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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Apr 22. 2024

나의 미련한 행동 : 모든 코인을 다 팔았어요!


새벽의 조용함을 깨며 나는 어느덧 이성을 잃고 코인 시장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그동안의 투자가 나를 숙련된 항해자처럼 만들었다고 믿었지만, 오늘 새벽 나의 행동은 모든 믿음을 깨버린 미친 짓을 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겁이 많아진 건 지, 욕심 보가 늘어난 건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무서운 코인 시장에서 7년 동안 보유하고 있던 모든 코인을 팔았다. 호가창의 출렁이는 숫자들과 함께 내 마음도 춤을 추었다.      



코인을 정리한 새벽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하고 오직 비트코인 호가창만 바라보고 있다. 정신이 나가도 이렇게 나갈 수 있을까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자다 말고 핸드폰은 왜 보았을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코인 시장의 바다는 유난히 험난하다. 어제오늘 이틀 동안 계좌가 4,000만 원 이상 마이너스가 되었다. 금액이 적은 건 아니지만, 예전 같으면 동요 하지 않을 금액이었다. 그런데 어제 그제는 비트코인이 조금만 빠지면 알트가 10% 이상씩 빠졌다.      


반면에 비트코인이 올라도 알트 코인들은 계속 빠지고 있었다이상한 현상이었다. 비트코인이 1% 빠지면 알트가 3% 정도 빠지는 게 정상이지만, 비트가 1% 오르면 전 코인이 1% 이상씩은 올라야 한다.     


하지만 비트가 올라도 알트는 계속 빠지고 있었다. 뭔가 느낌이 안 좋았다. 비트랑 동시에 빠지면 모를까? 나의 알트가 대부분 플러스에서 이틀 만에 모두 마이너스 10~30% 이상씩 떨어지고 있었다     




그날 남편이 새벽 1시가 되도 들어오지 않았다어디선가 자고 있을 거 같아 전화했다남편은 어디인지도 모르고 차 안에서 자고 있었다. 바로 온다던 남편은 새벽 3시가 지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잠시 누었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자다 놀라 남편이 들어왔는지 확인하러 나갔다. 남편이 자기 방에서 자고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화장실 다녀와, 침실에 누웠다.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을 보자, 첫 화면에 보이는 업비트 창에서 미친 듯이 코인이 떨어지고 있었다. 더 이상 떨어지면 안 될 것 같았다. 또다시 숫자놀이만 할 것만 같았다수익을 챙겨야 한다는 극도의 불안 속에서 모든 코인을 시장가에 처분했다     


원금 빼고 수익을 1억 8천 정도 챙겼다.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이익은 예상치 못한 규모로 줄어들었다. 나의 기대는 더욱더 쪼그라들었다. 비트코인을 95,001,000원에서 1억 이상을 팔고 나자마자 쉬지 않고 올라갔다.      

비트코인만은 안 팔려고 했지만, 9,500만 원이 깨지려는 순간 나도 모르게 팔았다최저가였다. 왜 그랬을까? 그때부터 잠을 자려고 해도 잘 수가 없었다. 7년간 가지고 있었던 코인을 무슨 마음으로 한순간에 팔았을까?     



내가 판 시간에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했단다. 어쩌다 그 순간에 일어나 코인을 보았을까? 남들은 그때가 기회라 생각하고 사는데 나만 판 거다. 파는 동안 4번이나 업비트는 정지되었다. 바보인 나는 남들도 파는 줄만 알았다.     


내가 가진 모든 코인을 팔아버린 것은잠에서 깬 그 짧은 순간의 선택이었다. 그 결정은 시장의 큰손들이 나를 조롱하는 듯했다. 전쟁은 바로 잠잠해지고 비트코인은 몇 시간 만에 9,800만 원까지 올라갔다. 울고 싶은 만큼 웃음이 나왔다.     




남편이 아점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우리는 고깃집으로 갔다. 여기서도 내 머리엔 코인 생각만 가득했다. 기다려야 할까버린 코인을 비싼 가격에 다시 사야 할까판단이 안 섰다. 곧 반감기라 모두가 오른다는 코인을 왜 다 팔았을까?    

 

벌써 5% 이상 올랐다. 천만 원이 넘는 돈이다. 마음이 심란했지만, 그 와중에 남편은 우리에게 웃음을 주었다. 불판이 오기 전 불을 달구고 있는 철판에 고기를 놓으려고 집게로 고기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깜짝 놀란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당신 들고 있는 그 고기 여기 석쇠에 올려놓으려고 하는 건 아니지?”라며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며 웃었다. 그러나 남편은 진지한 표정으로     


“어. 올려놓으려고! 왜?”     


우리는 모두 서로의 얼굴을 보며 당황해했다. 내가 먼저 크게 웃자, 아들딸이 아빠 눈치를 보며 따라 웃었다.      

당신 그거 올려놓는 순간 24,000원이 날아가는 거야. 이건 고기 굽는 석쇠가 아니잖아? 혹시나 해서 물었는데 정말이었네. 아들딸어디 가면 핸드폰만 보지 말고 돌발행동하는 아빠 유심히 좀 봐항상 불안하지 않니?”라고 웃으면서 말하자, 우리 네 식구는 아침부터 즐겁게 웃었다.  

   

예전과 많이 변화한 남편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 예전 같으면 화내거나 말하지 않고 표정이 바뀌었을 텐데. 트럭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서 그런지 이제는 함께 웃어주는 센스가 있었다.   

  



고기를 먹고 나오면서 남편은 갑자기 팁을 주겠다고 했다. 나는 웃으면 남편 팔을 잡고 말렸다. 얼마 만에 이런 애교스러운 짓을 하는지 순간적으로 놀랬다     


“주려면 처음에 주었어야지 나오면서 왜 주려고 그래? 내가 돈을 가지고 나왔으면 주려고 했는데 나도 현금이 없어서 주지 못했는데 나오면서는 주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하자, 

    

“나는 항상 나중에 팁을 받는데.”라며 끝까지 주려고 했다. 나는 그 돈을 아이들에게 주라고 했다. 딸에게 말하자 딸이 아빠에게로 갔다. 나는 아들에게도 가라고 했다. 둘은 아무 말 못 하고 아빠만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또 나서야 했다.     


우리 귀염둥이들에게 만 원씩 팁을 주는 센스너희들도 주세요!’라고 해봐!”라고 하자, 아들딸은 

    

“주세요!”라고 말하자, 남편은 기분 좋아 어쩔 줄 모르며 아들딸에게 만 원씩 주었다. 언제나 그랬듯 식사 후, 우리는 내 차로 집에 오고 남편은 거기서 일을 나갔다.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 동안은 평온이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지만집으로 돌아온 나는 다시 코인만 쳐다보다 나의 미련한 선택에 희의감을 느끼고 있었다가슴까지 답답했다.      


코인은 새벽에 판 거보다 대부분 10~15% 이상씩 올랐다. 계좌로 보면 3천만 원가량이다. ‘잠이나 잘 것이지 왜 일어나서 코인을 봐 가지고 선.’ 나는 내 결정에 대한 무거운 후회와 잃어버린 기회의 아픔을 느꼈다. 멍청한 내가 미웠다.     


언제부터 남편을 걱정했다고그 새벽에 왜 일어났는지 후회가 막 금이다이런 어리석은 내가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앞으로 떨어지면 모를까 계속 오르면 살 수 있을까? 원금은 빼고 수익만 하려고 1억 8천은 남겨 놨는데 어찌 될지 궁금하다     


신기하다. 귀신에 홀린 듯이 팔았다. 이거보다 더 큰 하락이 있어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무슨 욕심에 그런 건지 모르겠다잠을 못 잔 나는 자고 싶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판 거보다 비싸게 산다면 지금보다 더 속상할 거 같다.     




이제는 그저 마음을 비우고자 한다. 투기장 같은 시장에서나의 욕심이 나를 더 큰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앞으로의 투자는 더욱 신중하게, 감정을 절제하며 할 것이다. 이번 경험이 나에게는 값진 교훈이 되었으니, 다음 기회에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모든 결정은 책임을 동반하며이 책임은 무거운 짐으로 남지만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나는 향후 더 나은 투자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과 함께한 그 작은 순간들은 나에게 큰 힘을 주었다. 남편과 아이들의 웃음은 코인 시장의 혼란 속에서도 나를 진정시키는 산소 같았다. 이제 나는 그들과의 소중한 시간을 통해 얻은 평온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시장을 마주할 준비를 하고 있다.

202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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