한글로 해석해 보라고 한다아이들은 당황하고그들의 어휘력과 문법 실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대부분 아이는 말을 더듬는다. 다른 학원에서는 문장을 통째로 외우게 시키거나, 전체 내용의 줄거리만 이해시킨다. 한 줄 해석은 해본 적이 거의 없다단어를 알아도 문장을 만들지 못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부모들은 당황해한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들였는데.”라며 아이를 구박한다. 나는 웃으면서 이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해 준다. 부모를 설득하는 동안 아이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한다.      


부모님의 설득이 끝나면 아이는 학원에 다니게 된다. 부모님도 더 이상 어떠한 문제 제기 없이 등록하신다. 그때 나는 부모님과 더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곤 했다.     




학원은 아이를 위한 곳이지엄마를 위한 곳이 아니라는 것도 알려 드린다. 우리 학원은 정해진 시간에 정확히 맞추어 와야 함을 강조했다다 같이 수업하고 보충을 해줄 수 없다는 것도 분명히 해둔다.  

    

학원은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내가 운영하던 시절, 많은 프렌차이즈 학원들이 언제든지 와서 인터넷 등을 이용하여 그날의 할당량을 마치면 검사받고 가는 제도를 채택했다     


초등학생들이 여러 학원에 다니기 때문에 시간 조절이 어려워서 아무 때나 오는 이점을 주었다. 또 다른 하나는 능력이 다르니학생 실력에 따라 오래 할 수도 빨리 끝날 수도 있다는 개별화의 장점을 선전한다.     


수학 학원도 마찬가지다. 개인별 맞춤 수업을 한다는 이유로 아무 때나 오라고 한다. 아이들은 어려운 문제를 물어보기 위해서는 선생님을 기다려야 한다. 1시간이면 끝날 수업을 2~3시간씩 늘려서 하게 한다.      


부모가 보았을 때는 오랜 시간 열심히 공부하는 것처럼 보인다아이들은 집에 가면 학원에서 열심히 했다는 이유로 더 이상 공부하지 않는다.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가?     


이런 상황을 엄마들에게 설명해도 엄마들은 집에서는 공부하지 않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원에 오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학원에 다니다 우리 학원에 오면,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나온다. 타이트하게 움직이는 수업에 아이들은 당황해하며 구경만 한다타 학원처럼 선생님이 모든 걸 해주기만 기다린다. 어쩔 수 없이 이런 학생들은 남아서 공부하게 된다.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적응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아이들도 생긴다.     


아이를 둔 부모로서 마음이 아프다. 이런 아이들이 학원에 돈 보태주는 꼴이다. 부모는 모른다. 돈만 주면 학원에서 모든 걸 해결해 준다고 생각한다학원은 하고자 하는 아이들만 끌고 간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성적이 잘 나온다고 방심하면 큰 오산이다. 초등학교 학원은 아이의 실력이 부족하면 외우게 해서 그때 점수만 나오게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부모는 성적이 조금만 올라도 학원을 칭찬한다.     


10년간 이런 학생을 줄이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나온다. 요즘 “티쳐스”을 보면서 학원을 오래 보냈는데 아이들이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걱정하는 부모들이 나온다.     




학원은 아이들에게 교육의 한 수단이지 전부가 될 수 없다. 또한 학원은 부모의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 보내는 곳이 아니다. 제대로 된 부모라면 아이가 원할 때, 그들이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는 곳으로만 이용해야 한다.      

특히 전 과목 학원인 보습학원에 다니는 건 아이들에게 큰 의미가 없다. 단지 아이들은 학원에 있다는 것만으로 불안한 마음을 위로받고, 부모는 자녀가 학원에 있으면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위안받는 것에 불과하다.     


아이 수준에 맞는 학원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본인이 원하지 않는 학원은 시간 낭비돈 낭비아이 성격 형성에 문제만 키울 수 있다     


학원을 잘 이용하면 진정한 학업의 성취와 만족을 얻을 수 있다. 반면에, 단순히 남들이 다닌다고 따라다니는 것은 학업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열 가지 학원을 보내는 것보다 아이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을 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학부모로서자녀의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자기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우리의 목표는 아이들이 자신의 꿈과 열정을 찾고그것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학원은 하나의 도구일 뿐전부가 될 수는 없다결국교육의 진정한 목적은 아이들이 자기 능력을 인식하고그것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이를 위해 우리는 자녀들을 이해하고그들의 필요에 귀 기울여야 한다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주는 것그것이 바로 부모가 해야 할 일이다.     


20240101


매거진의 이전글 가족의 사랑 : 부모의 꿈이 자녀의 꿈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