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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Mar 05. 2024

현명한 선택 : 공부를 많이 하면 용돈이 늘어나요!


아들과 딸에게 나는 매월 말일 날 용돈을 준다. 예전에는 필요할 때나 생각나면 주었다그러자 아들은 거의 용돈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하고 싶은 거, 가지고 싶은 게 없는 아들은 돈 쓸 일이 없었다. 사기 좋아하고 먹고 싶은 게 많은 딸은 용돈을 은근히 자주 요구했다.     


남편은 나에게 절대로 돈을 주지 않지만큰딸에게는 모아서 등록금 하라고 100만 원을아들에게는 30만 원을 준다. 그 돈을 아이들한테 받아서 아들에게는 금 한 돈을, 딸에게는 30만 원의 용돈과 교통카드를 준다. 나머지는 모아서 등록금을 내준다.     


만약 딸이 장학금을 타면 그 돈도 주겠다고 했다우리는 국가 장학금을 받을 수 없기에 무조건 성적 장학금을 받아야 한다하지만 딸 말에 의하면 다음 학기도 장학금은 힘들단다. 성적 장학금을 받으려면 전공을 9학점 이상 신청해야 하는데, 이번에 들을 수 있는 전공과목이 없어 6학점밖에 신청하지 못했단다.    

 



딸에게는 남편이 주는 거 말고 아들 공부를 봐주는 대가로 내가 처음에는 50만 원씩 주었다돈의 귀중함을 모르는 딸이 반수까지 하면서 아들에게 신경을 별로 쓰지 않았다. 나는 30만 원만 주고 수당으로 이것저것을 주겠다며 방법을 바꾸었다.    

 

아들 모의고사를 보고 틀린 거 정리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면 한번 할 때마다 3만 원씩 주고아들 시험 성적이 과목당 오르면 3만 원씩 주기로 했다. 이때는 아들딸 함께 주는 걸로 했다.      


아빠는 중간에 돈이 생기면 딸만 주고 있었다.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 나는 내가 한 달에 5만 원을 주고 아빠에게도 아들에게 5만 원을 따로 더 주라고 했다그리고 추가로 주는 용돈은 아들딸 똑같이 주라며 했다.     


아들에게도 말했다. 너도 가만히 있지 말고 누나만 주면 달라고 하라고. “우는 아이 젖 준다.”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 말 하지 않으니깐 아빠도 엄마도 신경 쓰지 않게 된다고딸은 매일 자기 통장은 텅장이고 그지라며 웃으면서 노랠 부른다.     




그러다 티쳐스에서 검정고시를 보겠다며 집에서 공부하는 여학생이 엄마와 공부하는 만큼 용돈 받는 규칙이 있었다. 우리도 그렇게 하자고 딸이 제안했다. 아들도 괜찮다며 흔쾌히 대답했다. 규칙을 정해야 했다.      


나는 하루 3천 원을 넘기지 않는 한도에서 정하자고 했다. 5만 원은 사라지고공부한 만큼 주게 되면 10만 원을 맥시멈으로 정하자고 했다     


딸이 과목별로 정하자며그날 할 양을 다한 과목 수만큼 돈을 달라고 했다. 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4과목 (지구, 생명, 화학, 물리) 이라며 7과목이라고 했다. 뭐 그리 많냐니깐 다 수능에 필요하단다. 금액을 과목당 500원씩 주기로 했다.     


하루 최고 3,500원으로 정했다. 나는 딸에게 


“이쁜 누나가 잘 시켜야 해. 공부하는 것도 매일 확인하고.”

나는 일이 더 느는데 나에겐 이득이 없잖아!”라며 웃으면서 내 눈치를 살폈다. 기회를 놓칠 딸이 아니었다.


기분이다아들 하는 만큼 딸에게도 보너스를 주지그렇다고 하지 않고 했다고 하면 안 되는 거 알지?”

엄마우리가 그 정도로 양아치는 아니지열심히 해볼게.”라며 흡족해했다.      


딸은 매일 할 분량을 정해주고 노트를 사서 과목별로 다한 건 표시하도록 했다. 식사할 때 우리는 탭으로 관심 있는 영상이나 영화를 본다. 나야 별로지만, 아들딸은 보면서 즐거워했다. 보다 보면 아들이 빠져나오질 못할 때가 많다. 그럴 때 딸은      


여기까지만 보고 들어가!”라며 자제를 시켜주었다.     


식사하고 설거지하는 아들에게도 아들이 좋아하는 영상을 보여주며 즐겁게 하도록 배려해 주었다아들은 그런 누나의 말을 부모 말보다 잘 듣는다     


딸이 동생 다루는 법을 보면서 나도 놀람을 금치 못했다. 고마웠다. 똑같이 주기로 한 내 결정이 현명함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병원에 있어도 딸 덕에 아들 걱정이 덜하다.   

  



3월 1일이 공휴일이라 병원도 한가하다. 나는 내일과 모레 링거를 맞기 위해 집에 잠시 갔다. 아이들에게 아빠한테 받은 용돈을 달라며 2월 정산을 하자고 하자,


딸은 아들 노트에 적어 놓은 것을 열심히 세고 있었다. 159개가 나왔다. 2월 1일부터 29일까지다하루에 5~6과목을 꾸준히 공부했다는 결과다. 79,500원이 나와서 8만 원씩 카카오페이로 보내주었다. 아들은 금 한 돈을 받으면서 현재 한돈이 얼마인지 물었다.   

   

“34만 원이야아빠가 준 30만 원에 엄마가 4만 원 보태 준 거야.”라고 말하자, 웃으면서      

한돈 더 살게!”라며 카카오페이로 돈을 보냈다. 역시 아들은 쓸데가 없으니 적은 돈을 주어도 여유로웠다.     

딸은 용돈을 받으면서도 “내 통장은 텅장이야난 그지야이게 전부야돈 많은 아들은 매일 나에게 얻어먹기만 하고.”라며 웃으면서 나에게 애교를 부렸다.     


아들아이젠 배달 음식이나 밖에서 누나가 사 온 음식은 반 띵해라누나 매일 거지라고 난리네.”라고 말하자, 아들도 웃으면서 고개만 끄덕였다.      


이처럼 우리 가족은 아들의 학업 지원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다. 딸은 아들의 공부를 도와주며 그 대가로 용돈을 받는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보상을 넘어가족 구성원이 서로의 성장을 돕는 과정이다




이렇게 용돈을 주면서 아들딸 공부를 시키지만, 아들이 학교생활과 관련해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였다. 자신 있던 수학도 1학년 때 1등급이 나오지 못했다. 학교 선택을 잘못한 결과이다.     


누나가 동생보다 수학 실력이 낮았지만, 학교 선택을 잘해서 3년 내내 1등급을 놓치지 않았다누나는 일반 여고를 선택했다. 특히 딸이 간 여고가 수학이 약하기 때문에, 시험이 어렵지 않았다. 딸이 공부한 것에 비해 대학을 잘 간 건, 공부 방식도 알고 있었지만, 내신도 받쳐주었기 때문이다.     


아들이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 나는 일반 남고를 가라고 했다. 하지만, 3 2학기 시험에서 올백을 맞은 아들은 자신감이 넘쳐 어딜 가도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아들은 S고 과중 반에 가고 싶다면 사인해 달라고 했다.      


나는 아들의 결정을 존중했지만아들이 겪게 될 어려움에 대해 걱정했었다. 실제로 아들은 학업에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이는 가족 모두에게 고민 거기가 되었다.      


나는 S고에서 떨어지길 바랬다이번에도 경쟁률이 7대 1이었단다. 합격한 기쁨도 잠시 입학해서 이상한 담임 덕분에 학기 초 3개월 내내 고생했다.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이렇게 신경 쓰인 적이 나도 처음이었다.  

   



저녁을 먹으러 가면서 누나는 동생 내신을 걱정했다. 나에게 말은 안 하지만, 누나에게 괜히 이 학교 온 것 같다며성적이 나오지 않아 힘들다고 했단다이런 아들을 보며 딸과 나는 정시가 있으니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 주고 있다. 지금부터만 잘하면 스카이도 가능하다고 격려하지만, 성적에 기가 꺾인 아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가족은 서로의 성장을 위한 최고의 안식처이다아들딸에게 용돈을 공평하게 주고그들의 학업을 지원하는 것은 단순한 일상의 일부가 아닌깊은 사랑과 신뢰의 표현이다     


아들이 겪는 학업의 어려움과 딸의 도전 앞에서 우리는 서로의 가장 큰 지지자가 되어주고 있다. 아들의 고민과 딸의 열정을 보며나는 자녀들이 각자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부모로서 격려하는 것의 중요성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아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고딸이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나는 항상 그들과 함께 할 것이다이러한 지지는 단지 용돈이나 학업 성적을 넘어선삶의 깊은 교훈과 사랑에서 비롯된다.


202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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