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도 잠은 오지 않는다.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뒤척이다 어느 순간 잠이 든다.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하는 나는 꿈과 현실의 오가며 아침을 맞이한다.
어느 날은 화장실이 급해 어쩔 수 없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보통은 밤새 시달린 꿈에서 지친 몸이 정상으로 올라올 때까지 기다렸다 천천히 일어난다. 일어나는 시간도 뒤죽박죽이다.
일어나면 습관처럼 한 손에는 스마트 폰을 들고 화장실 변기로 향한다. 앉자마자 자동으로 브런치 스토리를 연다. 눈을 비비며 밤새 내 구독에 올라온 글들을 읽으면서 멋진 세상과 소통한다. 가끔 다리가 저려올 때까지 몰입하는 나를 발견한다. 1시간 이상 훌쩍 지나갈 때도 많다.
아침 시간의 좋은 글들은 나에게 행복한 하루의 시작을 만들어 준다. 아침을 건너뛰고 아점을 기다리며 주식이나 코인 등을 잠깐 본 뒤, 치료 시간을 제외하고는 나의 숙제와 같은 글을 한 편 쓰면서 나의 투병 생활을 채운다.
하루 한편이지만 글을 쓰는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린다. 초보 작가라 쓰고 나면 퇴고 시간도 만만치 않다. 거기다 중간중간 울리는 브런치 스토리의 작가님 글을 보다 보면 저녁이 된다. 책을 못 보는 날이 많아졌다. 뭔가 중요한 과제를 매일 안고 사는 기분이다.
나쁘지 않다. 나에게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시간에 쫓기며 산다는 것이 행복하다는 걸 10년 만에 느낀다. 주체할 수 없는 시간이 나를 외롭고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럴 때마다 여기저기 전화해서 밖으로 돌았다.
지금은 조신한 엄마로 남들과 지내는 시간보다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 행복하다는 걸 알았다. 이 시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즐기고 싶다.
현대 사회는 ‘효자 효녀’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공부 잘해 출세해서 돈 많이 벌고, 결혼해 자식 낳아 기르면서 부모 잘 모시는 자식이 최고의 효자 효녀였다.
하지만, 지금 나이 드신 분들은 말씀하신다. 자식이 공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은 성적순이 아니니 돈 잘 벌어 부모에게 손 내밀지 않는 자식이 좋다. 돈보다 더 중요한 건 부모와 오래 같이 살아주는 자식이란다.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 부모 곁에 오래 있는 자식이 최고란다.
나는 변화된 “효” 개념에 동의한다. 이제는 단순히 성공하고 부를 축적하는 것만이 아닌, 가족과의 시간,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효도라고 생각한다. 잘나서 결혼하면 부모보다 자기 식구 챙기기 바쁘다. 현대 사회가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고 능력이 없어서 부모와 사는 건 원하지 않는다.
요즘 많은 젊은 세대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현재 시급이 일 만원에 육박하지만, 6,000원 대보다 돈 벌기가 힘들다. 시급이 작을 때는 한 곳에서 10시간씩 일했다. 그러면 식사 제공은 물론 브레이크 타임도 있었다.
시급이 오른 지금은 일자리도 줄어들고 근무 시간도 제한적이다. 아르바이트 직원을 3시간 이상 쓰면 주급 수당도 주어야 한다. 비싼 인건비 때문에 사업자는 운영이 어렵다고들 한다.
시급이 일 만원이라 해도 하루 6시간을 일해야 6만 원을 번다. 그렇다면 두 군데 이상에서 일해야 한다. 두 군데 일을 하면 교통비와 식비 그리도 이동하는 시간이 추가된다. 결국은 시급 6,000원 대보다 더 많이 벌기 힘들다.
반면에 물가는 엄청나게 올랐다. 과일값은 200% 이상 올랐으며, 생필품들도 100% 이상 올랐다. 현재 서울에서 100만 원으로 자취하며 한 달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젊은 청년들이 독립을 원하면서도 녹녹지 않은 생활로 부모 곁으로 돌아온다.
나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제발 이런 일은 생기면 안 된다고. 그러자 딸은, “나는 원래부터 나갈 생각 없었어. 집에 있으면, 밥해줘. 빨래해 줘. 청소해 줘. 생활비 안 들어. 그런데 왜 나가?”라며 어릴 때부터 노래를 불렀다. 지금은 말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똑똑했던 것 같아. 난 엄마 옆에서 평생 살아야지.”라고.
나는 웃으면서 “능력 없는 자식은 사양이야. 내가 25년 동안 너희들 한 명당 매달 3백만 원 이상씩 쓰면서 키웠으니깐, 할인해 줄게. 너희도 나에게 25년간 2백만 원씩 갚아. 알았지?”라고 말하면 아들딸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왜 대답을 안 할까? 어릴 때는 잘하더니?”라고 물으면,
“실천할 수 없는 대답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야!”라며 딸은 딱 잘라 말한다.
이러한 대화 속에서도 나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느낀다. 지금 우리가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나누고 있을지라도, 나랑 평생 살아준다는 아이들이 좋다. 이 순간들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내가 돈을 벌고 싶은 이유는 간단하다. 땅을 사서 건물을 지어,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1층은 나만의 공간, 2층은 딸을 위한 공간, 3층은 아들을 위한 공간으로 구상한다. 이상적인 가족 공동체로 서로의 삶을 응원하며 함께 성장하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나는 매일 글을 쓰고,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가족의 미래를 계획한다. 우리의 이야기는 매일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고 있다. 이 새벽의 불면도, 낮의 분주함도, 모두 우리 가족의 소중한 일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2024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