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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Mar 27. 2024

병원 밥보다 고기가 좋아요! : 언니의 재테크


병원에 입원해서 차가운 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병실에 누워있을 때마다 시간이 멈춘 듯 서서히 흐린다. 병원에 입원한 지 벌써 5일이 지났다. 입원할 당시 걷기도 힘들고 몸을 주체하기 힘들었던 통증의 무게를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약의 쓴맛과 링거의 차가움이 온몸을 지배하고는 있지만그 사이로 서서히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통증도 어느 정도 줄었고 몸의 기력도 처음보다는 좋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식사였다오랫동안 투병 생활 속에서도 남들보다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중 하나가 잘 먹었기 때문이다. 매끼 단백질이 들어간 고기는 불변의 법칙이다. 그 외에 생선과 해물 등 양질의 음식을 골고루 챙겨 먹어야 한다.     


그런 나에게 이 병원의 식단은 고문과도 같았다. 주말의 식사를 보면서 한숨이 나왔다. 이곳의 식단은 나에게 최악의 선택이었다.      


이 병원은 처음이라 오기 전에 인터넷에서 식사를 확인해 봤다. 내 마음에 별로일 것 같아 김치와 김 등 밑반찬과 과일 몇 가지를 준비해 왔지만 이 정도 일 줄이야!     

 

아침을 거의 먹지 않는 나는 아침과 점심을 놓고 먹고 싶은 것만 골라 먹었다. 하지만, 일요일 아침과 점심 식사는 나에게 너무나 가혹했다. 국은 매생이와 북어만 달랐지 똑같은 국물에 두부와 무만 가득했다. 아침엔 주메뉴조차 없었다.     


이 현실을 가족과 공유했다. 사진을 찍어 가족 톡에 올렸다. 식단을 본 딸은 웃으며,     


진짜 대충 사네.”라며 기막혀했다. 어디인지도 모르는 남편은     


저기 오래 있긴 힘들겠네왜 거기로 간 거야알아보지 않았어?”라며 황당하단 듯이 보냈다.      




왜 알아보지 않았겠는가? 대학병원은 연달아 입원이 힘들고, 치료도 내 마음에 썩 들지 않았다. 병원을 알아보던 중 여기 한의사는 예전에 나를 치료해 준 경험이 있는 의사였다이번엔 한의사를 믿고 온 거다.     


나가서 먹고 오고 싶었지만, 혼자 식당가서 먹는 게 익숙지 않다. 게다가 주말 내내 링거를 꽂고는 아무 곳도 갈 수 없었다. 배달 음식을 찾아봐도 혼자 먹기에 만만한 음식이 없었다. 먼저 배달의 민족 쿠폰 등을 이용해 편의점에서 과자와 컵라면, 우유 등을 배달시켰다.     


과자만 먹으니, 살만 찌고 속도 거북해져, 마켓컬리에서 치킨과 꿔바로우, 요플레, 고기 등을 주문했다.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데우려고 하자, 눅눅해질 것 같았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나에게 한 끼는 중요했다조금 먹어도 맛있게 먹고 싶었다     


할 수 없이 에어프라이어를 주문했다. 집에 2개나 있는데 또 샀다. 에어프라이어를 기다리는 나에게 아는 언니가 전화했다병원 앞으로 나오라고고기 먹으러 가자고얼마나 반가운 소리인가?   

  

나는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언니와 고깃집으로 갔다. 3인분을 거의 혼자 먹고, 냉면까지 뚝딱 해치웠다. 이쁜 카페에 가서 콜라와 커피를 마시며 오늘의 행복을 느꼈다. 나만을 위한 세상 같았다. 일주일 만에 나온 바깥세상은 봄날 같지 않게 추웠지만사늘한 바람 또한 나에게는 봄날을 맞이하는 신선한 공기와 같았다    

 



언니는 비트코인에 모든 돈을 투자했다. 몇 년 전 처음 코인에 투자하고선 방법을 몰라 남들 수익 볼 때 구경만 하고 있었다.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남의 재산을 함부로 말할 수 없어 내 방식을 몇 가지 가르쳐 주면서 종목도 몇 개 주었다.     


그때 언니는 나의 도움으로 계좌가 한 달 만에 5천만 원 이상 늘었다. 하지만, 나와 언니는 숫자 놀이만 하다 수익을 챙기지 못하고계좌가 아래로 꼬라박는 모습을 매일 보고만 있었다.     


이번에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나는 계좌가 2억 8천이 되면서부터 수익금을 조금씩 빼어 현금으로 챙기기 시작했다예전에 5억까지 간 계좌였지만, 그때까지 기다리다 다시 떨어지면 또다시 숫자 놀이만 하다 끝날 것 같았다.     


언니에게도 1억 5천이 왔을 때부터 500만 원씩 빼라고 했지만언니는 시드가 줄면 수익이 적어진다며 구경만 하고 있었다요 며칠 계속 코인이 빠지고 있다. 언니는 또다시 걱정만 하고 있었다. 나는 언니에게 오늘 다시 한번 코인의 원리를 말해주면서 수익은 조금씩 챙기라고 당부했다.      


수익이 나면 조금씩 현금화해야 해 언니야뺀 돈은 금을 사서 모아그러다 다시 폭락이 오면 금을 팔아서 재투자하고.”     


나는 뺀 금액의 반만 금을 샀고 반은 그냥 현금으로 가지고 있다고 하자, 웃으며 부러워했다. 코인은 지금 아름다운 조정을 하고 있다이 조정 후위로 올라갈지아래로 다시 내리쳐 코인 투자자들을 한 번 더 공항에 빠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언니와 재테크 이야기하면서 보낸 시간이 즐거웠다. 항상 서로 믿고 의지하는 언니가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 내 방식이 모두 옳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개미인 우리는 항상 어느 정도 수익을 먹고 나와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숫자 놀이만 하다가 끝나게 된다     


다시 병원으로 들어간 나는 내일부터 링거를 또 맞아야 한다. 아직 팔다리의 통증이 심하고 기력이 떨어져 밖의 생활이 부담스럽다. 그래도 언니와의 만남은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다가오는 금요일엔 딸 대신 빵을 만들러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그 핑계로 집에 들러 아이들도 보고 올 생각이다. 대중교통을 타고 밖을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기력을 올려야 한다. 이번 병원은 주차 또한 할 수 없어 어딜 가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게 주어진 현실 속에서나는 나름의 방식으로 생활의 질을 높이려고 애쓴다나는 병원의 틀 안에서도나만의 작은 기쁨과 성취를 찾아가고 있다     


나는 마음속 깊이 빨리 밖으로 나가 통증 없이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날을 간절히 기다린다. 놀 곳도 맛있는 거 먹을 곳도 많은 데 매일 병원에서 뭘 하고 사는 건지내 인생의 즐거움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 건지오늘도 나는 나에게 멋지고 화려한 서울을 즐길 수 있는 체력이 주어지길 바란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그날이 오면, 나는 다시 언니와 재테크 이야기를 나누며, 이 모든 고통이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남겼는지 되돌아볼 것이다. 그때까지 나는 내 안의 작은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계속할 것이다.


202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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