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올리는 블로그, 그곳은 사랑스러운 딸의 생활과 생각이 담긴 작은 세상이다. 며칠 만에 딸이 글을 올렸다. 책 속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 시간이 흘렀다는 딸의 멋진 소리.
그녀의 글을 통해 내가 모르는 딸의 근황과 성향을 알게 된다. 또한 나와 다른 재미있는 글체도 보고 싶어 매일 들어간다. 글을 읽으면서 딸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곤 한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할 때, 끈기 없는 나는 이렇게 오래 지속 할 줄 몰랐다. 아직 초보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매일 조금씩 발전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대견하고 신기했다. 글을 쓰면 쓸수록 쓰고 싶은 소재와 이야기들을 선물해 주는 것도 행복하다.
한 가지를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내가 글쓰기에는 진정한 즐거움을 느낀다. 글을 쓰는 동안은 혼자 있다는 느낌에서 벗어나, 외롭지 않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올릴 때마다 느껴지는 뿌듯함과 성취감이 말할 수 없는 만족감을 준다.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늘어나면서 나 자신에게 칭찬해 주고 싶을 때가 많다.
이러한 행복을 내 소중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글쓰기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소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직장생활을 하던, 사업을 하던 이젠 글로 구매자나 상대방을 설득해야 한다. 내가 사업했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아들은 글쓰기보다는 대학을 위한 공부를 먼저 해야 한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자, 생각보다 성적이 안 나온다.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될 거라 믿는다. 기대만큼 못해도 실망하지 않으려고 한다. 노력한 결과만 보려고 한다.
대학생인 딸에게 잡지 필사와 글쓰기를 권유했다. 잡지 책을 원하는 걸 구독해 주어서 그런지 열심히 필사하고 있다. 글쓰기도 언제부터인가 블로그에 올리고 있었다. 보고 싶었다. 딸에게 공유하자고 사정했다. 웃으면서 선심스듯 링크를 보내주었다.
그녀의 블로그 내용은 연극 & 영화 리뷰나 음식점 리뷰, 독서 감상문, 새로운 장소 방문 기록 등 일상생활에서 벗어난 다채로운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딸의 글을 보면서 혼자 웃는 시간이 많아졌다. 표현력이 나와는 완전히 달랐다. 속마음을 가식 없이 시원하게 표현한 글체가 마음에 들었다.
내가 재미있다며 읽으라고 준 황금종이 2를 본 딸은 나와는 달리 재미없었다며 간단하게 적었다.
“자꾸 운동권 처녀성 이 지랄 하는 단어 선택에서 개패고 싶었다. 요즘 무슨 시댄데 처녀성 이 지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라는 숨김없는 속마음이 들어난 글을 보며 지친 나를 웃게 만들었다.
딸은 리뷰 글이라 첫머리에 요약을 먼저 썼다. 독자에게 관심 끌 수 있는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아 교정하고 쓴 요약을 보면,
“거슬리는데 그렇게 아프진 않지만, 양치할 생각 하니 벌써부터 앞날이 캄캄하다.”라고 처음 문장은 괜찮았다.
자고 일어나서 “자다가 세 번 깼다. 씨이팔 안 아프긴 개뿔”이라고 표현한 내용에 나는 스트레스가 날아갈 정도로 크게 웃었다.
4호선 라인에서 맛집을 추천해달라 하기에 “명동 칼국수” 집을 딸에게 추천해 주었다. 개인적으로 명동 칼국수 집은 별로다. 김치가 주인 곳인데 마늘이 너무 강해서 나와는 잘 맞지 않는다. 하지만, 음식점 하는 친한 친구가 좋아하기 때문에 가끔 간다. 또한 “명동 칼국수”하면 줄 서서 먹는 맛집으로 유명하다.
딸의 요약을 보면,
“- 맛집이래서 가 봤어요.
- 김치가 마늘임. 먹다 보면 동굴 뛰쳐나감. 호랑이에게 공감할 수 있음.
- 그냥..그래요.
간략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이 다 들어가 있다.
마지막 휴가를 즐기듯 딸은 제과 제빵을 만들러 다닌다. 중간 부분에 “여기까지 하고 띵가띵가 놀고 있으면 홀수 조에서 기깔난 반죽을 만들어 온다.”라는 표현이 있다. 나는 왜 이런 문장을 글로 재미나게 표현하지 못할까? 딸이 쓴 내용을 보면 평상시에 내가 자주 쓰는 표현들이다.
대화할 때, 아들딸은 욕을 하지 않는다. 가끔 내가 흥분해서 욕하면, 아들딸이 나만 바라본다. 그런 딸이 글에 욕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것을 보며 놀랬다. ‘우리 딸에게 저런 면이 있구나! 혹시 내가 생각 없이 한 말들이 아이들에게 무의식으로 나타나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반성도 했다.
그녀의 글쓰기는 나의 사고의 폭을 넓혀 주었다. 나는 스트레스를 말로 표현하면서 푼다면, 딸은 글로 푸는 것 같아 이뻤다. 평소에 사용하는 표현들을 그녀의 글에서 유쾌하고 창의적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며, 글쓰기 매력에 더욱 빠져든다.
딸의 블로그 방문자 수도 예상보다 많았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라는 곳에서 블로그 리뷰 협업 제안도 왔다. 다음 주 월요일에 아들딸과 초대권을 가지고 보러 가기로 했다. 딸의 성취에 대한 자부심은 내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나보다 똑똑하고 능력 있어 보이는 딸을 보면서 흐뭇했다.
딸의 자유로운 글쓰기를 통해 요즘 20대 초반의 생각과 성향을 엿볼 수 있었다. 함께 글쓰기 해주는 딸에게 감사했다. 글 쓰는 솜씨도 나보다 뛰어나 보인고, 든든한 딸의 모습에 내가 더 성장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긴다.
우리 모녀의 이야기는 블로그라는 공간에서 더욱 깊어지고 있다. 딸의 글에서 젊음의 에너지와 창의성을 느끼며, 그녀의 성장과 성취를 지켜보는 것은 내 삶에 큰 선물과도 같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을 통해, 글쓰기의 진정한 가치와 힘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