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유명한 빵집 “성심당”에서 시작된 여정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그것은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과 서로를 위한 작은 배려와 사랑이 담긴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우리는 많은 빵과 케이크를 실고, 집에 돌아가기 전에 친구와 언니네를 들려 그들에게 케이크를 나누어 주어야 했다.
우선 구리에 사는 친구네부터 가기로 했다. 친구가 운영하는 “유래등”이라는 유명한 중국집으로 네비를 찍었다. 익숙해진 딸의 운전 솜씨를 믿으며, 피곤에 지친 나는 중간중간 잠을 청했다. 딸은 자신을 믿고 잠을 청하는 엄마를 깨우지 못하고 긴장감 속에서 운전하며 사고의 위험을 몇 번 느꼈다고 했지만, 무사히 친구네 식당까지 왔다.
친구는 딸이 커서 운전한 것을 대견하게 생각하며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탕수육과 따뜻한 짬뽕으로 맞이했다. 배불러 더는 못 먹을 줄 알았는데 딸과 나는 그 많은 탕수육과 짬뽕을 먹으면서 여행은 힘든 여정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친구는 웃으면서, “이쁜 딸! 오늘 정말 애썼네. 역시 딸이 엄마에게 최고네. 하지만 다시는 엄마 이렇게 데리고 다니지 마라! 이러다 엄마 아프면 너만 고생이다.”라며 병 주고 약 주며, 웃음까지 선사해 주었다. 나 또한 웃으며 친구와 맞장구쳤다.
“내가 이 나이에 무슨 빵을 그리 먹겠다고 대전까지 가겠니? 딸 운전 연수도 시키고 힐링도 하려고 간 거지. 어제 잠만 좀 잤어도 좋았을 텐데. 내 그놈의 생리 땜시. 오늘 낼 하려고 날 또 괴롭히네. 곧 병원 가야 할 거 같네. 몸이 신호를 보내네.”라고 말하자, 친구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아니, 그 생리 정말 어찌 못하니? 나는 거의 안 하는데 왜 힘든 너에게 그리 오래 붙어있니?”라며 걱정해 주었다.
우리는 친구가 준비해 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짜장과 짬뽕을 추가로 포장해 나오는데, 친구는 딸에게 용돈 하라며 오만 원을 주었다. 친구에게 감사해하며 우리는 정릉 언니네 집으로 향했다.
도착하자, 형부가 아파트 정문 앞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 조카가 벌써 대학생이 되어 운전하는 모습에 대견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용돈 하라며 10만 원을 주었다. 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라며 케이크 하나로 큰 사랑을 받았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딸에게,
“오늘 받은 용돈은 아들과 반씩 나누는 거 알지?”라고 말하자, 딸은 아들도 세뱃돈을 다 주지 않았기에 자기도 “뽀찌”를 떼고 주겠다고 했다. 웃음이 나왔다.
“얼마를 원해?”라고 물어보자, 동생도 10% 이상을 가져갔다며 10%를 원했다. 그러면서 15,000원을 더 갖겠다고 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럼, 딸이 90,000이고 아들이 60,000원이네?”라고 묻자,
“그렇지!”라며 딸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웃으면서 “딸! 앞으로 뽀찌를 떼면 누가 더 이익이니? 아들이 더 많이 받을까? 아니면 딸이 더 많이 받을까?”
“당연히 나지!”
“왜에?”라며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엄마! 아들은 큰 집에 가서나 받아오겠지만, 다음부터는 나도 큰집은 같이 가겠지? 내가 살면서 큰집 말고 아빠 친구나 아빠 주변에서 받은 적이 없어. 하지만, 엄마랑 다니면 다 주던데? 나는 앞으로 엄마랑 많이 다닐 거잖아.”라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딸! 그건 다 엄마가 뿌리고 다니니깐 오는 거야. 세상에 공짜가 어딨니? 네가 받으면 엄마가 다음에 밥이라도 사야지. 다 빚이야!”
“그건 엄마가 알아서 할 일이고. 난 몰라.”라며 웃으면서 자신이 받은 건 자신 거라며 좋아만 했다.
집에 돌아와 나는 카카오페이로 딸에게 90,000원 아들에게 60,000원을 배분해 주기로 하고, 현금은 내가 받았다. 나는 오늘의 긴 성심당 여행 피로를 풀기 위해 사우나로 발길을 옮겼다.
사우나에서 우리가 나눈 금전 관계 계산이 이상하다는 느낌이 왔다. 아들은 80만 원을 받아서 딸에게 줄 돈 40만 원에 대해 5만 원을 뽀찌로 가졌다. 그렇다면 아들은 전체 돈의 50%에서 12.5%를 가진 거다. 하지만, 딸은 전체 금액에서 10%로 원했다.
나는 집으로 와서 아들딸을 불렀다. 계산이 이상하다며 뭐가 이상한지 아냐고 물었다. 역시 내 짐작이 맞았다. 딸은 이미 계산의 미묘한 차이를 알고 있었다. 딸은 웃으면서 엄마도 알면서 그냥 해준다고 생각했다며 아들에게 그만 말하라고 했다. 오늘은 이대로 받고 싶다며.
아들은 그때까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답답한 아들을 보면서
“아들! 지금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 잘 생각해 봐? 누나는 지금 15만 원에 10% 을 가졌어. 너는 그때 40만 원에 5만 원을 가졌고. 아직도 이해가 안 돼?”라고 말하자, 아들은 웃기만 하고 생각에 잠겼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답답한 나는,
“아들! 세상은 그렇게 살면 안 돼. 앞으로 많은 사람을 만날 텐데 그들이 아들 걸 챙겨주지 않아. 스스로 찾아야지. 누나도 자기 것만 찾잖아. 엄마 외에는 세상 누구도 너에게 어떤 호의나 공짜를 베풀지 않아. 다시 계산해 봐! 뭐가 문제인지. 이건 수학도 아니고, 산수야.”라며 말하자, 아들은 웃으면서 탭을 가지고 와 쓰면서 계산하고 있었다.
속이 터질 것 같으면서도 웃음만 나왔다. 딸과 아들을 키우면서 남자들의 특성을 아들과 남편에게서 많이 본다. 남자는 어떤 경우도 여자를 따라올 수 없다. 태어날 때부터 여자는 다세포이고 남자는 단세포로 많은 부분에서 부족하다.
학원을 운영하면서, 많은 학생을 보면서도 알 수 있었다.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보통 1~2년이 느리다. 빠른 남학생도 있긴 하지만, 반대로 빠른 여학생과 비교하면 마찬가지다. 이걸 이해하지 못했다면 나는 아들딸을 키우면서 아들을 많이 구박하며 키웠을 거 같다.
딸과 비교되는 아들의 부족함을 볼 때마다 더 많은 칭찬으로 키웠다. 성질 급한 나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딸과 아들을 똑같이 가르쳐도 딸 만큼 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는 2배가 될 때도 있었다.
나는 금을 사기 위해 현금을 항상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그날도 나는 돈을 세고 있었다. 아이들이 돈 세는 내 모습을 보며 신기해했다. 나는 아들딸에게 너희도 기본적으로 셀 수 있어야 한다면 세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5만 원짜리 100장씩을 주면서 손가락에 끼워 세는 법을 가르쳐 주자, 딸은 몇 번 만에 터득하고 연습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들은 손가락에 끼우는 것부터 누나의 몇 배를 가르쳐 주었지만, 할 때마다 헷갈렸다.
1~2시간 연습시키자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다. 사우나를 다녀와 검사해 본 결과, 아들의 승부욕이 유튜브까지 찾아보며 요령을 더 깨우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누나만큼 되지 않았다. 다음날이 되자, 다시 헤매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본 딸은,
“엄마! 엄마는 엄마 아들이 나랑 엄마가 일깨워 주어서 그래도 다른 남자보다 낫다고 하는데, 다른 남자들이 아들보다 더 답답하다면 난 결혼 안 할래.”라는 말에 우리는 큰소리로 웃고 말았다.
아들은 문제를 풀었다. 하지만, 아들이 푼 시간은 3분 이상 걸렸다. 거리다 수학적으로 80만 원의 5만 원이니 16분의 1만큼이라는 어려운 계산법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아들아! 세상은 그렇게 오래 기다려 주지 않아. 네가 친구들과 식사하고 더치페이한다고 하자, 그럼 나온 금액에서 명수로 나누어 돈을 내겠지? 그때 9,500원이 나왔는데 걷는 사람이 10,000원씩 달라고 했다면 어쩔래? 그냥 줄래?”라고 묻자, 아들은 웃고만 있었다.
“아들아! 500원이 큰 게 아니야. 그래도 줄 때, 알고 주는 건 상관없어. 그땐, 웃으면서 ‘내가 500원 선물로 준다.’라며 웃으면서 생색낼 수 있어.
그리고 네가 걷어야 할 때, 500원씩을 더 받았을 때는 나가서 그 돈으로 아이스크림이나 사탕이라도 사주면서 인심을 쓸 수도 있고. 반대로 9,000원을 받아서 모자란 돈을 네가 내야 할 때도 마찬가지야. 그때는 돈이 모자라지만, ‘내가 너희를 위해 인심 쓸게.’라며 생색낼 수도 있는 거야. 인간관계는 별거 아닌 거에 인심을 얻고 잃는 거야. 대화할 때는 항상 웃는 거 잊지 말고.
알고 당하는 거야 모르고 당하는 건 큰 거야. 세상은 아무도 너를 챙겨주지 않아. 주위에 사기꾼만 득실거리지. 그런데 아까 그런 문제를 3분 이상 걸리면 누가 널 기다려 주겠니?
이번에 너는 누나에게 네가 받을 금액 75,000원에서 12.5%인 만원 정도만 더 주면 되는데 15,000원을 주면서도 모르고 있었다는 거야.
알고 주는 거와 모르고 주는 건 달라. 세상은 사는데 수학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때그때의 융통성과 빠른 산수 계산이야. 12.5%를 정확히 계산하려고 하지 말고, ‘10%가 7,500원이니깐 대강 만원 이쪽저쪽이겠구나!’라는 생각을 빨리하는 게 중요한 거야. 알겠어. 내 멋쟁이!”라고 말하자, 아들은 웃으면서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한 교훈은 아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이 모든 경험을 통해 나는 가족이라는 소중한 존재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사랑과 지원, 그리고 삶의 교훈을 통해 서로를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