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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Feb 29. 2024

상위 1%의 행복을 위해 춤과 음악을 배우는 가족


나는 나와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갈망하지만, 싶지 않다는 걸 안다. 행복의 기준이 무엇일까? 돈이 많은 거? 명예를 얻는 거? 사회적 지휘를 얻는 거? 행복에 대한 답은 각자의 마음속에 다르게 자리 잡고 있다.      


예전의 나라면 돈과 명예, 사회적 지휘 모두를 소유하는 거라고 말했을 거다. 티처스의 한 아빠가 말한 것처럼, 상위 1%가 99%를 이끌어 간다는 말처럼.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내 마음속에 행복의 기준은 조용히 확실하게 변화되었다. 스스로 만족하는 행복감이 상위 1%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행복은 단순히 하고 싶은 걸 하며 사는 것일까?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 우리 중 현재 자신의 위치나 직업에 만족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공부하는 학생들도 좋아서 공부하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세상이나 사회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낙오자라는 기준을 학생은 성적으로, 직장인은 월급이나 직위, 사회적 위치로 평가한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불평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학생 또한 공부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하는 이유이다.      


내가 반세기를 살아오며 깨달은 것은, 행복은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다니기 싫은 직장이라도 그 안에서 장점을 찾으면 생각보다 많다. 우선 경제력을 해결해 주고, 일할 기회도 준다. 사람들과 부딪치며 스트레스는 받을 수 있지만, 삶의 의미도 찾게 해준다. 이처럼 순간순간의 성취감이 만족감을 얻게 해준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하기 싫은 공부라도 열심히 했을 때 성적이 오르면 자신감도 생기고 성취감에서 오는 행복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게다가 주위의 칭찬을 받으면 힘든 공부에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이러한 만족감을 얻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다. 이때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어떤 것을 찾아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한다.     




나는 그런 걸 찾지 못했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 술 마시며 수다 떨면서 시간과 돈만 낭비했다. 즐기고 스트레스가 풀렸다면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았겠지만, 뭔가 항상 부족함을 느꼈다.     


운동으로 풀려고 이것저것 해보았다. 하지만, 점점 약해지는 몸이 운동을 받아들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탁구를 마지막에 했지만, 역시나 그것 또한 무리였다. 삶에 재미가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작년에 춤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체로 하는 에어로빅은 예전에 해보면서 몸치인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개인 교습을 받고 싶어 알아보다 2명까지 같은 가격으로 해준다는 말에 딸과 함께 시작했다. 나는 내 나이에 맞는 라인댄스 같은 걸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선생님 나이가 20대 중반 힙합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었다.      


딸이 생각보다 좋아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아들딸에게 춤을 배워보라고 권했지만, 싫다고 했었다. 그러던 딸이 이번에는 즐겁게 만족하며 배우는 것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20회를 같이 다녔다. 100만 원이란 큰돈을 냈지만, 나에게 만족감이 별로였다.     


그러다 저번 요양병원에서 라인댄스를 환자들에게 서비스로 일주일에 2번씩 가르쳐 주었다. 갈수록 재미있어 언제부터인가 그 시간이 기다려졌다. 나가서 노는 것보다 재미있었다. 저녁마다 몇 명의 언니들과 함께 연습하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았다.      


집에 와서도 학원에 바로 등록했다. 하지만, 생리가 터지면서 몇 번 가보지도 못하고 돈만 날렸다. 옷도 잔뜩 주문해 놨는데. 다니는 학원 옆 교실에 딸이 배울만한 힙합 댄스 학원이 보였다. 딸은 운동이 필요하다며 ‘필라테스를 배울까?’ 생각하고 있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고민 중이었다.     


엄마가 해준다고 할 때까지 기다리는 눈치였다. 하지만 나는 해줄 마음이 없었다. 저번 헬스도 1년 치 등록하고 2달 만에 그만두었기 때문이다.     




딸에게 다시 춤을 쳐보는 건 어떤지 물었다. 대학에 가서도 직장을 다니면서도 노래와 춤은 우리가 끊을 수 없는 중요한 힐링의 하나이다. 노래는 어느 정도 부르지만, 부모를 닮아 몸치인 딸은 춤은 잘 추지 못했다.     


나와 과외로 배워놓은 게 있으니 해보라고 권유했다. 열심히 배워서 대학 가면 클럽도 다니고 즐기며 살라고. 클럽 갈 때는 엄마도 이쁘게 화장시켜서 데리고 가라고. 엄마도 2030에서 놀고 싶다고.      


정말 그러고 싶다. 젊었을 때 직장 다닐 때 다니고, 가보지 못한 나이트나 클럽에 가보고 싶다. 아들딸과 함께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드림이다.      


드라마를 보면 지금 클럽은 내가 다닐 때와 많이 변한 것 같다. 나이를 먹었어도 못해본 걸 해보고 싶다. 하지만, 나 혼자 가면 들여보내 주지 않으니, 아들딸에게 데리고 가 달라고 하자, 딸은 나를 이상하게 보았다.     


“엄마는 내가 클럽에 다니길 원해?”


“어. 좋은 클럽에 가서 문화를 즐겨야지. 세상 뭐 있다고. 친구들과 직장동료들과 다니면서 놀아야지. 그때 춤도 잘 추면 얼마나 돋보이겠니?”


“엄마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라며 깔깔대고 웃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취미로 할 수 있는 걸 많이 경험시키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이 커서도 즐길 수 있는 걸 스스로 찾길 바랐다. 미술, 음악은 피아노, 기타, 플롯, 성악, 드럼 등. 운동은 배드민턴, 탁구, 골프, 암벽, 볼링, 수상스키, 스키, 태권도, 복싱 등. 열심히 따라다니며 내가도 가르치고 함께 배웠다. 하지만, 어떤 것에도 그렇게 만족하는 걸 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권유한 게 춤이다. 딸은 망설이다 무료로 할 수 있는 체험을 한번 하고 왔다. 만족했나 보다. 가겠다며 수업료를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1개월은 17만 원, 3개월은 37만 원, 6개월은 66만 원, 일 년은 99만 원이란다. 나는 99만 원을 권했다. 대신 수업료는 매달 10만 원씩 용돈에서 차감하는 걸로 했다.     


일 년을 수강했더니 처음에는 일주일에 4번이라던 수업이 오전에 3번 더 들을 수 있다며 총 7번이 가능하단다. 딸은 재미있는지 시간 될 때마다 간다. 기타도 배우라고 했지만, 마땅한 학원을 찾지 못해 피아노를 재즈로 배우고 있다.      


이젠 춤을 열심히 하면서 기타만 배우면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딸이 될 것 같았다. 이 정도면 세상 살면서 스트레스가 쌓여도 즐겁게 풀며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아들이 문제다.   

   



아빠를 닮아서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들은 즐거운 게 없다. 오직 방에서 핸드폰 소설이나 유튜브 보는 것만 좋아한다. 아들이 1년간 다닌 복싱이 지겹다며 3월 중순에 끝나면 그만두겠다고 했다. 나는 안된다며 그럼 남자다운 유도나 합기도를 배우라고 했다. 역시나 싫다고 했다.     


고민하다 누나와 함께 춤을 배우라고 했다. 기겁했다. 딸은


“엄마! 아들은 절대 안 배울걸?


“왜 그래 딸! 아들을 꼬셔 봐! 아들도 어디 가서 남들과 어울려야 하지 않겠니?”     


“엄마! 엄마 아들 성격은 절대 안 할 거야. 그냥 놔둬.”라며 부정적으로 말했다. 나는 매일 같이 춤을 배웠을 때 얻어지는 장점들을 말하면서 사정했다. 착하지만, 아빠 닮아 고집이 센 아들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누가가 즐겁게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같이 다니라고 꼬셨다.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나나 누나와 다니는 걸 좋아했다. 이번에도 그걸 이용해 계속 설득했다. 하지만 아들은 그냥 복싱을 더 다니겠다며 거절했다.      


함께 음악을 들으면서 한 달 가까이 끈질기게 아들을 설득했다. 드디어 하기로 했다. 딱 일 년만. 고3 때는 공부를 핑계로 아들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지금은 그러자고 했다.     


딸은 자신도 수강료를 내달라며 불공평하다고 불평했다. 나는 아들에게 너는 엄마가 돈 대줄 때 배우라며 누나보다 좋은 조건이라고 말하자, 웃으며 만족해했다.     


아들은 노래를 못한다. 어렸을 때 성악을 가르쳤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그만두었다. 하지만, 춤이나 기타라도 잘해서 소극적인 아들이 사람들과 자신 있게 어울렸으면 좋겠다.  

   



삶의 진정한 행복은 외부적 성공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마음속에서 찾는 만족감에서 비롯된다. 내 자녀들이 돈도 많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며 산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자신의 취미와 열정을 찾아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가족의 행복은 돈이나 명예가 아닌, 삶의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나는 내 자녀들이 행복의 수치를 경제적으로 상위 1% 안에 두지 않고, 자신의 마음속에 진정한 행복을 상위 1%에 두길 바란다.     


나는 행복이 개인적인 성취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연결과 상호 지원에서도 비롯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딸과의 춤 수업은 단순한 활동을 넘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깊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들의 경우, 처음에는 춤에 관한 관심이 없었지만, 가족의 격려와 지지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기로 했다. 이는 그가 자신의 취미와 열정을 탐색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나는 자녀들이 사회적 기준에 따라 성공을 측정하는 삶을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대신, 그들이 자신들의 진정한 열정을 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삶의 기쁨과 만족을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것이 바로 나에게 있어 진정한 행복의 의미다.     


202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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