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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Mar 21. 2024

신뢰와 정보의 힘 : 금 거래의 미묘한 속임수


종로의 금 거래에서 펼쳐진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금을 구매하기 위해 발을 들인 그곳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신뢰와 배신, 깨달음이 교차하는 정신적 장소였다. 

     

병원에 있는 나에게 요 며칠 계속 전화 오는 친구가 있었다. 몇 년 전 병원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이다. 이 친구는 얼마 전 암 완치 판정받고 밖에서 생활하고 있다. 병원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나가보니 생활비며 모든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    

 

비상금으로 6천만 원이 있다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나는 웃으면서 친구의 생각을 물었다. 친구는 그 돈은 지키고 싶다며 일을 해서 조금씩 벌어 쓰고 싶다고 했다. 나도 그러라고 했다.      




나에게 너라면 어떻게 하겠냐고 여러 번 물었다. 나는 웃으면서      

“내가 너라면 친구야! 3천만 원을 해약해서 금은 사겠어. 네가 주식이나 코인을 지금 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지. 하지만 금은 변동성이 적고 투자 가치가 충분해.”     


다음날 친구는 천만 원을 해약했다며 어디 가서 금을 사냐고 전화가 왔다. 나는 웃으면서 지금 내가 병원에 있으니 혼자 가라고 했다. 내 거래처를 알려주었다. 금에 대해 모르는 친구가 불안했던 나는 도착하면 사기전에 전화해서 바꿔 달라고 했다.     


친구는 도착해서 나에게 전화했다. 나는 매번 거래하는 언니에게 가격을 물어보자, 그날 시세가 356,500원이었다. 27돈을 최대한 작은 골든 바로 주라고 했다. 친구에게는 사진 찍어서 보내라고 하면서 정확한 물건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때 친구가 목걸이 하나를 사진으로 보냈다. 5돈짜리가 10돈처럼 묵직해 보이는 게 괜찮았다. 공임이 8만 원이라고 하기에 내 것도 주문하라고 하자, 판매자 언니는 12만 원을 달라고 했다.    

 

언니! 8만 원이 왜 금방 12만 원으로 바뀌어요?”라고 웃으면서 물었다. 그건 샘플로 만든 거고, 새로 주문 들어가는 건 12만 원이란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였지만, 나는 최대한 정중히 웃으면서      


“그러면 안 되지요. 8만 원에 부탁해요.”라고 말하자,

“내가 인경이에게는 못 이겨! 금값은 오늘 시세로 해줄까?”     


“네. 어제 언니네 갔다 와서 다리가 아파 입원했어요. 제가 여기서 3주는 있어야 할 듯해요. 그때 가서 결제할게요.”

“알았어. 몸조리 잘해!”라며 흔쾌히 주문을 넣어주었다.      


나는 내 말을 무조건 믿어주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목걸이를 같이 주문하자고 했다. 친구는 흔쾌히 알았다고 했다. 다시 연락하자, 금방 언니는 12만 원을 고집했고, 나는 8만 원에 해달라며 2개의 목걸이를 주문 넣었다. 그쪽 상황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나에게 말이 바뀌는 언니를 보면서 기분이 별로였다.    

 



친구는 집에 가서 목걸이를 차보며 만족해했다. 금 산 걸 남동생에게 자랑했단다. 남동생은 자신도 금 바를 사달라며 3,000만 원을 입금했단다. 나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나는 현금 잘 찾아가서 그때처럼 사라고 했다.     


친구는 현금을 찾아본 적이 없어 이 은행 저 은행 다니면서 1,500만 원밖에 찾지 못했다고 했다. 나는 웃으면서


내가 왜 현금을 그렇게 들고 다니는지 알겠지? 금 산다고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찾아 놓은 거야. 찾은 돈 다 금으로 샀어야 했는데 떨어지기 기다리다 이젠 너무 비싸서 사지도 못하고 구경만 한다야.”     




친구는 이날 금을 사고 나오면서 나에게 전화했다. 뭔가 속은 기분이라고. 왜 그런지 물었다. 골든 바 덩어리별로 수공비 3,000원씩을 받아 18,000원을 더 받았다는 거다.      


나는 기분이 상했다. 믿고 보냈는데, 내가 없다고 수공비 명목으로 6개 덩어리에 대한 금액 18,000원을 받은 거다. 나는 친구에게 전화하지 왜 그냥 샀냐며 뭐라고 했다.     


18,000원이 크면 크고 작으면 작지만, 그래도 식사 한 끼 값이다. 믿고 거래했는데 마음이 안 좋았다. 몇 년을 거래했는데 돈 앞에서는 모두가 변해버린 모습에 마음이 씁쓸했다.   

  



처음 이곳은, 딸 은 제품을 사주려고 종로에 갔다가 알게 되었다. 딸 은 제품을 사주고 금을 구경하는데 내가 착용한 반지와 팔지 목걸이가 전부 그 집 제품이었다. 주인 언니도 깜짝 놀라 어디서 샀는지 물었다.   

  

나는 친한 언니에게 싸게 샀다며 자랑하면서 금액을 물어보았다. 깜짝 놀랐다. 도매로 준다던 동네 언니는 나에게 4배 가까이 남겨 먹었다. 배신감이 속에서부터 올라왔지만, 해결 방법은 없었다. 그 이후로 동네 언니와의 거래는 끝났다.     


동네 언니는 종로 도매 집에 가서 개인 소비자인 자기 고객에게 금을 팔았다며 소리 지르고 횡포를 났단다.    

  

나는 친한 친구들을 데리고 가기 시작했다. 갈 때마다 바뀌는 친구와 지인을 보면서 도매 집 언니는 나를 불러 말씀하셨다.


“인경 씨! 사람을 데리고 오지 말고 주문을 받아와. 그래야 내가 인경 씨에게 수고비를 줄 수 있어.

 

“언니! 저 이런 거에서 남에게 남겨 먹지 않아요. 이런 푼돈으로 인심 잃는 거 싫어요. 그냥 최대한 싸게 해주세요. 저 안 주셔도 돼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언니. 저 없을 때 제 이름 대고 오면 잘해주세요. 제가 같이 올 수 없을 때는 소개만 해줄게요.”라고 말하자, 언니는 나를 칭찬하면서 걱정하지 마! 인경 씨와 똑같이 해줄게.”라며 확답을 주었다.     


이렇게 거래한 지 벌써 5년 이상이 되었다. 나는 많은 사람을 데리고 다니며 소개해 주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금값에 관해 모른다는 것을 이용해, 친구가 혼자 가자 바로 18,000원을 더 받은 거다.      




친구는 다음날 남은 천오백을 가지고 다시 종로로 갔다. 나는 친구에게 가서 전화하라고 했다. 하지만, 언니는 없고 아들과 동생만 있었단다. 친구가 오늘의 금값을 물어보자, 시세보다 7,000원 이상 비싼 365,000원을 말하더란다.    

  

너무 놀란 친구는 어제 온 사람이라고 말하자, 언니에게 전화해 보고 357,800원을 말했단다. 친구는 밖으로 나와 나에게 전화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부르는 게 값이라고.      


나는 기다리라고 하고 다른 거래처에 전화했다. 두 군데 모두 357,500원이었다. 언니는 친구가 오늘 돈 가지고 왔다는 걸 알고 300원씩을 더 부른 거다. 분명 언니 핸드폰에는 357,500원으로 떠 있을 텐데.


나는 다른 곳으로 보내고 싶었지만, 친구가 종로를 모르고 어디 가도 처음이라 그들을 상대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나는 도매 언니에게 다시 전화했다.      


“언니! 지금 금값이 얼마인 거예요?”

“358,000원!”


“네? 아까 친구에겐 357,800원이라고 했다면서요?”

올랐어. 금방. 지금 업자가 357,900원에 100 돈 예약했어.

그럼, 친구는 100원 차이니깐 800원에 줄게!”라며, 선심 쓰듯 말했다.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지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같이 나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친구가 지금 돈을 들고 종로에 있다는 걸 안 언니는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었다. 그냥 당하고만 있을 내가 아니었다. 나는 웃으면서     


“언니! 내가 몇 군데 연락해 보니깐 지금 357,500원이던데요. 어쩌지요? 300원 차이가 나네요. 거기다 언니 어제는 금 바 하나당 3,000원씩 받으셨더라고요. 거기는 금 바 가격도 받지 않거든요?”     


“어제는 매입된 금이 없어서 태극마크 있는 금이라 3,000원 받은 거야. 그리고 300원 싼 곳이 있으면 거기 가서 해야지. 거기는 금 바 수공비도 안 받으면 거기로 가!”라며 나를 위하는 척 친구를 보내라고 했다.     


“언니! 그래야겠지요? 알겠어요. 친구에게 그쪽으로 가라고 할게요.”라며 나도 지지 않고 웃으면서 전화를 끊었다.      


친구를 다른 곳으로 보내려고 통화하는 도중, 도매 집 언니는 급하게 친구에게 전화했다. 내가 말한 금액으로 주겠다며 오라고. 와서 이야기하자고. 나는 친구에게 언니에게 가라고 했지만, 기분이 더러웠다. 돈 몇 푼에 밑을 보이다니.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수공비를 받지 않겠다던 언니는 오늘 친구가 어제처럼 42 돈 살 거라는 걸 알면서 27돈만 수공비 없는 것으로 주고 15돈은 수공비를 받겠다는 거다. 나의 참을성에 한계가 왔다. 일반인이 금에 대한 정보가 적다는 것을 이용해 계속 장난치고 있었다.      


언니에게 전화했다. 언니는 당황해하며 잘린 40 돈 금 바 덩어리를 보여주면서 2돈만 추가해 주겠다고 했다. 사진을 본 나는 친구에게 사지 말고 나오라고 했다. 그런 조각은 우리가 나중에 팔 수 없으니 그냥 오라고 하자, 언니는 50돈짜리 금 바를 보여주었다.     


친구에게 돈을 더해서 살 수 있으면 50돈짜리를 사고 아니면 그냥 나오라고 하자, 친구는 동생에게 돈을 더 받아 50돈짜리를 샀다고 했다.      


판매자야 돈만 벌면 될지 몰라도 우리는 큰 재산을 투자하는 거다. 얼마 안 되는 돈 앞에서 믿음과 신뢰를 잃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그날 저녁 나는 친구와 통화하면서 금에 대한 설명을 몇 시간 동안 해주었다.      




나랑 자주 금을 사러 가는 친한 친구도 몇 번 혼자 다니더니 이제는 나와 함께 가려고 한다. 종로에서 나를 아는 판매자분들 사이에서는 나를 까다롭지만 확실하다고 평가한다. 나는 한돈이 되지 않는 몇 푼을 사더라도 꼭 확인하고 틀리면 정확히 계산해 달라고 한다.     


계산 또한 깔끔하다. 줄건 주고 받을 건 확실하게 받는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 일하면서 흐리멍덩한 거다. 재산이 오가는데 대충은 없다. 내 소중한 자산이다. 잘못 계산해서 손해 본다고 그들이 착하다고 하지 않는다. 인심과 손해는 다른 개념이다.    

 

같이 다니는 친구들은 문제가 생기면, 몰라서도 처리를 못 하지만, 알아도 말 못 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때마다 웃으면서 진지하게 말했다.      


왜 말을 못 하냐? 내 돈 내고 내가 사는데. 나는 하도 속아서 이젠 아무도 못 믿겠어. 네가 말하지 않으면 그들은 우리가 모른다고 생각하고 계속 속여. 우리의 재산은 우리가 지켜야 해. 이렇게 해도 빼먹고 오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 줄 아니?”라고 흥분해서 말하면, 친구는 웃으며 고맙다는 표시로 밥 사준다고 식사하러 가자고 한다.      




친구의 금 거래는 우리가 서로에게 베푸는 신뢰와 존중,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 자신의 가치와 타인의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이었다. 인간관계와 그 속에서의 신뢰는 금과 같은 물질적 가치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전정한 투자라는 걸 믿고 그 믿음 속에서 서로에게 진실된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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