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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경 Nov 01. 2024

비싼 물과 나의 고통:통증 속에서 누굴 믿어야 하나?2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눈물이 나왔다. ‘정말 이렇게까지 고통스럽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온통 나를 휘감았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고통에 ‘하나님! 저 좀 데리고 가세요. 왜 자꾸 눈을 뜨게 하시나요?’라고 속으론 울부짖었다.     




화요일부터 간호하는 딸은 엄마의 표정을 살피며 나의 상태를 짐작했다. 침대에서 힘겹게 일어나려고 할 때면, 그녀는 나의 고통을 알고 있다는 듯 바로 뛰어온다. 걱정하는 딸을 보며 물도 마음껏 마시질 못했다. 죽지도 못하는 나를 원망하며 하루하루를 살면서 비싼 물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나와 딸은 ‘이 모든 고통의 시작이 무엇인지, 도대체 뭐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원인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처음에는 생리혈이 아주 조금 비추었기에, 호르몬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다. 그러기엔 부작용이 너무 컸다. 의심은 점차 몸속 깊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암은 뜨거운 걸 싫어한다고 생각한 나는 열기구를 아픈 왼쪽 다리에 자주 올려놓았다. 이상하게 뜨거운 찜질을 하면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 찜질도 못 하는 나는 앉지도 눕지도 못한 어정쩡한 자세로 참을 수 없는 통증만 호소하며 시간을 보냈다.     


진통 주사도, 마약 진통제도 비타민 B17 그 어떤 것도 소용없었다. 기나긴 고통 속에 지쳐갔다. 탁자 위에 파라핀이 보였다. 나는 마지막으로 파라핀을 해보고 싶었다. 딸은 최대한 편안히 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었다.      


파라핀에 오랜만에 발을 담그자, 통증이 줄어드는 걸 느꼈다. 나는 3시간 동안 파라핀만 했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이내 체력은 바닥나고, 몸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아무리 효과가 있어도 더 이상 무리였다.      


지금까지 힘든 통증을 견딘 건 그나마 체력이었다. 어지럽고 몸이 쳐졌다. 눈에서는 말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저 무의미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이 고통의 끝엔 무엇이 있을까?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려고 노력하는지 모르겠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나님이 원망스러웠다. 그냥 데리고 가시지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시는지? 내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길래?     




통증이 시작된 지 5일째 되는 날, 조직검사 후 48시간이 되었으니 씻고 싶다고 하자, 딸은 욕조에 물을 받아주었다. 욕조까지 딸의 부축으로 들어간 나는 눈을 감았다. ‘이렇게 따뜻한 물속에서 죽으면 어떤 기분일까?’ 그러나 생각은 생각일 뿐, 나는 곧 현실로 돌아왔다.      


딸의 도움으로 침대에 눕자, 딸이 마사지를 해준다며 엎드리라고 했다. 암이 있는 오른쪽 어깨에 뜨거운 마사지 기계를 돌리자, 다리가 더욱 아팠다. 그래도 참았다. 딸이 아픈 다리를 만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딸은 그만하고 똑바로 누우라고 했다. 가까스로 똑바로 누운 나에게 딸은 아픈 다리 골반을 만졌다.     


“엄마! 여기가 왜 이렇게 뜨거워? 불덩이 같아?”라고 말하는 딸의 눈은 놀라 휘둥그레졌다. 나는


“어디? 어디?” 하며 딸이 손으로 집어주는 곳을 만졌다. 골반을 만지자, 통증이 온 다리로 쭉 이어졌다. 나는


“으악! 만지지 마!”라며 비명을 질렀다.     


간호사를 불러 열을 확인했다. 37.9였다. 항생제 처방을 원했다. 항생 주사를 맞으니, 심한 통증은 일시적으로 가라앉혔다. 항생제 맞고 나는 이어 '비타민 B17'과 영양제를 맞았다. 다시 통증이 시작되었다.

     

결국 진통 주사와 마약을 먹고 잠을 잤지만, 새벽에 심한 진통은 여전했다.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지금 암에 있는 골반에 염증이 생겼다는 건데, 내가 비싼 물을 먹는 이유가 염증 생기지 말라고 먹는 건데 어떻게 다른 곳도 아니고 암 위에 생길 수가 있지?”라고 딸에게 말하자, 딸은 물 판 원장에게 전화하라고 했지만, 시간이 늦어 메시지만 남겼다.     




일요일 아침, 나는 여전히 고통 속에서 움직이질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항생 주사의 효과를 조금이라도 본 나는 다시 요청했다. 항생 주사는 하루에 한 번 밖에 안된다며, 열이 있으니 열 내리는 링거를 주었다.      


열이 내리니 통증도 조금 수그러들었다. 오후에 비싼 물을 판 원장님 전화가 왔다. 나는 울부짖으며 물에 뭘 탄질 물었다. 원장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월요일에 새로운 물을 보내 준다고 했다.     


나는 또다시 확인했다. 분명 나는 처음부터 오리지날 물을 달라고 했는데 원장님을 계속 나에게 이상한 것들을 타 주었다. 그래도 저번 물은 맛은 역해도 효과가 있었다. 이번에도 똑같이 해달라고 했는데 맛도 색도 다 다르다고 말하자, 원장은 절대 아니라고만 했다.     




월요일 아침, 원장에게 전화해서 물을 퀵 서비스로 빨리 보내달라고 했다. 원장은 우선 2병만 10시 반에 보냈다고 했다. 12시면 와야 하는 물이 오지 않아 확인한 결과 2시에 온다며, 비용 문제로 직행은 아니라고 했다. 2시에 온 배달원은 “착불”이라며, 나에게 비용을 청구했다.     


황당했다. 걷지도 못하는 나는 비상금으로 꺼내 놓았던 5만 원을 주었다. 아무리 돈에 미쳤다지만 용서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지금은 물을 먹는 게 우선이었다. 열이 올라 몸을 떨고 있던 나는 그 물을 500ml 두 잔 마시자, 온몸에 땀이 비 오듯 흘렀다.     


3잔째 마시는데, 그때부터는 화장실이 급했다. 계속해서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며 몸에 있는 노폐물을 빼자, 심한 통증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물배가 찬 나는 다시 누웠다. 좀전의 오한이 없어지고, 다리의 통증이 줄어들어 조금씩 움직여졌다.     




가만히 누워 생각해 보았다. 물은 지난주, 본병원 갈 때, 친한 언니가 받아다 주었다. 하지만 남아있는 물을 먼저 먹고, 이번 주부터 먹기 시작했다. 물을 먹고 하루 만에 통증이 온 거다.     


예전 물들은 염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높았다. 그래서 강한 봉침을 매일 맞아도 부작용이 없었다. 병원 사람 대부분이 고열과 가려움으로 고생할 때, 나는 아무 부작용 없이 하루하루 회복되어 갔었다.     


딸 또한 얼굴의 심한 여드름이 이 물을 먹고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다. 솔직히 나보다 딸이 이물을 더 좋아했다. 이번엔 뭔가 사고 싶지 않았지만, 딸은 이물을 평생 먹고 싶어 했다.      


딸은 얼굴만 좋아진 게 아니다. 작년엔 생리할 때, 학교 가는 길에 쓰러질 거 같다며 전화가 자주 왔었다. 거리가 먼 등하교에 부담을 느끼며 힘들어했다. 생리통도 심해 진통제도 과하게 복용했었다.      


이 물을 먹고부터 딸은 체력도 좋아지고 피곤해하지 않았다. 얼굴은 하루가 다르게 여드름이 사라졌다. 생리 때도 진통제를 거의 먹지 않거나 한두 알만 먹었다. 나와 딸은 물이 한 달에 300만 원이지만, 아까워하지 말자고 했다.     




다행히 예전에 내가 많은 사람 소개해 준 덕에 원장은 8병에 300만 원이지만 10병을 주었다. 그것도 계좌이체나 카드로 하면 무조건 400만 원이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현금으로 거래했다.     


처음 이물은 500만 원씩 팔다가 400만 원으로 내렸다. 나는 현금으로 주는 조건으로 300만 원씩 주고 산 거다. 이번에는 5병만 사겠다며 150만 원을 아는 언니에게 붙여주었다. 언니는 그 돈을 찾아 병원장에게 주고 물을 받아 온 거다.     


이 병원장이 돈에 민감하다는 건 안다. 하지만 암 환자에게 고가의 돈을 받으며 파는 물을 자신의 잇속을 위해 장난질을 했다는 게 용서되지 않았다. 새로 온 물을 3일째 먹고 있는 지금 나는 극심한 통증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거동이 불편하다.      


이번 염증으로 암이 얼마나 커졌을지 아무도 모른다. 나는 원장에게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보상해 줄 거냐고 물었다. 원장은 오늘 남은 3병의 물을 보내며 먹고 이야기 하자고만 했다.      


이 물이 분명 효과는 있었다. 6월의 극심한 통증도 이 물이 시너지 효과를 내 주어 다리와 팔의 호전이 기적처럼 빨랐다고 본다. 나는 이물을 7년 동안 많은 사람이 마시는 걸 보았고, 나 또한 몇 년간 몸이 약해질 때마다 마셨다.     


항암을 하지 않는 내가 의지할 곳은 이 물과 비타민 B17이다. 그 외의 열 치료와 뜸 등 부수적인 치료는 시너지를 위한 치료였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일이 또 올 수 있다는 생각에 원장을 믿을 수가 없다. 어찌해야 할지?     




세상이 갑자기 잿빛으로 변한 것만 같았다. 그러나 다는 다시 몸을 일으켜야 한다. 그저 하염없이 누워있는 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다. 격한 통증이 사그라든 지금, 나는 다시 물었다. ‘이 모든 것이 나의 탓인가? 아니면 그저 운명일 뿐인가?’     


이 모든 의심과 불신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세상의 희망을 붙잡고 있다. 그것이 언젠가 나를 회복의 길로 이끌어 줄지, 그건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202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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