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오려는지 후덥지근한 느낌이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을 짜증 나게 만들고 있다. 일기예보에는 비라고 되어있지만, 적중률은 반반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중학교 친구인 죽마고우를 만나기로 했다. 이 친구가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친구이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 곁에서 항상 힘이 되어 주는 친구이다. 나중에 늙어서 혼자 살면 이 친구와 살고 싶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준비하는 아침은 다른 때와 달리 바쁘다.
우선 어제 쓴 글을 블로그와 브런치 앱에 올려야 했다. 하루라도 올리지 않으면 무엇인가 중요한 일을 빠트린 느낌이다.
주식도 봐야 했다. 항상 그랬듯이 오늘도 내가 판 것들은 미친 듯이 오르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정신없이 떨어지는 아침이다. 그래도 마약처럼 끊지 못하는 게 주식인 것 같다.
아이들 아점을 주려고 남편이 사다 놓은 밀키트 감자탕을 끓었다. 딸이 도서실에서 왔기에 사리로 우동을 넣어 주고 나는 외출 준비를 했다.
친구는 구리에서 유명한 중국집을 한다. 친구가 바쁘기도 하지만, 교외로 나갈 때는 보통 친구가 사는 아파트에 내 차를 주차하고 친구 차로 움직인다.
구리로 가는 도중, 지역에 따라 폭우가 오기도 하고 햇볕이 쨍쨍 인 곳도 있었다. 날씨 변화에 갑자기 내 맘속에 돌덩이 같은 무언가가 들어왔다. 가슴이 조여오면서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어젯밤, 나의 어린 시절에 관해 쓴 글이 떠올랐다. '무슨 책을 도서관에 가서 찾아볼까? 알코올 중독 자녀에 관련된 책을 먼저 찾아보자.' 고민을 하던 중 갑자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내가 아들을 낳았을 때의 서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억수같이 뿌려대는 비는 차 유리창의 시야를 막았다. 설상가상으로 내 눈에 흐르는 빗물 같은 눈물 또한 앞을 더욱 뿌옇게 만들었다.
나는 나 스스로를 달래기 시작했다. "김인경 정신 차려! 이런 거 아무것도 아니야…. 다 지난 일이야. 지금 뭐가 문제야? 이 정도 살면 된 거야. 잘 살고 잘 견디었어. 내가 이러면 모든 게 무너져. 내 귀한 자식들을 생각해야지. 얼마나 잘 컸니? 자랑스럽잖아! 앞을 봐! 차들이 달려들고 있잖아. 운전 중이야." 휴지로 눈물을 닦았다.
안경에 눈물이 튀어 안개 낀 것처럼 얼룩져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감정들이 자주 밀려온다. 가슴이 터질 것 같고 숨이 차올라 떨리는 심장이 멈출 것 같다. 살면서 울 만큼 울었는데 눈물은 왜 멈추지 않을까?
내 맘대로 시간 날 때마다 글을 쓰면서 마음속에 있는 부정적 생각들이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나의 어린 시절과 결혼 후 10년간의 고통과 억울함이 수시로 가슴 속에 들어와 감정조절을 잃게 한다. 시도 때도 없이 후벼파는 상처들이 밖으로 나와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남들에게 알리기 창피해서 쓰지 않으려고 했다. 글을 써서 세상에 나왔을 때, 남편과 친정 식구들의 반응이 두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고통 없이 살고 싶다. 내면의 병을 고치기 위해 발악도 해보고 미친 듯이 술도 마셨었다. 어느 것도 그때뿐이었다. 글로 표현하는 것이 어쩌면 더 힘들고 긴 여정이 될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래도 쓰기로 결심했다. 항상 무언가에 억눌러 사는 내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 암이 계속 오는 것도 깊은 내면의 응어리 때문인 것 같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정받지 못한 삶이었다. 한 번 더 비난과 욕을 먹더라도 해결만 된다면 하고 싶다.
2023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