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50이 넘는 대부분의 중년 부부들은 자식들을 키우고 홀로서기 연습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남자가 돈을 벌어오고 여자가 집에서 살림만 했다면, 지금은 남녀 모두 정신적인 자립은 물론 경제력인 자립을 키워 능력껏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시대로 변화되고 있다.
50대 이후의 중년들이 가정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밖에서 남녀가 만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과거에는 이런 모습을 "바람"이라고 표현하였고 간통죄라는 이름으로 법적인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선을 넘지 않는 한 기분 전환을 위해 가끔 밖에서 즐기는 것도 허용되는 시대가 되었다.
"사람이 어찌 매일 밥만 먹고 살 수 있겠는가?"라는 말처럼, 밖에서 적당히 즐기고 가정으로 돌아가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 가족에 충실한 것이 현명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중년 남녀들이 만남과 즐거움을 찾기 위해 모이는 곳이 광화문 라이브 카페 "가을"이다.
3년 전 2020년, 동네 언니와 이곳을 처음 방문했다. 2층 계단을 올라가 출입문을 여는 순간, 70~80년대의 다방 분위기에 온 것 같았다. (좁은 공간에 밀집된 테이블과 의자들, 벽에 붙은 나무 테이블 등.) 간판 만 라이브 카페였지, 춤을 출 수 있는 무대도 없었고, 단 한 명의 무명 가수만 중앙에서 노래를 부르는 정도였다. 그나마 6070 세대를 위한 익숙한 노래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나와 언니는 7시 반에 만나서 8시 조금 넘어 라이브 카페에 도착했다. 시간이 늦어서인지 웨이터는 가장 음지인 구석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자리가 워낙 구석이라 라이브 공연도 TV로 봐야 했다. 내부는 좁고 시끄러웠다. 그 좁은 공간에서도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춤을 추며 즐겼다.
그 당시, 내 나이는 카페에서 너무 어려 보였다. 내 시야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보였다. 50인 내가 그들에게는 얼마나 어려 보였을까?
이런 곳에 처음 온 나는 분위기도 파악해야 했고, 모든 게 신기하고 좋았다. 우선 우리는 기본 안주와 맥주 3병을 시켰다. 우리 옆에 앉은 두 분은 양주를 마시고 있었다. 언니 옆에 앉은 남자분이 언니에게 말을 걸어왔다. 언니의 옆자리 남자분이 언니에게 호감을 보인 것이다. 둘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내 옆에 있는 분은 머리는 좀 희었지만 늙어 보이지는 않았다. 외모로 사람들의 나이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나는 그들의 연령대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나보다는 많이 늙었다고만 생각했다.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양주에 갑자기 관심이 갔다. "양주 맛있어요?" 나는 옆에 있는 분께 물었다.
"먹어볼래요?" 내 옆의 아저씨가 대답했다.
"양주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요. 먹고 취하면 어떡해요? 밖에서 술 마시고 취한 적이 없어서요. 크크크"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저씨도 나를 보며 웃으면서, "내가 책임져줄게. 걱정하지 말고 마셔봐."라고 말했다.
갑자기 방망이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이 한마디에 '아이고! 미친놈 같으니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웃고만 있었다. '정신 바짝 차려야지 이러다 일 나겠군!' 그 뒤로 나는 우리가 주문한 맥주를 마시면서 가끔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니가 의자에서 일어나 춤을 추었다. 나도 추고 싶어 의자 옆에서 춤을 추었다. 춤을 잘 추지는 못하지만, 음악에 흥얼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오랜만에 느끼는 행복이었다.
이런 곳은 결혼 후 처음이다. 언니와 그분은 굉장히 친해 보였다. 사별한 언니가 진심으로 좋은 분을 만나길 바랬다.
그때 남자분들 옆에 여자 3분과 남자 한 분이 왔다. 여자들의 의상이 TV에서 보는 파티복 같은 옷들을 입고 있었다.
'이런 곳에 저렇게 입고 오는구나? 저 나이에도 저런 옷들을 입고 시내를 돌아다니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 티에 검은 바지를 입고 온 내가 너무 노숙한가?'라는 생각이 스쳐 갔다.
그 여자들과 남자 한 명에게 언니와 함께 있던 남자분이 뭐라고 말하자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카페를 나갔다.
나는 모든 게 신기했다.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이런 곳에 와서 양주를 마시고 놀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내 옆 아저씨가 화장실을 간다고 일어났다. 깜짝 놀랐다. 옷차림이 찢어진 청바지에 흰 티셔츠 차림이었다. 앉아있을 때는 티만 보였기 때문에 몰랐다. 화장실을 걸어가는데 옷은 30~40대였고, 얼굴은 60대 중후반이었다. 왜 갑자기 웃음이 나왔는지. 나 혼자 피식피식 웃고 있었다.
아저씨가 들어와서 장소를 옮긴다고 했다. 술값을 내려고 하자, 그쪽에서 내준다고 했다. 그것도 이상하긴 했지만, 언니가 가만있으면 된다고 해서 그냥 있었다.
다음 장소로 가는 길은 횟집이었다. 횟집에서 바로 간 3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주 만나 노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 여자들은 돈이 많아서 이런 곳에 오면 그들이 잘 사죠! 한 여자는 이대 근처에 살아! 건물주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어. 가끔 가서 머리도 잘라."라고 내 옆의 아저씨가 말했다. 이런 곳에서 만나도 계속 연이 닿아 오랫동안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횟집에서 언니의 파트너가 갑자기 윗도리를 들어 올렸는데 칼자국이 보였다. 처음 본 나는 바로, "그게 뭐예요?"라며 놀라 물었다. 언니는 나를 보면서 "우리 이쁜이는 궁금한 건 못 참아요!"라고 말하며 분위기를 돌렸다. 그분이 뭐라고 했는데 잘 알아듣지 못했다. 12시쯤 횟집에서 헤어졌다. 언니와 그분은 전화번호를 주고받은 듯했다.
택시를 잡으러 가려는데 언니가 "걸을 수 있어? 가다 힘들면 택시 타자!"라고 말했다. "오케이..." 나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우리는 거기서부터 걸었다. 집까지 오니 새벽 2시 정도 된 거 같았다.
걸어오면서 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니의 파트너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니는 너무 늦었다는 이유로 받지 않았다. 문자도 십었다.
언니가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는 "언니, 오늘로 만족해…."라고 말했다. "왜? 별로야?"라며 언니가 다시 물어보았다.
"언니, 그 사람 가슴에 그게 칼자국이라며? 그리고 돈은 내 파트너가 있지 그 사람은 거지야. 그런 사람 만나면 안 돼. 매너도 내 파트너가 훨씬 낫더라. 근데 그 사람은 젊은 여자들에게 질렸다고 하네. 기러기 아빠래. 다들 사연들이 많네!"라고 말하며 웃었다.
'평탄한 가정이 없구나! 고민 없는 집이 없다더니…. 모두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화문 라이브 카페 "가을"은 중년들이 새로운 만남과 즐거움을 찾는 장소이자 현대 사회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장소였다.
이야기를 마치며, 나는 그날의 경험을 소중히 간직했다. 이제는 나이나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더 많은 가능성과 경험을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열려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중년이라고 해서 막막한 게 아니라, 새로운 만남을 통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