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힘들고 고달프면 우리는 ‘죽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막상 죽을병에 걸리거나 죽음에 이르면 살고자 하는 욕구가 죽음의 욕구보다 강해지는 게 사람의 간사한 마음이다.
철없는 어린 시절, 나는 세상과 등지고 싶었다. 집이 싫었고 삶이 버거웠다. 그래서 여러 번 자살 시도를 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칼로 손등을 그으려 했지만, 긋는 순간 무서움이 몰려와 강하게 긋지 못했다. 떨어져 죽겠다는 마음으로 높은 곳에 올라가면, 발이 저절로 뒷걸음질 치기 바빴다. 죽음의 욕망은 그렇게 공포 앞에서 언제나 무너졌다.
그러던 나에게 3달 전, 의사는 말했다. “암이 온몸에 퍼져있습니다. 빠르면 2달입니다.”라는 사형선고를 내렸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죽음이 암 덩이가 되어 내 몸속에서 무럭무럭 자란다는 소리를 들었다.
항상 죽고 싶었으니 좋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현실 속의 내 마음은 달랐다. 죽음과 마주한 순간, 두려웠다. 죽고 싶다던 생각은 온데간데없고, 매일 나를 휘감은 것은 살고자 하는 간절함이었다.
살아야 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고통으로 암을 이길 수 있을까?’ 매일 생각했다. 공식화된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거부한 나는 살기 위해 어떤 치료가 최선인지, 매 순간 고민하며 나에게 적용해 보았다.
대학병원의 치료는 거부했지만, 일반 암 병원에서 시행하는 여러 치료와 내가 생각한 치료를 병행하며 어떤 치료과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질 관찰했다. 한가지 치료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암이기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우선 일반 암 병원에서 시행하는 고주파와 면역주사, 물리치료, 통증 치료 등이 있다. 한방으로는 뜸, 침, 약침, 봉침, 한약 부항 등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나는 한방병원을 좋아한다. 이번에도 나는 한방병원을 선택했다. 우선 면역주사를 일주일에 두 번씩 맞았다. 적은 양의 면역주사가 보통 20만 원에서 40만 원가량 한다. 현재 나는 비용도 고려해야 했다.
내 실비보험은 3,000만 원밖에 보상되지 않는다. 내가 부담할 수 있는 범위까지 생각해야 한다. 지금 입원한 병원은 매달 600만 원 이상 사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내 보험으로는 5개월 입원도 빠듯하다.
나의 치료는 5개월에 끝날 수 없다. 어쩌면 내가 죽을 때까지 병원에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거기다 내가 먹는 비싼 물과 추가로 사용하는 다른 비용 등을 고려하면 매달 1,000만 원은 생각해야 한다.
암은 돈과의 싸움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비용은 내가 가지고 있는 돈과 입원하면 나오는 보험금으로 무리 없이 대체할 수 있다. 이제는 내 몸의 암이 최대로 효과 보는 치료가 무엇인지 찾는 게 중요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다 해보고 있다.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면, 내가 가지고 있는 발 고주파기와 일라이트 장판을 이용해 1시간 동안 온몸에 열을 넣어준다. 이때 나의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된다. 이 소중한 땀방울이 내 생명과 맞바꿀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몸에 열을 주입한 후, 병원치료실로 내려간다. 이 병원에서만 운영하는 고전 뜸을 한 시간 동안 엎드려 움직이지 못한 채 치료한다. 치료가 끝나면 기운이 없다. 이때 맛있게 점심으로 나의 에너지를 채워준다. 식사 후, 똑바로 누워서 뜸치료를 한 번 더 반복한다. 암 부위가 넓어 한 번에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끝나고 물리치료, 봉침, 약침, 그 외의 다른 통증 치료나 고주파 치료 등, 병원 치료를 하고 나면 하루가 정신없이 간다. 저녁 식사 후, 나는 다시 아침에 한 고주파 치료를 내 방에서 반복한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상태에서 이번엔 파라핀으로 팔 치료를 1시간 정도 추가한다.
이때, 기운이 없어 몸을 주체하기 힘들어진다. 그럴 때 나는 한약과 공진단, 경옥고, 비싼 물 등 기운을 올릴 수 있는 영양제 등을 챙겨 먹는다. 특히 나는 지치고 혈압이 떨어질 때, 당분이 필요로 한다. 이럴 때, 나는 생과일주스에 탄산수를 타서 시원하게 마신다.
탄산수가 몸에 나쁘다고는 하지만, 우선 기운을 올리고, 내 몸에 만족도를 높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건강보다는 내 입맛을 우선시했다. 만족감을 느끼면서 기운이 올라오면, 마지막으로 욕조에 소금을 넣고 따뜻한 물에 몸을 충분히 담겨준다.
하루를 이렇게 바쁘게 보내고 나면 밤12시가 훌쩍 넘기 일쑤다. 잠을 잘 때도 통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열기 2대와 일라이트 장판을 이용해 아픈 부위에 올려놓거나 묶고 잔다. 몇 달을 반복하자, 통증이 미미하게 줄어드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진통제로도 암의 통증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먹고 주사를 맞아도 한번 오는 진통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몇 달 동안의 노력은 나에게 희미한 희망의 빛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다시 살 수 있을 거 같았다.
암이란 놈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다. 화가 나면 하루아침에 온몸으로 퍼질 수 있지만, 잘만 관리하면 몇십 년 동안 제자리걸음일 수도 있다. 나는 그 성질을 잘 이용해 암과 공존할 방법을 찾고자 한다.
더 이상 암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이 녀석을 달래면서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야 내가 웃으며 살 수 있다.
살면서 나는 세상엔 중요하지 않는 문제가 없다며, 모든 걸 신경 쓰며 살았다. 하지만, 죽음을 앞두고서야 깨달았다. 살아야 할 이유는 그 어떤 문제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살아 있지 않으면, 문제도 고민도 없다.
항상 긍정적인 생각과 웃음을 버리지 않고, 고민을 몸에서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의 어떤 노력에도 암은 쉽게 없애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안다. 하지만 내가 좋다며 찾아온 암을 원망하지 않고, 잘 달래가며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갈 것이다.
통증을 줄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암과 친구가 되려고 한다. 기적은 분명히 나에게 올 것이다. 나는 믿는다. 힘들 때, 하나님은 언제나 나를 외면하지 않으셨다.
지금 나는 암과 싸우면서 살아갈 이유를 찾아가고 있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했던 그 어린 시절 나는 더 이상 없다. 지금 나는 간절하게 통증 없이 살고 싶다. 삶은 소중하고, 그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은 나에게 기적은 분명히 찾아올 것이다.
2024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