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딸과 함께 아는 언니 아들 결혼식에 다녀왔다. 내인생의 마지막 결혼식 구경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들딸 결혼식도 보고싶다. 이젠 꿈이 되어버렸다. 나에게 그런 기회가 올 수 있을까? 눈물이 왈칵 올라왔다.
딸과 나는 언니에게 인사를 나눈 뒤 축의금을 주고 식권을 받았다. 식장 안엔 벌써 축하해주는 많은 관객들로 가득차 있었다. 우리는 가족사진도 친구 사진도 찍을게 아니여서 발걸음을 식당으로 옮겼다.
식당 자리가 결혼식을 볼 수 있는 스크린 앞자리였다. 식사하면서 식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실제 결혼식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신세대 결혼식은 우리와는 전혀달랐다. 신랑이 먼저 춤을추며 식장으로 들어갔다. 신부 또한 아버지 손을 잡고 들어왔지만 신랑과 만나자, 노래하며 춤을 추었다.
음성이 들리지는 않았지만, 춤주며 노래하며 즐거워하는 신랑신부의 모습은 사랑스러웠다. 저들이 저런 모습으로 평생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며 딸에게 말했다.
이쁘고 아름다운 젊은 신랑신부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들딸도 저렇게 행복한 순간에 내가 옆에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에 눈물이 또 쏟아졌다.
옆에서 맛나게 음식을 먹고 있는 딸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나는 또 한번 기도했다.
하나님!
저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우리 어린 자녀들 곁에 건강한 몸으로 조금만 더 있을 수 있게 해주세요.
기도를 하며 음식을 먹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한손으로 운전하며 또 한번 감사했다. 전혀 움직일 수 없었던 나의 몸을 사랑스러운 딸이 매일 2-3시간씩 맛사지 해주었다. 그 덕에 오른팔을 사용하거나 올리지는 못해도 손가락은 사용할 수 있게되었다.
글을 쓰고 싶어하는 나에게 딸은 핸드폰으로 간단하게 매일매일을 기록하라고 했다.
수정하려고 하지말고 무조건 기록만 하라고. 딸은 내 몸의 암을 없애주겠다며 그때까지 일상을 기록해 놓으라고 했다.
심한 통증이 온 이후로 딸은 내곁에서 나를 지키고 있다. 혹시나 내가 우울해하면 "엄마! 앞으로 살날이 14658일 남았어. 벌써 10일 넘게 살았잖아.엄만 95살까지 내 옆에 있어야해."라며 나에게 기운을 복돋아준다.
항상 미안하다. 엄마가 얼마 살지 못할거라는 걸 알면서도 나에게 희망을 주며 내 곁을 지켜주는딸! 감사하면서도 비참해져가는 내 모습에 눈물이 왈칵왈칵 올라온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자식들을 두고 먼저 세상을 등져야하는 나의 현실을 부정하고 싶다.
2024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