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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의 마법 : 삶의 균형을 찾는 과정

by 김인경


9월 중순에 접어드는데 날씨는 아직도 한 여름처럼 뜨겁다. 며칠 전에는 한여름 밤에나 있을 열대야까지 기승을 부렸다. 어제오늘, 찌는 듯한 무더위는 한풀 꺾인 듯하지만, 낮에는 여전히 덥다.



오늘은 딸과 댄스 레슨이 있는 날이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3번 정도 수업을 했지만, 지금은 일요일 하루만 하기로 했다. TV를 보거나 남들이 춤을 출 때는 쉬워 보이는데 내가 하면 왜 이렇게 어색하고 어려운지 모르겠다.


나의 스트레스를 춤과 음악으로 풀고 싶어서 개인 레슨을 알아보았다. 몇 년 전, 스포츠센터에서 운영하는 에어로빅을 배운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몇 달 못 하고 포기했다. 생각보다 몸치였다.


게다가 에어로빅 규칙이 처음 온 사람은 맨 뒤에서 따라 해야 한다. 일찍 왔다고 앞에서 수업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뒤에서 따라 하는 건 운동도 아니고 흉내도 아니고 시간 낭비라는 결론을 내리고 그만두었다.



갑자기 춤을 추고 싶어서 몇 군데 학원을 알아보다 집에서 가깝고 지하가 아닌 곳을 선택했다. 원장님은 두 명까지는 레슨비가 똑같다고 했다. 딸에게 같이 하자니깐 딸도 좋아했다.


아들도 같이하고 싶었지만, 원하질 않았다. “대학 가서 춤을 출 줄 알면 인기도 짱이고 여자친구 만나기도 좋아.”라며 꼬셔보았지만, 내성적인 아들은 “지금 하는 복싱만으로도 너무 힘들어. 그거 그만해도 된다면 생각해 볼게.”라고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몸이 약한 아들의 유일한 운동인 복싱을 그만두게 할 수는 없었다.




레슨을 받는 날이 되어 ‘어떤 분이 오실까?’라는 기대로 학원에 갔다. 26살 대학원생 선생님이었다. 황당했다. 내가 원하는 춤은 7080이 추는 디스코였다. ‘26살 대학원생이 그걸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역시나 선생님은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 춤을 가르쳐 주었다. ‘다행이다. 딸이 있어서…. 선생님하고 잘 맞겠다.’라고 생각했다. 나는 “선생님! 저는 신경 쓰지 말고 딸에게 신경 써 주세요. 저는 할 수 있는 것만 따라 하고 안되는 건 안 해도 괜찮아요.”라고 말하고 모든 수업을 딸에게 맞추었다.


벌써 17번째 레슨이다. 딸은 젊은이답게 흡수력이 빨랐다. 제법 춤의 형태가 나왔다. 하지만 50대 아줌마는 역시나 반만 따라가도 다행이었다. 오늘도 상체를 하체 스텝에 맞추어 동시에 움직이는 춤을 배웠다. 딸은 바로 따라 했다. 엄마는 머리는 다 외웠지만, 발 따로 상체 따로 놀고 있었다.




나에게 신경 쓰는 선생님에게 “나 신경 쓰지 말고 딸에게 맞추어 주세요. 춤을 제대로 배워야 대학 가서 2030들이 모이는 클럽 가서 놀지요.”라고 말했더니 선생님과 딸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나는 진지했다.


”왜 웃지? 정말인데…. 딸! 대학 가면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많은 경험을 해야 해. 클럽에 가서 놀 때도 신나게 놀아야 해. 그때 춤을 조금만 이쁘게 리듬에 맞게 추면 사람이 달라 보여.”라고 웃으면서 말한 나에게 ”엄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 보러 클럽 다니라고?”라며 딸은 놀란 얼굴로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답변했다.


나는 ”당연하지. 대학 가면 춤추고 놀일 많아. 잘 노는 것도 중요해. 인생 별거 없어. 남들 하는 거 다 하고 즐기면서 살아. 엄마는 그렇게 못하고 살았지만, 아들딸은 모든 경험을 다 해봤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선생님은 웃으면서 ”멋있어요 어머니! 중요해요. 하지만 이렇게 놀라는 어머니는 처음이에요.?‘라며 내 말을 받아쳤다.




나는 친구들이 대학생일 때, 직장을 다녔다. 직원들과 나이트는 몇 번 가봤지만, 대학생들이 노는 것과는 달랐다. 나이 먹고 대학에 가서는 이런 즐거움을 누리지 못했다. 젊은 대학생으로 돌아가서 다양한 경험도 하고, 멋지게 신나게 놀고 싶다.



대학에서 잠깐 강의도 하고 학원 운영 10년, 키즈카페 4년을 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 “공부도 노는 것도 다 때가 있다”라는 것이다. 부모는 경제적인 활동을 하면서 가정을 꾸려나가야 하고 학생은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학생도 어른도 일만 하거나 공부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잘 노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들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 알아야 한다.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는 즐길 수 있는 건 다 즐겨봐야 한다. 지나치지만 않다면 친구들과 클럽 가서 맥주 일병 마시면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며 노는 것도 그중에 하나라고 본다. 나는 누리지 못했지만, 우리 아들딸은 후회 없는 학창 시절을 보냈으면 좋겠다.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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