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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Jul 28. 2024

엄마를 위해 달려온 딸 : 삶의 회복을 꿈꾸며...

    

송파의 D 한방병원에 입원한 지 어느덧 4일째. 오른팔을 거의 사용하지 못하는 나는 병원 생활에 제약이 많아 참으로 불편하다. 침대에 올라가서 눕기도 힘들지만, 내려오기는 더 어렵다. 왼쪽 다리마저 불편해 걷는 것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그렇다고 딸에게 매번 간병을 위해 같이 입원 하자고 할 수는 없었다. 딸은 대학의 첫 기말고사를 치른 직후, 통증에 못 이겨 우는 나를 따라 대학병원에 2주나 함께 입원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딸은 엄마의 눈치를 살피며 매일 2시간 이상씩 마시지 해주고, 화장실도 혼자 갈 수 없었던 나에게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웃으면서 돌봐주었다.     


미안한 마음에 혼자 화장실에서 바지를 올리지 못하고 있으면, 얼른 달려와 웃으며 도와주었다. 샤워도 딸이 도와주지 않으면 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불편한 나는 짜증도 많아졌다. 이 모든 걸 항상 즐겁게 받아주는 딸에게 감사했다.     


딸의 정성으로 오른팔을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한 마음에 오른팔을 아끼다 보니, 유방암 수술을 4번이나 한 왼팔이 자연스럽게 무리가 갔다. 매일 혈압을 재고 모든 걸 왼팔에만 의지했다.     


앗불사! 왼팔 팔에 부종이 왔다. 겁이 났다. '양쪽 팔 모두 사용할 수 없으면 어쩌나?'하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다행히 딸의 노력으로 오른팔을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되어 지금은 간단한 거리 운전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어젯밤, 나는 다시 팔의 통증이 찾아왔다. 어찌할 바를 몰라 하던 찰나, 딸에게 전화가 왔다. 내 목소리에 이상함을 느낀 딸은 힘들다고 하자, 그 밤에 병원으로 온다고 했다.     


"시간이 몇 시인데 여길 와? 차도 끊겼겠다. 여기까지 오려면 1시간도 넘게 걸리는데 오면 여기서 못 자! 불편해서!"     


“'그럼 어떻게 해? 가서 마사지라도 해줄게."라는 딸의 말에 눈물이 왈칵 올라왔다.     


그 와중에 눈치 없는 남편은 거봉 샀다며 나에게 한 박스를 가져다 주겠다고 했다. 딸은,

 

"엄마 못 씻어 먹어. 그냥 가지고 와 내일 내가 씻어 가게!"라는 문자를 보자, 나를 정말 사랑해 주고 생각해 주는 가족이 있다는 게 감사했다.     


딸은 오늘 아침 일찍 병원으로 달려왔다. 집에서 7시에 나왔단다. 학교 갈 때도 그 시간에 일어나 움직이지 않았던 딸이 엄마가 걱정돼 붐비는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아침 일찍 달려 온 거다. 

    



행복하고 감사했다. 나에게 이런 가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 살고 싶어졌다. 비록 몸이 불편해 외출은 자제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볼 수 있다면 병원 생활 속에서라도 더 살고 싶다.      


가족의 사랑 속에서 나는 다시 한번 ”기적“이라는 소망을 품는다. 딸과 남편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며, 힘들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앞으로의 날들을 살아가려고 한다. 

     

202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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