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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Apr 03. 2024

투병 중에도 글쓰기를 멈출 수 없는 이유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던 그때, 나는 시간의 흐름조차 잊을 만큼 책 속 세계와 내 마음속 이야기에 몰입했다. 드라마 시청이라는 일상의 작은 즐거움조차 포기할 수 있을 만큼, 글쓰기와 독서는 내게 새로운 열정이자, 생전 처음 경험하는 몰입의 즐거움이었다.      


나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 사람도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매일 글 잘 쓰는 법을 찾아 인터넷과 도서관을 다니면서 평생 느껴보지 못한 행복을 만끽하며 1분 1초도 아끼며 살았다.  

    



하지만 9개월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나는 예전 생활로 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12월부터 체감되기 시작한 신체의 급격한 쇠약함은 점차 나의 의욕을 갉아 먹고 있었다. 책을 읽는 것조차, 글을 쓰는 것조차 버거운 날들이 이어지면서 모든 게 귀찮고 힘들었다.   

  

그래도 글은 쓰고 싶었다. 혹시라도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최소한 나에 대한 기록은 남겨두고 싶었다. 그러다 “김제호” 작가님이 이끄는 글쓰기 모임의 도움으로, 나는 매주 5편의 글을 꾸준히 쓸 수 있었다.      

의무적이라는 무게에도 글쓰기 카톡방과의 약속은 지키고 싶었다. 나의 마지막 자존심이랄까? 나를 지탱해 주는 힘과 의무감이랄까? 어떤 것이든 나에게 꼭 해야만 하는 중요한 책임감을 부여해 주었다.      


매달 말일이 되면 혹시 다음 달엔 없어지진 않겠지? 나는 이젠 그만둘까? 의무감이 부담스럽네?’라는 양가감정이 왔다 갔다 하다가도 말일이 되면 제일 먼저 내가 카톡방에 올린다. 다음 달도 계속되는지? 간절한 마음으로.     




글을 쓰면서 책을 읽어야 더 좋은 글이 나온다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은 책 읽기보다는 다시 좋아하던 드라마에 열중하고 있다. 책에서 배우는 전문적인 지식과는 달리, 드라마는 살아가는 방식과 언어의 트랜드를 배울 수 있다. 물론 이쁘고 멋진 주인공들을 통한 간접경험과 그들이 주는 즐거움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드라마의 큰 장점이다.     


지금 인기가 있는 눈물의 여왕은 내 마음 깊은 곳 감정을 끌어올렸다. 가슴이 찡했다. 3개월이라는 시한부 암 선거를 받은 재벌 주인공 여성의 절망과 용기.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나의 심금을 울렸고, 나 역시 그녀의 고뇌가 내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특히 살고 싶어 하는 간절한 마음이 진심으로 공감되었다.  

    

절망을 느끼는 순간에 내 옆에 아무도 없다고 느낄 때의 공포감. 믿었던 유일한 사람에게서의 배신감. 자신도 모르게 죽고 싶다는 생각에 빠지는 순간들. 주위 사람들의 진실이 어디까지인지 믿을 수 없을 때 오는 허무함 등.     




내가 처음 암 선거를 받았을 때, 느꼈던 공포감. 재발할 때마다 의사들이 사형 선고와 같은 무서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암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들. 그때마다 나의 애절함을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무덤덤한 대답. “그래요?”    

 

뒤돌아 나오면서 혼자만 느끼는 비참함과 억울함. 내 곁에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남편은 온 데 간 데 보이지 않을 때의 기분. 겉으론 보이고 싶지 않아 강하게 행동하며 편하게 말할 사람을 찾아 아무렇지 않게 전화하며 위로받으려는 나.


“나 또 암이라네. 하하하. 정말 대단하다. 암이 나를 너무 사랑하나 봐? 내가 웃어야지? 이젠 눈물도 안 나오네.”라고 말하면서 두 볼에서는 나도 모르게 흐르고 있는 눈물들을 혼자 닦아내고 있었던 무서운 순간들.   

  



“눈물의 여왕”의 주인공 여성이 자신의 병을 가족에게 말하지 못하고 아무 일 아닌 듯이 남편에게만 말할 때의 기분을 나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나도 남편에게 말할 때는 별일 아닌 것처럼 웃으면서 아니면 지나가듯 말했다.     


하지만, 나는 살고 싶었다. 어떻게든 살고 싶었다. 혼자 수술대에 누어 간호사들 손에 끌려 수술실로 들어갈 때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리는 간절한 기도는 나의 유일한 의지이자 희망이었다.      


나는 드라마 주인공처럼 부자가 아니어서 변호사에게 남길 유언장은 없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수술에 들어가면서도 항상 유언장 비슷한 걸 내 카톡에 써 놓고 들어갔다.   

   



지금도 잦은 생리 때문에 자중 적출을 해야 하나?’ 고민한다. 지금까지 참고 견딘 게 억울하지만, 그래도 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조금 더 버텨 끊어지길 기다리는 게 좋은 건지를.     


작년에도 하려고 본 병원에 갔었다. 하지만, 수술 후 깨어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나를 말렸다. 한의사 선생님도 지금의 상태로는 장담하기 힘들다고 했다.      


내가 정말 무서운 건 죽는 게 아니다. 죽으면 아무것도 모르는데 뭐가 무섭겠는가? 하지만, 죽지도 못하면서 남에게 의지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거다. 먹는 거, 싸는 거 등 정말 사소한 일상생활을 스스로 할 수 없게 되는 게 가장 무서웠다.     




지금도 하루하루 나빠지는 몸을 보면서 매일 간절히 기도한다. 네 번째 수술 후, 한 번 두 달간 생리가 멈춘 적이 있었다. 그때처럼 천천히 찾아와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지만, 보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생리를 보며 기도는 원망으로 바뀐다.     


생리로 약해진 뼈들은 팔과 허리 다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른쪽 팔은 지난해 9월부터 거의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왼쪽 다리도 허리에서 내려온 통증으로 자주 아파 오래 걷는 건 부담스럽다.    

  

가끔 약속이 있어 나가려면 전날 링거를 이틀 정도 맞고 나간다. 나가는 날도 한약과 공진단 등 입에 물고 나간다. 오랜만의 외출에서 남에게 피해 주는 것도 싫고 나도 그날만큼은 즐겁게 즐기기 위해서다.     


이런 나의 모습에 요즘은 외출을 줄인다. 심심하고 지루하지만, 그래도 어린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보단 그들과 행복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보내는 것이 나에겐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이라도 오래 살고 싶다. 나의 욕심이 너무 과한 건 아니겠지? “눈물의 여왕”을 보면서 갑자기 이런 글을 쓰게 된 나를 보면서 ‘내 마음이 많이 약해졌구나! 참 강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가상화폐 하나를 팔아 수익을 챙겼다. 3월의 마지막 날, 내가 좋아하는 돈이 통장에 꽂히면서 웃으며 보낼 수 있을 거 같다. 좋아하는 돈을 다 쓰고 나 죽을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계좌의 숫자가 높아지면 순간적인 행복을 느낀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깨달았다. 투병 생활이 나를 약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더 강하고, 더 깊은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알게 해주었다. 나의 이야기는 비록 눈물로 시작되었지만, 그 눈물은 이제 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원천이 되었다.      


이 글을 읽는 이가 있다면, 당신의 삶 속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지 말기를 바란다. 우리 각자의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202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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