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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May 18. 2024

환자 중심 서비스의 부재 : 대학병원의 경험

  

11년 전유방암 진단을 받았던 그날의 공포는 여전히 선명합니다. 44살에 유방암이 처음 온 저는 4번의 암 수술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병원은 저의 생명을 지켜주는 두 번째 집이 되었습니다    

 



특히 강동 대학병원은 저의 본병원으로 목숨과도 같은 곳입니다. 처음 E 병원에서 유방암 수술을 한 후, 2015년부터 강동 K 한방병원은 암 치료를 위해 한두 달에 한 번씩 입원한 고맙고 소중한 곳입니다.     


한방병원의 치료뿐만 아니라 양방에 협진하여 저의 병을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해 온 병원입니다. 저의 생명을 지켜준 귀하고 감사한 병원입니다. 하지만, 갈수록 병원의 규칙과 규제의 어려움이 저의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 게 만들었습니다     


훌륭한 한의사님과 양병의 명교수님을 인정하면서도 자주 올 수가 없었습니다. 여러 병원에 다니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강동 K 대병원의 문제점들이 점점 환자들을 멀어지게 한다는 것을.      




병원은 치유의 공간이자 환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공간이 환자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킬 때가 있습니다. 병원의 낡은 시설과 불편함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습니다.     


우선 입원을 예약하면 입원 날에 입원 계에서 연락이 옵니다. 입원 계는 몇 시쯤 오실 예정인지 물어봅니다. 저는 보통 1~2시쯤 도착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집에서 병원까지 거리가 멀고 주차가 되지 않는 병원이라, 어쩔 수 없이 다른 식구가 데려다주어야 합니다. 병원 생활이 길어지고 중병이라 보니 음식부터 많은 짐을 가지고 가야 합니다     


저를 위해 병원에 데려다주시는 분도 시간이 촉박합니다. 오전 일을 보시고 12시 넘어 급하게 오셔서 병원에 오면 1~2시쯤 됩니다. 건강하지 못한 저는 1시간 넘게 차를 타고 오면 지칩니다그래서 바로 입원을 요청하면 안 된다고 거절합니다.     


이유는 병동 교대 시간이라는 겁니다. 그러면 짐만 올려두겠다고 해도 안 된다고 합니다. 환자는 힘들어서 병원에 옵니다병원은 환자의 상태는 안중에도 없습니다환자 우선이 아니라 직원 우선인 겁니다환자가 있어야 병원이 있고 직원이 있는 거 아닙니까?     




이번에 올 때는 이런 일로 다투기 싫어서 먼저 양해를 구했습니다. 병동에 저도 전화했고, 입원 계에서도 전화해 허락을 미리 받았습니다. 2시쯤 도착하자, 입원 계에 한 남성분이 계셨습니다개인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계셨겠지요     


입원하러 왔다고 하자, 보던 핸드폰을 멈추고 인상을 쓰며 입원 수속을 진행했습니다. 이때 날카로운 말 한마디가 저의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앞으로는 2시에 오면 무조건 기다리는 걸로 합시다.”라며 명령조로 이 시간에 오지 말라고 하더군요. 저는 아침에 다 이야기가 끝난 거고 병동에서도 받아주기로 했다고 하자, “이번에는 해주는데 다음부터는 무조건 기다리는 겁니다.”라고 말하며 얼굴까지 붉혔습니다.     


나는 지금 나에게 왜 이 일로 시비를 거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분명 아침에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 약속한 시각에 맞춰 온 게 문제라면과연 무엇이 환자를 위한 서비스인가요모르겠습니다. 직원 쉬는 시간에 온 게 화가 난 건지?     


직원의 무례하고 불친절에 안 좋게 입원했지만, 30분 더 쉴 수 있는 시간을 빼앗은 죄가 있으니 참았습니다하지만소위 대학병원이라는 명문대 병원에서 환자를 이렇게 대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병동에 입원하자, 간호사들은 저를 위해 창가에 있는 자리에 배정해 주셨습니다감사했습니다. 그래도 안면 있는 환자라고 배려해 주었습니다. 편안하게 대해주는 젊은 간호사를 보며 기분이 한결 좋아졌습니다.     


병실은 4인실로 배정받았습니다. 그 병실은 저 포함 3분이 있었습니다. 제 옆에 나이 드신 중풍 환자분이 있으셨습니다휠체어를 타고 다니시는 분이라 자주 제 침대에 부딪혔습니다     


몸이 약한 저는 그때마다 저혈당이 왔습니다하늘로 붕 뜨는 느낌과 심한 어지러움을 느낍니다. 언니에게 부탁했지만, 언니도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니 조절이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밤에 언니는 코골이가 심했고 잠꼬대로 소리 지르고 큰기침을 자주 하셨습니다.     


다인실에 익숙한 저는 귀마개를 최대한 깊게 꽂습니다만언니의 코골이나 큰소리로 새벽에 지르는 잠꼬대는 막을 수 없었습니다. 10일 정도 참았습니다. 하루도 제대로 잔 적이 없는 저는 얼굴에 뾰루지가 올라오고 입병이 입안에 가득했습니다. 피곤함에 쌓여있었습니다.      




병을 더 키우고 있었지요하지만골수암이 의심된다는 다른 병원 소견으로 온 저는 병명을 알 때까지 참아야 했습니다통원하기엔 거리도 멀고 제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거든요.     


앞의 두 환자가 동시에 퇴원했습니다. 두 분도 코 고는 문제로 심한 다툼으로 병원을 시끄럽게 하셨습니다. 간호사 선생님들도 오셨지만, 해결 방법이 없었습니다.     


저와 중풍 환자인 언니는 우리의 불편함을 설명했습니다다른 분이 계실 때는 어쩔 수 없지만퇴원한 빈자리로 옮겨 달라고. 친절하고 배려 깊은 간호사 선생님들도 옮겨 주고 싶어 했지만, 병원의 규정은 그들의 따뜻한 마음마저도 얼어붙게 했습니다.      




한번 배정된 자리는 절대 바꿀 수 없다는 단호한 규칙환자의 편안함보다도 병원의 말도 안 되는 규칙이 우선인가? 그러면 2인실로 옮겨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2인실은 격리 병실이라 격리 환자가 오면 무조건 비워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다른 병원에 없는 균 검사 때문입니다. 이런 균 검사를 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꼭 필요하다면 그들을 위한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새로운 환자를 위해 기존에 있는 환자에게 방을 비워달라며 다인실로 옮기라는 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힘든 환자가 그 많은 짐을 가지고 이방 저방 옮기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신한은 중요하고 기존환자는 어찌 되던 상관이 없나요?     




무슨 이런 규칙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수간호사님은 더 큰소리로 병원 규칙이라며 절대 안 된다는 겁니다그러면 둘 다 퇴원하겠다고 하니깐 맘대로 하라는 식이었습니다고객 상담실로 가겠다고 하자, 전화해 놓을 테니 가라고 하더군요.     


고객센터에 도착해서 말하자, 미리 연락받은 고객센터 직원은 귀찮다는 듯이 병동에서 알아서 하는 일이라 자신들이 어쩔 수 없으니 병동 가서 해결하라고 하더군요병동에서 해결이 안 되어 왔다고 해도 소용이 없더군요.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며 병동에서 해결하라고만 합니다. 함께 간 중풍 환자분이 이런 경우가 어디 있냐고 해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다른 방법이 없냐고 묻자, 원하시면 민원은 넣을 수 있다며 양식과 펜을 주시더군요.     


정신없이 적어놓긴 했지만, 불친절한 고객센터에 화가 났습니다. “고객센터는 그러면 왜 있는 거냐?”라고 물어보자다른 불만이나 뭐 하면서 제대로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환자의 불만을 듣는 곳이라기보다는 그냥 명목상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강동 K 대병원은 저에게 생명과 같은 곳입니다. 밖에 나가서도 주위 사람들에게 소개도 많이 해줍니다. 제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치료병원을 물어보시는 분이 있으시면, 주저 없이 추천해 줍니다.     


한의사님과 양방 저의 주치의신 교수님은 친절과 세심한 배려로 다시 오고 싶게 만듭니다하지만병원의 이해할 수 없는 엄격한 규칙이나 불친절한 일부 직원들병원 생활의 불편함이 저의 발길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게 합니다.     


저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온 것이지수면 부족으로 더 큰 고통을 받기 위해서 온 게 아닙니다병원에서 충분히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을 오직 병원 규칙이라는 명목하에 환자의 치료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의료진이 있는 병원에서 환자 중심은 오직 의료진만 시행하고 있습니다.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하는 다른 부분에서는 직원과 병원의 편의로만 이루어진 병원인 듯합니다.     




인터넷에서 K 병원이 재정난으로 “6월 급여 중단 검토”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있는 환자도 관리하지 못하면서 환자가 없다고 불만 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군요.     


병실의 환자들은 불만을 이야기해도 들어주지 않기에 포기합니다포기하는 환자들은 계획보다 빨리 퇴원하려고 합니다. 저 또한 더 있고 싶지만, 지금은 하루라도 빨리 결과 보고 퇴원해서 잠을 편히 자고 싶습니다.      

병을 고치러 왔지만, 외부 환경에 의해 효과를 느끼면서도 퇴원을 서두르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저도 예전처럼 자주 오고 싶지만올 때마다 제대로 치료할 수 없는 분위기에 다른 병원으로 발길을 옮기게 됩니다.     




병원은 환자가 있어야 의료진도 필요하고 직원이 필요한 거로 생각합니다만, K 대병원은 병원과 직원의 편의만을 우선시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불만이 있으면 나가라는 식의 태도는 환자를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으며이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제 강동 K 대병원은 저에게 복잡한 감정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이곳의 의료진은 여전히 훌륭하고, 제 생명을 구해준 곳이지만, 환자를 뒷전에 두는 행정적 장애물과 불친절한 태도는 저를 지치게 만들고 있습니다.      



병원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지만그 과정에서 환자의 인간적인 요구와 편안함을 고려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환자로서, 저는 편안하게 치료받기를 원할 뿐입니다. 병원에서의 경험이 치료 과정을 더 어렵게 하지 않길 바랍니다.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되었기를, 그리고 병원 측에서는 이런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변화를 모색하길 희망합니다다음에 왔을 때는 환자 중심의 진정한 의료 서비스가 이루어져 있기를 바랍니다.

2024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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