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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Aug 04. 2024

치유와 달콤한 순간 : 딸의 쿠키가 준 위로와 행복


우리가 힘들 때 달달한 음식은 기분을 북돋아 주며, 때로는 긍정의 에너지를 불어넣어 준다. 특히 단 음식을 좋아하는 나는 우울할 때, 아이스크림이나 스낵을 찾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마카다미아 화이트 쿠키”라는 새로운 디저트가 뼈 전이라는 우울한 나의 마음에 작은 행복을 안겨주었다.     




“유방암 뼈 전이”라는 판정을 받기 전, 나는 “골수암”으로 알고 있었다. 그 시절 주위 사람들은 위로와 격려의 뜻으로 식사 자리를 자주 마련해 주곤 했다. 당시만 해도 나의 팔다리 활동이 자유로워 즐거운 만남이었다.      


그날도 교회 권사님과 아는 동생과 점심 약속이 있었다. 점심을 마치고 디저트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도중, 동생이 만든 “마카다미아 쿠키와 머핀”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었다.     


“이런 걸 직접 만들어?”라며 나는 의아하게 물었다.     


“가끔 주문이 와서 만들곤 해요. 어제도 주문이 왔길래 조금 더 만들었어요.”라며 자랑스럽게 답했다.     


“파는 거였구나? 귀한 선물을 받네. 고마워!”     




동생은 우리 딸 중학교 때, 수학을 가르쳐 주었다. 얼마 전에는 카페를 하다 몸이 안 좋다며 그만두었다. 나는 ‘참 손재주가 많구나!’라고만 생각했다.     


집에 와서 아들딸과 먹으며 나는 그 맛에 반해버렸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쿠키의 맛은 내 입맛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더 먹고 싶은 마음에 동생에게 좀 더 만들어 달라는 톡을 남겼다. 그러자 동생은 이쁘게 만들어 주었고, 그 후에도 두 번 정도 더 주문해 먹었다.      


동생에게 또 주문을 하자, 동생은 이사 준비로 더 이상 만들 수 없다고 했다. 한동안 입맛이 없었던 나는 계속 쿠키가 먹고 싶어 인터넷에서 유명한 여러 디저트 쿠키 집을 찾아 주문해 먹었지만, 동생의 쿠키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

     



“뼈 전이” 판정을 받은 후, 힘들어하는 나를 본 딸은,     


“엄마! 레시피를 달라고 해서 내가 만들면 어떨까?”라며 나에게 레시피를 말해보라고 했다. 처음엔 자신만의 고유의 레시피인데 ‘실례가 되면 어쩌지?’라며 걱정했지만, 욕구에 이기지 못한 나는 동생에게 부탁했다.      


딸을 좋아했던 동생은 흔쾌히 레시피와 만드는 영상까지 보내 주었다. 딸은 한참을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더니     


“엄마! 내가 할 수 있을 거 같아?”     


“오븐도 없고 반죽하는 기구도 없잖아?”     


“에어프라이어 있잖아. 반죽은 나의 힘 센 두 팔이 있잖아.”라며 망설임 없이 재료들을 주문했다.     


이쁘고 기특한 딸에게


“그럼, 엄마가 동생에게 한판 8개에 28,000원에 샀으니, 딸에겐 30,000원 줄게.”라고 말하자, 딸은 신나 했다.     




모든 재료가 오자, 딸은 한 판을 만들어 병원으로 가지고 왔다. 바닐라가 없어 약간 부족한 맛이라며 걱정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처음이라 속이 익었는지 모르겠다며 5분 정도 더 구웠단다. 속이 촉촉한 맛은 없었지만, 바삭하고 마카다미아의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함께 입원한 새댁과 남편에게 하나씩 주자, 너무 맛있다며 그 맛에 모두가 감탄했다. 신난 딸은 다음엔 바닐라까지 넣어서 제대로 해온다며 집으로 갔다.     




레시피를 준 동생이 갑자기 연락이 왔다. 이사를 생각보다 좁은 곳으로 간다며, 남은 재료와 기구들을 딸에게 주고 싶다고. 딸은 좋아서 동생과 함께 많은 재료와 기구들을 받아왔다.     


딸은 마카다미아 쿠키에 받아온 크랜베리까지 올려 고급스러운 쿠키를 잔뜩 만들어 왔다. 동생이 준 레시피를 조금 변형해서 우리가 좋아하는 화이트초콜릿과 마카다미아를 듬뿍 넣어 겉은 바싹 속은 촉촉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쿠키였다.      


어디서도 먹어볼 수 없는 맛이었다. 병실의 다른 환자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간호사 선생님들과 교수님에게도 나누어 주면서 딸이 만든 거라며 맘껏 자랑했다. 행복했다. 나를 위해 쿠키를 만들어 준 딸에서 감사했다.     




내는 매일 하루에 하나씩 간식으로 먹으면서 딸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쿠키를 평생 먹기 위해서라도 건강을 되찾고 싶었다. 쿠키 덕분인지 불어나는 살이 나를 조금 슬프게 하지만, 맛있고 사랑이 담긴 쿠키는 더 큰 행복을 주었다.     


이런 소소한 사랑과 행복을 통해 삶의 중요성을 배워가는 나는 어떻게든 좀 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졌다. ‘하나님은 나의 오만을 깨우치게 하시려고 이런 병을 나에게 주셨나?’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웃을 수 있는 하루를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아들딸과 소중한 시간을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다. 나에게 정말로 ‘기적’이란 것이 왔으면 좋겠다.     20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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