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번화가인 용산. 높은 고층 건물의 창문 너머로 펼쳐지는 도시의 경치와 함께, 우리 가족은 드리어 오랜 기다림 끝에 딸기 디저트 뷔페에 도착했다. 예약은 지난 1월에 딸이 가고 싶어 했지만, 가장 빠른 날이 오늘이었다.
평소에 운전대를 잡기 싫어했던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었다. 하지만 몸에 무리가 갈 수 있어 결국 내 차로 움직이게 되었다.
우리 예약 시간을 오후 2시 30분이었다. 이 시간은 점심 식사 후 커피나 차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시간이다. 이 애매한 시간을 선택한 이유를 딸에게 묻자, 내가 아침 점심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서 했단다.
이런 상황이 전혀 기억에 없는 나는 어리둥절했다. ‘내가 치매인가? 한 끼를 덜 먹겠다고 이 시간에 예약했다니?’라는 생각에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딸이 분명 내 옆에서 예약한 기억이 있으니, ‘거짓말은 아닐 텐데?’ 우리는 배고픔을 참으며 1시가 넘어서 출발했다.
몸이 약한 아들은 차에서 멀미를 호소하며 뒷좌석에 누웠다. 이 정도 외출에 지치는 아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딸도 며칠 전 학교 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저혈당 증세가 나타나 두 번이나 내렸다 탔다고 했다.
숨이 막히고 속이 울렁거려 쓰러질 것 같아 119를 부르려고 했지만, 잘 이겨내 학교에 도착했다는 톡이 왔다. 생리가 새벽에 터지면서 호르몬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나 한 명으로도 모자라 딸에게까지 몹쓸 유전자를 준 거 같아 미안했다.
용산에 있는 “서울 드래곤 시티 더 26” 주차장에 주차하고 엘리베이터를 타러 갔다. 나는 멋진 보디가드로 양팔에 아들딸 한 명씩 팔짱을 끼고 걸어가면서 세상에 모든 걸 얻은 기분이었다. 평생소원을 이룬 순간이다.
어렸을 때, 부모나 형제의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나는 항상 행복한 가정이 부러웠다. 특히 부모와 형제자매가 사이좋게 팔짱 끼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나도 꼭 저런 가정을 이루어야지!’라고 결심했다.
오늘도 소원을 이룬 행복한 날이다. 남편까지 있었다면 완벽했겠지만, 여러 번 나의 권유에도 남편은 거절했다. 건물이 커서 26층 식당가에 가는 엘리베이터를 1층에서 갈아타야 했다. 예전 같으면 내가 여기저기 물어 아이들을 이끄는 엄마였다.
지금은 두 아이가 의논하며 찾아가면서 나를 챙겨주고 있었다. 나는 따라만 가면 되었다. 뿌듯했다. 내가 아들딸을 돌보는 게 아니라 두 아이가 나를 돌봐주고 이끌어 주었다. 점점 생각이 없어지는 나에게 보호자가 되어주는 두 아이가 자랑스러웠다.
새로 지어진 건물이라 깨끗했다. 시원한 유리 창문은 서울 시내가 전부 보였다. 오랜만에 이런 곳에 오니, 마음도 넓어지는 듯했다. 종각에 “탑클라우드” 식당이 있을 때는 가끔 가서 서울의 야경을 보며 식사하곤 했었다.
종각 “탑클라우드”가 사라지고, 몸의 상태가 점점 약해지면서 서울의 고층 레스토랑을 가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없다. 이제는 성인이 된 아들딸의 보호를 받으며 오는 기분이 새로웠다. 한편으로는 많이 늙어버린 내 모습에 젊음이 부럽기도 했다.
오늘의 컨셉인 “딸기 디저트 뷔페”답게 많은 딸기와 딸기로 만들 수 있는 모든 디저트가 다 모인 이곳은 정말 눈부셨다. 나는 디저트보다는 스테이크와 대게를 기대했지만 대게 대신 홍 가리비 조개, 문어와 왕새우가 나왔다.
대게가 없는 것을 물어보자, 해산물은 계절에 따라 다르다는 걸 알았다. 아이들은 해산물보다는 스테이크와 디저트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에 딸은 대만족했다.
딸이 좋아하는 디저트 몇 가지는 동네에서 파는 곳이 없다며 우리에게 이것저것 설명해 주었다. 디저트에 관심이 없는 아들은 맛있는 게 없다며 떡볶이와 김밥 등을 먹고 있었다.
“아들아! 매일 먹는 그런 음식 말고 조개나 디저트를 종류별로 먹어봐. 누나 있을 때 먹어야 뭔지도 알지. 그리고 여자 친구가 생기면 이런 곳도 데리고 다녀야지!”라고 말하자, 웃기만 하는 아들은 뷔페는 자기와 맞지 않는단다.
처음에 이것저것 빨리 먹은 아들은 딸과 나의 먹는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딸은 아들의 속도와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하자,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해야만 했다.
“아들아! 어디 가서든 남들과 먹을 때는 속도를 맞춰주면 좋겠네! 직장생활이나 대학에 가서도 그렇고 빨리 먹고 쳐다보면 상대방 마음이 급해지거든.”이라고 웃으며 말하자,
“학교에선 아이들이 더 빨리 먹어. 내가 느린 편이야!”라며 엄마가 뭘 모른다는 듯이 말했다. 딸은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고 아들에게 뭐라고 하려고 했다. 나는 빨리 딸의 말을 끊었다.
“그럴 수 있지! 남자아이들이 제한된 시간에 먹고 나머지 시간을 자유롭게 보내고 싶으니까. 그래도 우리 아들이 딸 덕에 다른 남자아이들 보다 생각도 깊고, 배려가 있어.”라고 말하자, 딸은 긍정하지 못하면서도 엄마의 의도를 알고 그만두었다.
딸은 아들을 답답해한다. 나중에 여자 친구를 데리고 오면 조용히 불러서 헤어지라고 한단다. 여자가 불쌍하단다. 엄마로서 딸의 마음은 알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
“아들아! 나중에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웬만하면 여자 말 잘 들어. 남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여자를 따라갈 수 없어. 태어날 때부터 남자는 단세포로 여자는 다세포로 태어났거든. 그래서 여자가 엄마가 될 수 있는 거야.
대신 남자들이 여자보다 성공하는 확률이 높아. 여자들은 일을 할 때 여러 방면으로 최선과 최악을 생각하지만, 단세포인 남자는 한 가지만 생각하기 때문에, 여자보다 집중도 잘하고 배포도 크거든.
하지만, 살면서 다세포인 여자를 이기려고 들면 아들은 행복할 수 없어. 그래도 우리 아들은 억지를 부리거나 고집부리지 않고 부탁하면 말없이 잘해주니깐 괜찮아. 아빠처럼 이상한 똥고집은 없잖아.”
“엄마는 아들이 머슴으로 살길 바래?”라며 딸이 물었다.
“어! 아들아! 엄마는 네가 정말로 ‘이 여자를 위해선 뭐든 해줄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는 현명한 여자를 선택했으면 해. 이상한 여자만 아니면 여자 말을 들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대신 딸도 남자를 만날 때는 너에게 모든 걸 해줄 수 있는 남자를 만나야 해. 아빠는 다 좋은데 저 똥고집이 모든 걸 망치고 있어. 쓸데없는 똥고집 있는 남자는 안돼.”
우리는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한 시간씩이나 걸리는 움직임이 힘들었는지 아들은 집에 와서 자신의 침실로 향했다. 건강하지 못한 아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즐거웠지만, 앞으로는 먼 거리의 외식은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과 함께한 오늘 하루는, 고단함과 더불어 감사함을 동시에 느낀 날이다. 어린 시절 꿈꾸었던 가정의 모습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음에 행복했다.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라면, 어떠한 어려움도 함께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굳건해졌다.
이번 외식이 아이들에게도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되었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우리 가족만의 소중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 가야겠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이 우선이기에, 앞으로의 계획을 그에 맞추어 신중히 세우려고 한다.
2024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