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인경 Feb 22. 2024

딸과의 데이트 : 대전 “성심당” 빵집으로.


어제와 오늘은 장마철에 내리는 비처럼 봄을 알리는 빗님이 하늘에서 쉬엄쉬엄 내렸다. 하나님은 정말 나를 사랑하는 걸까?’ 하늘은 우리의 일정을 배려해 주는 듯이 걸어서 돌아다닐 때는 잠시 멈추었다가차를 타고 이동할 때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다시 쏟아졌다.  

   

이런 날나는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몇 주 전 약속한 대전에 있는 성심당이라는 그 유명한 빵집으로 향했다. 오늘 나는 좋은 엄마, 약속 잘 지키는 엄마, 자식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 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우리의 대전 여행은 단순한 빵집만의 여정이 아니라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딸의 소망과 그 소망을 지켜주고 싶어 어떻게든 약속을 지키려는 엄마의 마음이 얽혀 있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몇 주 전 딸은 내 옆에서 가슴 벅찬 희망을 담아 성심당에서 가장 유명한 딸기 시루를 보여 주며 간절하게 먹고 싶다고 표현했다. 사진을 보고 나는      


“우와! 저게 얼마야? 엄청나네?”

“43,000원! 싸지? 진짜 맛있데나도 먹고 싶당성심당에 가보고 싶엉!”라며 꿈처럼 이야기했다.     


“가면 되지. 갔다 와! 대전이 머나?”라며 농담 식으로 던졌다.

“뭐 타고? 엄마가 가줄껴?”라며 웃으면서 애교스럽게 답했다.     


“나?”하며 깜짝 놀란 표정을 하자,

“어. 그럼 어떻게 가? 나 혼자 갈 수도 없고.”라며 벌써 포기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이쁜 딸! 정말 가고 싶어?”라며 나는 진심으로 물었다. 

“어. 엄마! 내가 엄마 차 타고 갔다 오면 안 될까?”     


깜짝 놀란 나는 “누가 운전하고?”

“내가 하지! 안 되겠지?”라며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딸은 작년에 수능 시험 끝나자,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 나는 운전면허증은 이젠 우리나라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제2의 신분증이라며 무조건 취득하라고 했다. 내 극성에 못이긴 딸은 면허증을 취득했고, 연수까지 마쳤다. 그 뒤로 내가 몇 번 데리고 다녔지만, 반수 하면서 운전을 전혀 하지 않았다.     


면허 취득 후, ‘연수받고 나랑 몇 번 해본 실력으로 내 차로 혼자 대전을 다녀온다고?’ 나는 황당해서 웃기만 했다. 어쩔 수 없이 같이 가주기로 했다. 좋아하지도 않는 빵을 얼마나 사겠다고 3시간이 넘게 걸리는 대전까지 가야 하나?’라는 고민이 많았지만, 딸이 간절한 소망에 갈 수밖에 없었다.   

  

딸은 어제 나에게 보험 들었는지 확인했다. 딸이 운전하기 위해서는 전날 “전 연령 운전 특약에 가입해야 한다. 나는 화요일에 비 오면 목요일에 가자고 하자, 딸은 비가 화요일은 안 온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는 아침 6시 20분에 출발했다. 생리하려고 그러는지 밤새 거의 잠을 자지 못해 피곤했지만, 딸과의 데이트라는 기쁜 마음으로 내색하지 못했다.      




딸의 여정은 도전으로 가득 찼다. 골목을 나가는 딸은 사이드미러를 접은 상태에서 출발했다커브를 돌자마자 트럭에 부딪칠 뻔했다. 놀란 나는 딸에게 지적하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도로로 나가니 조금 편해지긴 했다. 하지만, 일기예보는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다.     


고속도로에 들어가자, 비가 점점 세차게 내렸고도로는 더욱 위험해졌다처음 장거리 운전을 하는 딸에게는 큰 부담이었다그렇다고 내가 운전할 상태는 아니었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폭우 속을 달렸고, 나는 모른 척하고 “잘한다. 잘한다.”라며 그녀의 용기를 칭찬하며 옆에서 지원했다.    

  

피곤함을 참지 못한 나는 잠시 잠이 들었다그때 심한 폭우가 쏟아졌다딸은 앞이 보이지 않아 힘들었지만, 나를 깨우지 못하고 그냥 갔단다. 그녀는 해냈다우리는 목적지에 잘 도착했다     


주차를 마치고 차에서 내린 딸은 긴장한 탓에 목부터 어깨 팔다리까지 아프단다운전이 보는 것처럼 쉽지 않아 힘들었다며 알아달라는 듯 귀여운 투정을 했다.     


도착하자, 지붕을 뚫을 것 같았던 비는 언제 그랬냔 듯이 멈추었다. 하나의 우산으로 둘이 함께 써도 무리가 되지 않았다. 딸은 자신이 운전할 때는 폭우가 와서 힘들었다며 억울해했다. 나는 


“엄마가 말했지? 딸아! 하나님은 엄마를 사랑하신다고그래서 엄마가 돌아다닐 때는 비가 안 온다니깐.”이라며 농담하자,      


나도 엄마처럼 하나님 사랑받고 싶다왜 내가 어디만 가면 비가 오는 거야?”라며 애교스러운 불평을 했다.      

“하나님은 이쁘니도 사랑하지. 하지만, 이쁘니가 하나님을 떠났잖아! 언제부턴가 교회도 안 가고 믿지 않았잖아.”

“맞아!”라며 말하는 딸과 우리는 큰소리로 웃으며 “성심당 케익부띠끄”부터 갔다.  

    



그 유명한 딸기 시루부터 사야 했다. 한 사람당 1개씩밖에 안 판다고 블로그 리뷰에 쓰여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3개가 필요했다아이들 먹을 거 하나나를 제일 생각해 주는 큰언니 생일이 목요일이다그리고 제일 친한 친구 엄마 생신도 목요일이란다     


나는 무조건 3개를 사야 했다. 안되면 한 번에 2개 사고, 몇 시간 후에 다시 가서 한 개를 더 살 생각이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9시 30분 경이라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3개를 주문하자, 거절 없이 결재해 주었다.     


그다음이 문제였다. 케이크 한 개의 무게가 2~3kg 되는 듯했다주차장이 걸어서 5-10분 정도 걸렸다딸에게 3개를 들라고 할 수 없어 내가 하나를 들었다. 팔에 무리를 주면 안 되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트렁크에 3개의 케이크를 실으며 뭔가 큰일을 해낸 뿌듯함을 느꼈다.     


이제 우리는 그 유명한 “성심당” 본점으로 향했다. 10시쯤이라 빵이 다 나와 있지 않았고,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딸은 빵을 보자 이것저것 담기 시작했다나는 막았다언제 다 먹냐며인터넷 쇼핑몰에 없는 것만 사라고하지만 화려한 빵을 본 딸은 조절하지 못했다     


그렇게 담았지만 유명하다는 애플 브리치즈가 나오지 않았다물어보자 11시쯤 나온다고 했다. 우리는 배가 고파서 “성심당” 2층에 있는 “테라스 키친”으로 갔다. 메아리 크림 파스타와 치즈 매콤 돈가스를 시켰다. 파스타와 나온 메아리 빵이 별로였다. 그것도 사 가려고 했는데 한가지가 줄었다. 다행이었다.     


식사하는 동안 성심당의 줄이 밖에 끝도 없이 길어졌다. 우리는 먹던 것을 서둘러 정리하고 딸은 줄을 서고 나는 미리 사 놓은 빵을 차에 가져다 두었다. 주차도 2시간이 되어 출차 했다가 다시 주차했다.      


딸은 끝내 “애플 브리치즈”를 못 사고 “케익부띠크”로 가 있다는 연락이 왔다. 딸은 거기서 또 다른 케이크와 빵들을 고르고 있었다. 나는 저 많은 빵을 언제 먹을지 걱정되었지만, 고르면서 행복해하는 딸을 막을 수가 없었다.     


“애플 브리치즈”을 사기 위해 “성심당”으로 다시 간 우리는 또다시 안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사람들에 밀려 몇 바퀴를 돌았다. 그 사이 딸은 빵을 한 접시나 또 골랐다. 드디어 애플 브리치즈가 나왔다내가 첫 손님으로 3개를 샀다     


좁은 빵집에서 딸은 사람들에 밀려 보이질 않았다. 5분 정도 후에 “애플 브리치즈” 쪽에서 딸을 발견한 나는 딸을 불렀다. 딸은 계산하는 곳으로 오면서      


엄마 샀어?”라며 물었다나는 고래를 끄덕이자벌써 다 나갔단다깜짝 놀랐다. 내가 살 때 산처럼 쌓아놓았던 그 많은 빵이 벌써 다 끝났단다.      


우리는 이 많은 빵을 사기 위해 주차장을 4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주차장으로 온 우리는 트렁크를 보면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언제 다 먹을 수 있을지 모를 빵이 한가득이었다.


빵을 20만 원어치도 넘게 사다니!’ 나는 웃으면서 딸에게 

우리 미친 거 아니니저거 언제 다 먹지?”라고 말하자, 딸은 흥분해서      


“다 먹을 수 있어. 케이크 두 개 빼면 얼마 안 돼!”라며 만족한 얼굴로 집에 가자고 했다. 너무 허무했다. 이 빵을 위해 아침 빗속을 뚫고 3시간 이상을 왔다고 생각하니 웃음만 나왔다     


벌써 12시가 되었다. 딸은 집으로 돌아 가지고 했다. 여기까지 와서 이것만 사고 집에 가자니 서운했지만, 지금 출발하지 않으면 퇴근 시간과 겹쳐 차가 막힐 거다.     




성심당에서의 3시간은 마법 같았다딸과 나는 그곳의 빵과 케이크그리고 우리의 웃음으로 가득 채웠다. 유명한 “딸기 시루”를 비롯해 수많은 빵을 구매하며 우리는 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행위가 우리의 사랑과 약속의 표현이라는 사실이었다.     


비가 내리는 아침, 대전으로 향한 여정은 단순히 빵을 사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엄마와 딸이 함께 겪은 소중한 모험이었다. 딸은 운전 중에 5번 이상의 사고 위험을 경험할 정도로 우리의 여행은 고난과 도전적인 여행이었다.     


위험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과 믿음 속에서 미소와 웃음을 나누었다. 그날, 나와 딸은 새로운 차원을 경험했다. 우리는 단순히 엄마와 딸이 아니라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동반자가 되었다     


이번 성심당의 대전 여행은 사랑과 약속그리고 가족과의 관계가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이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딸과 나눈 이 소중한 시간은 우리 삶의 보물로 남을 것이며그 기억은 항상 우리를 웃게 할 것이다.     


20240220

매거진의 이전글 가족의 온기 : 자녀의 사랑으로 유방암을 치유하는 엄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