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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Jul 15. 2024

유방암과의 11년 : 뼈 전이의 힘든 치료 전쟁


11년 동안 유방암과 싸우며 나는 이 병이 호르몬으로 나를 지배하고 있다고 느꼈다. 유방암이란 손님이 내 몸을 찾아오면서 월경과다를 동반했다. 유방암이 재발할 때마다 많아지는 양으로 나의 모든 체력은 점점 고갈되어 인간다운 삶을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해마다 자궁적출을 고민하면서도 몸에 칼을 대고 싶지 않아 미루던 중, 나이는 어느덧 50 중반이 되었다. 폐경만을 기다렸다. 폐경되면 몸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와 새로운 중년 여성으로서 내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이것도 나의 희망이었을 뿐, 현실은 나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왔다. 유방암보다 더 무서운 “유방암 뼈 전이”라는 판정을 받는 순간 나의 인생은 끝이 난 듯했다. 이런 허무한 결말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아니 죽을 때까지 남들이 겪지 못하는 최악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게 나를 더 미치게 했다.      


처음엔 그 고통이 어떤 것인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판정을 받고도 정신을 차지지 못한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코인 선물까지 손을 뻗었다. 결국 천만 원가량 날리고 나니 돈이 보이는 듯했다.      


다시 돈을 벌겠다는 마음을 다잡고 있을 때, 평생 느껴보지 못한 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뼈암의 통증이었다. 이게 시작이라면 삶을 선택하기보다는 죽음을 선택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통증으로 침대에 꼼짝도 못 하고 대자로 누워 있을 때도 배꼽시계는 여전히 나에게 먹을 것을 요청했다. 아들딸은 학교에 있었고, 나는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힘이 없었다. 죽음을 생각하고 배가 고파도 돈이 아무 소용 없는 순간이었다. 내가 얼마나 미련하게 살았는지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다.      




전신 마사지와 열로 암을 지지는 것이 최상의 치료라는 걸 절실히 깨닫는 순간부터 나는 매일 암을 없애기 위한 치료로 10시간 이상을 소비하고 있다. 나는 뼈암을 이길 것이다. 앞으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치료에만 전념할 것이다.     


병원 치료도 중요하지만, 나의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내가 하는 민간요법은 단순하다. 열로 암을 없애는 거다.     




아침에 일어나면 화장실에 다녀와서 바로 파라핀을 1시간 이상 한다. 파라핀 2개에 발을 담그고 30분 이상 있는다. 그런 다음 손을 파라핀 통에 담갔다 꺼내어 높이 드는 연습을 한다. 팔이 끊어 질듯한 통증에 눈물이 나올 거 같다. 재활 치료하는 분들이 이렇게 힘들까?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면 팔이 약간 부드러워진다. 하지만 파라핀을 멈추는 순간 부드러움은 사라진다. 그렇다고 계속할 수는 없다. 파라핀이 많은 땀과 몸의 진을 빼기 때문이다. 기운이 달려 가슴이 뛰고 곧 쓰러질 거 같은 어지러움이 온다.     


잠시 누웠다 일어나 비싼 물을 한 컵 이상 마시고 기운을 차리기 위해 음식을 먹는다. 먹고 기운이 돌아오면 바로 파라핀을 다시 시작한다. 이렇게 한 시간 이상 반복한 뒤, 비싼 물을 먹는다. 기운이 올라오면 병원에서는 뜸을 뜨거나 주열기로 어깨 암 부분에 올려놓고 1시간 이상 있는다.      


같이 입원한 딸은 시간이 될 때마다 마사지를 하루에 2시간 이상씩 해준다. 이때도 마사지 기계의 온도를 60도까지 올린다. 뜨거울 때, 암이 있는 부분에 먼저 마사지를 해주면, 암은 기계의 온도를 1분에 2도 이상을 빨아들인다. 10분 정도 지나면 바로 50도 아래로 떨어진다.

    

45도 아래로 떨어지면 딸은 내 몸에 올라타서 등과 다리 등 전신을 만져준다. 다시 기계 온도가 60도가 되면 암 부위부터 마사지 해준다. 이렇게 이쁜 딸의 정성과 체온을 느끼며 몸은 조금씩 부드러워짐을 느낀다.     


집에 있을 때는 마사지가 끝나면 사우나에 가서 몸을 따뜻한 몸에 풀어준다. 기력이 없어 한증막은 들어가지 못해도 38도나 39도의 온탕에서 팔을 움직이면 팔이 부드러워진다.     


밤에 잠을 잘 때도 주열기 2개를 어깨 앞뒤에 올려놓고 암 속으로 열을 계속 넣어준다. 통증으로 깊은 잠을 잘 수 없기에 잠깐 자다 깰 때마다 주열기로 어깨를 달구어준다. 기력이 아주 힘든 날은 오바이트가 쏠린다.    

  



다행히 비싼 물이 나의 영양분을 암에게 빼앗기는 걸 막아주는 것 같다. 이렇게 하루를 지내고 나면 항상 지쳐있다. 지친 몸으로 집에 오래 있기가 힘들다. 그래서 병원에 많이 입원해 있는다.     


병원에서는 지치면 영양제와 한약으로 몸을 보충해 주면서 오직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집에 있으면 딸이 너무 힘들다. 밖에 돌아다니는 것도 내 식사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일어나자마자 화장실을 다녀온 후 파라핀을 시작했다. 오늘 아침은 유난히 팔이 더욱 아프다. 생리 끝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더 그런 것 같다. 저번 같은 통증이 올까 무섭고 두렵다.     


내 몸속에 11년간 괴롭혀 온 암을 이제는 열심히 치료해서 모두 없애보려고 한다. 꼭 항암 방사선 치료가 아닌 암의 원리를 이해해 뿌리를 뽑아 보려고 한다. 힘들고 지친다는 거 알지만, 내 소중한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보내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해 보고 싶다.     




다행히 하나님은 나를 버리시지 않으셨다. 내가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여유와 시간을 주셨다. 지금부터는 솔직히 나의 노력과 돈과의 싸움이다.      


실비 이외에도 뼈암을 치료하기 위해서 매달 먹는 물값 400만 원과 마사지비 150~200만 원 그 외의 영양제 값 등을 생각하면 내 몸에 한 달에 600만 원 이상을 써야 한다.     


올해 나는 코인과 금투자에서 적지않은 수익을 보았다. 보험금도 많지는 않지만, 치료비에 보탬이 된다.     


이렇게 남의 도움 없이 치료에만 전념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나는 매일 같이 나만을 위해 살고 있다. 나와 딸의 정성이 하늘에 닿아 다시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라 믿으며, 오늘도 힘든 치료를 쉬지 않고 하고 있다.          

202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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